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령이 과실 책임의 범위에 관해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에 대한 국방부 차원의 의견을 수사외압이라고 주장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고(故) 채수근 상병의 죽음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장처럼 ‘과실치사’ 범위를 무리하게 확대한다면, 앞으로 정상적인 군 운영과 작전은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제 의견을 피력하고자 합니다.
본래 수사기관은 사실을 확인하고 입건의 범위와 기소·불기소를 결정해야 합니다. 과실 판단은 주로 피의자에게 어떠한 주의 의무의 책임을 인정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휘관이 사고 예방을 위하여 병사들을 작전에 투입하기 전에 어떠한 주의를 해야 하는가를 판단하는 문제입니다. 과실에 대한 판단은 검찰의 수사 실무에서도 어려운 문제이고, 법원에서도 종종 판단이 바뀌기도 합니다.
지난해 7월 1일부로 개정·시행된 「군사법원법」에 의하면, 군사법경찰관(헌병)은 군내 사망사고의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사실’에 관한 문제만 조사할 수 있고, 과실에 대한 ‘판단’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은 수사권의 범위를 넘어 법률적(또는 규범적) 판단까지 했습니다. 더욱이 법에 따르면 이번 채 상병 사건 수사의 관할은 민간 경찰에 있습니다. 해병대 수사단은 기초적 사실 관계에 관한 조사에 그치고 이를 민간 경찰에 이첩하는 게 절차상 맞습니다. 그런데 해병대 수사단장은 피의자들을 특정하고 그 혐의에 대한 판단과 결론까지 내려서 경찰에 이첩했던 겁니다.
국방부장관과 참모들이 이런 점을 충분히 따져보지 않고 해병대 수사단장의 보고서류에 최종결재를 한 것은 ‘실수’였지만, 그 뒤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전화는 이를 바로잡는 행위였다고 보여집니다.
그런데 박 대령은 자신의 법률적 판단만을 고집하면서 상부의 우려나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의견을 ‘수사 외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수사는 판사가 독립해서 판단하는 재판과 다릅니다. 수사권은 상부의 지시에 의해서 행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검사는 수사와 관련해 검찰총장의 구체적 지휘를 받아야 합니다. 「검찰청법」 제7조1항에서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군사경찰 역시 「군사경찰직무수행법」에 따라 소속 상급지휘관의 지휘를 받아 수사권을 행사해야 합니다(제5조). 따라서 사실 여부가 아닌 군사법경찰의 법률적 판단에 대해서는 소속 상급지휘관이 당연히 수사지휘를 할 수 있다고 봐야 합니다.
문제는 박 대령이 과실 책임의 범위에 관해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에 대한 국방부 차원의 의견을 수사외압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법률적 판단만이 옳고 다른 판단은 ‘압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일부 언론과 야당은 박 대령의 입만 쳐다보고 그것을 ‘수사외압· 수사은폐’라는 취지로 동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은폐란 ‘사실 은폐’를 말하는 것이지, 법률적 판단에 대한 이견을 은폐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박 대령에게 사실 문제를 은폐하거나 왜곡하라고 지시한 사람은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 박 대령과 그의 변호인들도 사실상 인정하고 있습니다. 법 전문가들일텐데 기초적인 ‘사실과 판단’의 차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혹시 알면서 특정 목적을 위해 외면하는 건 아니겠지요?
박 대령이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항명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박 대령은 과실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지키기 위해 항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박 대령에게는 항명하기 위한 정당한 명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장차 박 대령에 대한 항명죄 재판에서 법리에 기초해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법부가 군 지휘관의 과실 책임 범위에 관하여 어떠한 판단을 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사회적 분위기는 채 상병의 사망에 대한 ‘희생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이나 사법부가 군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과도한 과실 책임을 요구할 경우 그것이 군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지휘관들은 과실 책임을 피하기 위해 위험에 대한 회피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렇게 되면 군의 근본이 무너지고 국방력이 약화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해병대의 사전 준비가 불충분했거나 현장 판단이 미흡했던 점이 있다면, 이 또한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합니다. 단, 여론재판이 아닌 법리에 의한 공명정대한 재판이 이뤄져야 합니다. 차제에 군은 다시는 이러한 불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끝으로 해병대 1사단 장병들은 지난해 포항지역 폭우 때는 물론 올해 폭우에도 구조와 복구에 헌신하였습니다. 해병대 지휘관과 간부들 누구도 사익을 추구한 사람이 없습니다. 수해 구조와 복구에 적극 참여했다가 발생한 책임입니다. 채 상병의 순직은 안타깝기 그지없는 불행한 사건이지만 군 지휘관과 간부들이 여론과 정치적 논란에 밀려 부당한 처벌을 받지 않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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