하루 동안 벌어 몇 시간 동안 불을 밝히느냐

어둠이 가장 긴 날이 동지(冬至)야. 음의 기운이 가장 센 날. 덩달아 귀신도 가장 많아 붉은 팥죽을 쑤어 먹었지. 우리 집에도 부엌 귀신, 정낭 귀신, 달걀귀신, 말 방앗간 귀신, 디딜방아 귀신이 있었고, 집 밖을 나가면 처녀 귀신, 총각 귀신, 물귀신 등 온통 귀신들이 버글버글했어. 그런 무시무시한 귀신이 스위치만 딸깍 켜니 모두 사라지고 없네. 그립다.

문명은 전깃불을 타고 왔어. 초등학교 시절 동네에 전기가 들어온다고 하니, 전봇대가 앞마을을 지나 우리 마을을 거쳐 뒷마을로 지나가면서 논 한가운데에 전봇대가 세워지고 그러자 신기한 구경을 만난 아이들이 몽땅 나와 낑낑대면서 전선을 잡아당겼지. 무슨 힘을 보태겠느냐마는 재미가 있었잖아. 그러더니 초가집으로 빨간 전선과 파란 전선이 들어오고 백열등이 훤히 밝혀졌지. 얼마나 신기한지. 전선이 지나는 곳마다 대낮처럼 불이 밝혀지고, 어둠 속에 살았던 수많은 귀신도 덩달아 사라졌지.

이제 귀신이 지배하던 어둠이 인간의 지배로 들어 온 거야.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전선을 타고 온 것이 ‘전깃불’만 아니었어. 자유와 평등, 이성과 감성, 합리성과 효율성 등 이런 단어도 함께 들어왔지. 동양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단어. 있다손쳐도 희미했지. 여기에 살며시 묻혀 온 단어가 바로 ‘사랑’과 ‘감사’야.

어둠이 가장 긴 밤에 사랑과 감사를 들고 태어난 분이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고 하면서 감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네.

경제학자 노드하우스(Bill Nordhaus)는 인류가 불을 밝히는 데 필요한 비용을 연구했지. 즉 ‘하루 동안 벌어 몇 시간 동안 불을 밝히느냐’를 계산함으로 인류가 어느 만큼 진보하였느냐를 유추하였거든.

“인류는 바빌론 시절부터 고래기름으로 등불을 밝히기 전까지 약 4000년 동안 하루 벌어 10분 동안 불을 밝힐 수 있었다. 해 뜨면 일어나고 해지 면 자는 시절을 무려 4000년이나 보냈다. 1700년경 바다의 고래를 잡아 고기와 비누로 사용하고 남은 지방을 등불로 사용하였는데 1시간 동안 불을 밝힐 수 있었다. 1850년 게스너가 석유에서 등유를 추출한 한 이후 하루 5시간 불을 밝힐 수 있었고, 1882년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이후 현재는 약 20,000시간, 2.28년을 밝힐 수 있다.”

결과가 ​참으로 놀랍지? 10분에서 2만 시간, 12만 배나 풍족한 삶을 누리다니. 그런 이유라면 매일 12만 배 더 “감사합니다.”라고 연신 기도해야 하지만, 그 반대가 되었어. 점점 더 감사의 기도가 줄어든 거야. 왜냐고?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부족한 자원을 얻기 위해 발버둥쳤고, 그 결핍을 해소될 때 감사를 표시했어. 이제 감사해야 할 그 무엇, 결핍이 사라지자 '감사' 또한 사라진 거야.

인간의 본능은 '희소성'에 반응한다는 거야. 억지로 결핍 현장을 찾아야만 감사할 수 있는 시대. 어떤 이는 추운 날 눈 덮인 산속을 헤매고, 어떤 이는 타인을 위한 봉사를 하고, 또 어떤 이는 이방인이 득실대는 낯선 곳을 헤맬 때,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하고 연신 외치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배우는 사람이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감사하는 사람이야. 셰익스피어는 “감사는 영혼까지도 기쁨을 전달하는 힘이 있다”라고 했어.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감사할 것이 없어도 감사하는 것”이야. 그러지 않나? 지나온 우리의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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