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치인이 아랫목에서 볏짚 속 균주로 발효하고 처마에 달아 바람에 잘 말린 ‘메주 된장’이라면, 요즘 정치인은 균주를 인위적으로 접종한 공장 조제 속성 된장이다

영화 '정직한 후보'의 한 장면...본 기사내용과는 무관함
영화 '정직한 후보'의 한 장면...본 기사내용과는 무관함

정치인은 소신도 전략적이고 정치적이어야 된다. 진정성? 그걸 누가 알아주나. 대중들은 늘 정치를 비판하지만 결국 TV와 신문기사, 그리고 유튜버나 SNS셀럽을 통해 정치를 대면한다. 결국 정치인의 이미지는 만들어지고 가공된 이미지다. 그걸 뒷받침하는 힘이 학·경력과 살아온 삶이고. 물론 살아온 삶도 가공되고 조작되지만.

정치적 소비의 속도는 3() 시절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빨라졌고 대중들은 더욱 표피적이고 인내심이 없어졌다. 과거 정치인이 아랫목에서 볏짚 속 균주로 발효하고 처마에 달아 바람에 잘 말린 메주 된장이라면, 요즘 정치인은 균주를 인위적으로 접종한 공장 조제 속성 된장이다. YS·DJ3,40년 정치로 대권을 잡았다.

문재인은 586들의 기획으로 2011운명이란 책 쓰고, 이듬해 20121'힐링캠프' 25회차 방송으로 떴다. 3개월 뒤 부산서 가장 편안한 동네인 사상구에서 금배지를 단 다음 그해 12월 대권에 출마했다. 입문 1년만에 대권후보가 된 초속성이었다. 물론 그걸 뒷받침한 힘은 학생운동과 노무현의 친구, 청와대 근무, 노무현 죽음을 발표할 때의 이미지였다.

안철수는 2009'무릎팍 도사' 141회차 방송으로 결정적으로 떴다. 이후 3년간 시골의사 등과 이미지 굳히기를 하고, 201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박원순에 양보 이미지를 연출하며 그해 대선 출마했다 11월 말 정권교체 명분으로 중도 사퇴했다. 이를 뒷받침한 힘은 서울대 의대 출신의 백신(V3) 개발자란 환상적 경력.

윤석열은 더 극적이다. 20199월 사모펀드 혐의 조국 법무장관을 막으려다 정권 눈 밖에 났고, 이를 항명으로 간주한 정권 실세들의 탄압을 버티며 '무능정권 심판'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20213월 사퇴, 6월 입당과 출마선언, 이듬해 20223월 사퇴 1년만에 대권을 잡았다. ‘초초속성대통령이다. 이를 뒷받침한 힘은 소신 발언과 뚝심 행보다.

이들에 비해 이재명은 겉으론 제법 그럴듯하다. 문제는 정치적 경륜이 아닌 성남의 풍족한 예산을 이용한 퍼주기 포퓰리즘, 다른 정치인들이 차마 하지 못하는 편법과 협잡, 노이즈 마케팅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대중에 각인시켰다. ‘조국 사태등으로 열 받은 진보착각층은 고구마 백개 입에 문듯한 이낙연보다 독한 사이다이재명을 선택했다. 이재명도 결국 기간만 길었지 균주를 인위 접종한 속성이긴 매 한가지다.

오랫동안 정치를 하다 보면 흙도 묻고 때도 끼는 게 인지상정인데, 우리 유권자 대중들은 그 흙과 때를 못 견뎌 한다. 정치인의 바지가랭이에 묻은 흙도, 발가락 사이에 낀 때도 다 경륜이고 정치적 자산이 되는데 우린 그걸 '잘못된 것'으로 여겨 외면한다. 세균이 들러붙고 곰팡이가 슬어야 발효되는데 우린 끊임없이 새로운 걸 찾는다.

, 물론 이재명 바지가랭이와 발가락에 묻은 건 똥이다. 이런 유권자가 단번에 바뀔 거 같나? OECD 문해력 꼴찌가 만든 극단적 진영화의 나라에선 진정성조차도 가공되고 조작된다. 문재인 막판 지지율 40%의 비밀은 거기에 있다. 물론 아무나 가공하고 조작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고 살아온 삶과 경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묵묵히 뚜벅뚜벅 걸어간다고 알아주는 나라가 아니다. 사실 한동훈의 대권후보 부상도 정상적인 게 아니다. 한 장관도 정치를 하려면 정치판에 들어와 검증을 받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 이 나라는 정상이 아니다. 당분간 정치의 인스턴트화를 벗어나기 힘든 구조다. 그래서 적어도 대권을 꿈꿀 정도의 지명도 가진 정치인은 '어떻게 보여지느냐'에 민감하고 그걸 만드는데 전략적이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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