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이 함께하는 일 (이병철 시인)

큰 비바람 몰고와 휩쓸고 갈 것은 휩쓸어가고
넘어질 것은 넘어뜨리고
뿌려질 것을 뿌려뜨리고
물에 잠길 것은 잠기게 했다
그렇게 된 것에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 있다
휩쓸려갈 수 없는 것이 어찌 휩쓸려갈 수 있으며,
무너지지 않을 것이 어찌 무너질 수 있겠느냐
하늘 아래, 땅 위에 이루어지는 것 가운데
하늘과 땅이 함께 하지 않는 일은 없다
어제 그렇게 온 세상을 물에 잠기게 할 듯이 비를 퍼부었던 하늘이
오늘 티없이 말끔한 저 모습을 보아라
하늘 어디에도 상채기 하나,
비바람 몰아쳤던 흔적 없다
누구를 탓하고 무엇을 원망할 것인가
비바람에 쓰러졌던 풀들도 다시 허리를 곧추 세우고
뿌리 흔들렸던 나무도 다시 땅 속을 더 깊게 움켜쥔다
산다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이다
살아있기애 살아가는 것이다
감사와 기쁨과 할 수 있는 것이 할 일의 그 전부인 것은 이런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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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논설위원
hansimdang@par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