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고등어 두 마리에 들어있는 방사능물질 세슘137양은 방금 전 내가 까먹은 바나나 한개에 든 세슘양과 정확히 일치

중고교 시절 중국과 인도가 핵실험을 해서 비가 내릴 때 우산을 안 쓰고 다니면 방사능 물질이 비처럼 내려앉는다는 말이 있었다. 나는 비를 좋아해서 늘 비를 맞고 다녔다. 마음 한 구석에는 왠지 모를 불안감도 있었다. 인도나 중국의 핵실험 후 내린 비 걱정도 희석의 원리를 모른 해프닝이었다.

한국분들 걱정은 유별나다. 울 엄니는 걱정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가스불 연탄불을 다 확인하고서야 잠이 든다. 꿈속에서도 선생님말을 안 듣고 공부를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나를 걱정하신듯, "광조야 내 말좀 들어라"고 잠꼬대를 하셨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내가 걱정을 않겠다는 말도 있다. 걱정을 연구한 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걱정을 한다고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일은 10%도 안 된다. 60%는 걱정해서 될 일이 아니고 20%는 이미 일어났거나 끝난 일이다.

탈원전이 원자력과 방사선에 대한 걱정때문에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우리나라 분들은 진짜로 걱정해야 할 것은 안하고 걱정 안해도 될 것들은 끝끝내 걱정한다는 것도 알았다.

김익중 교수라는 탈핵운동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나고 태평양에서 잡힌 고등어는 300년간 먹지 말라고 어린 학생들과 주부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고 다녔다. 전국에 수천개 고등어 자반가게가 문을 닫았다. 고등어 값도 싼 데다 김익중이 괘씸해서 반년간 고등어 요리만 먹고, 동해안에 가서 고등어회도 배터지게 먹었다.

태평양 고등어 두 마리에 들어있는 방사능물질 세슘137양은 방금 전 내가 까먹은 바나나 한개에 든 세슘양과 정확히 일치했다.

김익중의 고등어 걱정은 방사능 물질의 특성을 탈핵운동가들이 만든 찌라시를 읽고 암기한데서 오는 해프닝이었다.

언젠가 강의장에서 만난 김익중에게 일부러 바나나 한 개를 까서 주어봤다. 그는 시장했는지 맛있게 허겁지겁 먹었다.

"김 교수, 태평양 고등어보다 바나나에는 방사능 물질 더 많이 들어있는데 유전자 변형 안 일어날지 몰라"

그 뒤로 찔린 데가 있는지 나만 보면 슬슬 피한다.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사안도 한국인의 걱정 안 해도 될 것은 걱정하고 걱정해야 될 이웃은 걱정하지 않는슬픈 우리 자화상이 빚은 해프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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