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서양화의 이중섭과 박수근, 동양화의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은 국내의 대표적 화가로서 늘 미술애호가들의 관심대상이었다.

이중섭은 최고 인기화가였지만 언젠가는 박수근이 앞질러 리드할 것이라는 설과 청전 이상범도 세월이 가면 소정 변관식에게 자리를 내어 줘야 할지 모른다는 등등이다.

소정 변관식 선생 / 필자제공
소정 변관식 선생 / 필자제공

그즈음 한국을 방문한 동경화랑 야마모토 다카시 사장은 명동 화랑 김문호 사장의 안내로 국립현대미술관 등 중요 전시관을 둘러보고 난 뒤 한국에서 한 작가를 고르라면 단연코 시커먼 먹색으로 풍경을 대담하게 그리는 ‘소정 변관식’이라고 서슴없이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소정 변관식의 그림이 일본 사람인 자기가 봤을 때 가장 한국적 정취가 강렬하게 풍긴다는 것이었다.

동경화랑 야마모토 다카시 사장은 부동산회사로 돈을 벌어서 긴자 한가운데에 ‘화랑’을 오픈했다. 동경화랑은 주로 오늘날의 우리나라 단색화 화가들의 작품을 그 당시 대거 수용해 주었다.

명동화랑과 절친이었던 야마모토 다카시 사장은 팔리지 않는 한국 단색화 그룹의 화가들에게 개인전을 열어 주고 후원해줌으로써 세계미술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해준 공을 인정할 수가 있다. 아무튼 필자도 간혹 그때의 얘기를 떠올리며 화랑을 계속하던 중 그로부터 무려 40여년의 세월을 흘려 보내고 있다.

진양성외의 병풍중 부분도 / 소정 변관식
진양성외의 병풍중 부분도 / 소정 변관식

그런데 놀라운 것은 아직도 소정보다는 청전이 가격 면에서 무려 2배이상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변관식의 그림을 여전히 좋아하고 있지만 이상범의 그림도 옛날과는 달리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잔잔한 화풍 속에 깔린 작가정신의 도도함이 새롭게 돋보인다는 점이다. 얼핏 보면 액션이 전혀 없는 화풍인데 이런 류의 그림들은 대개 대중의 인기를 끌어내기가 힘들다. 청전은 그 고요한 화면 속에서 지루함과 무미건조함을 떨쳐버려 액션보다 더 강한 파워를 화면 전체에 깔고 있었다. 이러한 연유에서인지 그의 자리는 현재까지도 끄떡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림은 보는 사람의 취향과 기호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만큼 비록 2위(?)에 머물고는 있지만 소정 변관식의 예술 또한 우리나라의 귀중한 자산인 것은 틀림없다. 요즘 장안의 화제거리가 돼 있는 이건희 컬렉션 전시작품인 ‘진양성외(晋陽城外)’의 병풍을 다시 접하면서 압도하는 소정의 짙은 먹색 풍경화가 주는 감동을 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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