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홍준표는 이를 계기로 자신의 행위가 떳떳했고 징계는 순전히 정치적으로 이뤄졌다고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파란 눈'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모래 위에 성을 짓는 것처럼 초장부터 뭔가 묘하다.
혁신위 인적 구성이 별로였지만 '세상에 뭐 특출난 사람 있겠나' 싶어 그런가 넘어갔다. 하지만 인요한 혁신위가 1호 안건으로 ‘당내 대사면’을 논의했다는 것은 불길한 조짐이다. 혁신은 낭만이나 감상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원권 1년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해 홍준표 대구시장(당원권 정지 10개월), 김재원 최고위원(당원권 정지 1년) 등이 대상이다. 당내 화합 통합 차원에서 징계를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이준석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양두구육’ 발언 및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한 증거인멸 시도 의혹, 홍준표는 ‘수해 골프’ 논란, 김재원은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발언과 4..3 발언 논란 등으로 각각 징계를 받았다.
1호 안건으로 '대사면'을 꺼낸 인요한이 머리 속에 그리는 '통합된 국민의힘 모습'이라는 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이들 당사자를 징계할 때 있었던 시끄러웠던 논란이 다시 재연됐다. 그때는 징계하는 게 옳으냐 아니냐로 갈렸지만, 이번에는 이들을 사면해주는 것이 과연 당 혁신과 무슨 상관있느냐로 시끄럽다.
무엇보다 혁신위에게 이런 권한까지 있느냐도 의문이다. 혁신위는 '1호 안건'으로 대사면을 꺼내면서 당시 이들을 징계한 윤리위의 입장은 어떠한지를 들었을 리가 없다. 윤리위는 형식적으로든 어쨌든 독립된 당 기구다. 윤리위가 여론의 압박을 받아가며 전체 회의를 열고 판단 결정한 것이다. 윤리위에서 내린 이런 징계를 혁신위가 없는 걸로 하려면 두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첫째, 혁신위는 당내 윤리위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고 절대 권한을 가진 기구여야 한다. 혁신위가 일을 추진하는데서 윤리위가 이미 내린 징계 결정 따위는 신경쓸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윤리위는 당원 동지들을 징계하고 인심을 잃는 '악역'을 맡고 있다. 그럼에도 윤리위의 위상이 이처럼 보잘것 없다면 윤리위는 당장 문을 닫는 게 옳다.
둘째, 이런 첫번째 전제를 부인한다면, 혁신위는 당시 윤리위가 내린 징계가 '정치적 혹은 정파적인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지적해야 한다. 윤리위 징계 결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다고 먼저 밝히는 게 옳다. 아니면 윤리위 징계가 정당했지만 이제 통합 차원에서 사면을 해주는 게 어떠냐는 식으로 제안했다면 그나마 당원들에게 좀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당시 징계에 대해 아무런 평가없이 무턱대고 '대사면'을 해주겠다거나, 그냥 좋으면 좋다는 식의 두루뭉실 선심을 베푼다고 통합과 화합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게 믿고 있는 인요한의 역량이 참으로 걱정되는 것이다. 가령 그동안 내부 총질(?)을 해온 이준석의 징계를 풀어줬을때, 그와는 도저히 함께 갈 수없다는 이들이 적지 않은 판에 과연 혁신위가 꿈꾸는 '당내 화합과 통합'이 이뤄질까.
무엇보다 혁신위의 큰 선심이 징계 당사자들에게조차도 '감사하다'는 말을 못 듣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당이 어려워지니까 너희가 백기를 들었느냐'는 식의 반응이다. 이준석 홍준표는 이를 계기로 자신의 행위가 떳떳했고 징계는 순전히 정치적으로 이뤄졌다고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성 상납 의혹과 품위 위반 등으로 징계받은 이준석은 사면 말이 나오자마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있었던 무리한 일들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반성하도록 하는게 혁신위의 일이지 우격다짐으로 아량이라도 베풀듯이 이런 식의 접근을 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다. 저는 이런 혁신위의 생각에 반대합니다. 재론치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물난리 속 골프를 치고 자기 옹호 발언 등으로 징계받은 홍준표도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사면은 죄를 지은자를 대상으로 하는거다. 나는 죄를 지은 거 없다. 그래서 사면 논의 자체가 쪽팔리는 거다. 니들 맘대로 죄를 만들어 징계하고 니들 맘대로 사면 한다? 그래서 못 받아 들이는 거다. 죄 지은 놈이나 사면 하던지 말던지 하고 거기에 나를 끼워 넣지 마라."
혁신위가 나이브하게 꺼낸 '대사면'이 징계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된 것이다. 한마디로 이들을 기고만장하게 만들어줬다.
이런 모습에 당내 구성들 중 상당수는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것이다. 이게 당내 통합과 화합일까. 반창고로 붙인 임시봉합도 안 되고, 향후 갈등의 대폭발이 될 소지가 높다.
이준석 홍준표가 떳떳하다면 당시 윤리위가 정치적으로 잘못 징계 결정을 내린 것이고 무고한 동지를 '마녀사냥' 했다는 게 된다. 그렇다면 혁신위는 통합과 화합을 위해 먼저 윤리위를 문닫게 하는 혁신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인요한 혁신위가 길 위에 올라서자마자 안갯속 길을 헤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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