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여학생에게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면 대다수가 머리에 꽃으로 장식한 소녀의 얼굴을 그린다. 그만큼 이런 소재는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익숙한 이미지다.
머리에 꽃과 나비로 장식된 천경자의 ‘길례 언니’ 시리즈는 지난날 미술시장에서 최고의 인기품목이었다. 한때는 이중섭의 인기와 버금 갈 정도였으니까.

천 화백은 ‘길례 언니’시리즈 이후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침체된 작업에 스케치풍의 그림으로 신선감을 시도했다.
70년대 우리나라는 굶주림의 시대를 막 벗어나고 있는 시기였다. 박정희 정권이 시도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에 힘입어서 국민들의 시선이 외부의 세계로 관심이 싹틀 무렵이었다. 해외여행에 대한 붐도 이때부터 시작되었지 않았나 싶다. 미술유통과정에서 본다면 ‘길례 언니’ 이후의 아프리카 스케치 작품들을 찾는 애호가들이 드물어서 흥행적 측면에선 인기가 없었다. 미술시장에서는 오직 ‘길례 언니’작품만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도 작가는 아랑곳없이 ‘테네시 윌리암스를 추모하며 멍키바에서 1966년’ (종이채색, 32x41cm)같은 작품들을 제작해가고 있었다.
테네시 윌리암스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이 낳은 세계적 극작가이다. 우리에게 친근하게 알려진 작품으로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47년)를 떠올릴 수 있다.
윌리암스는 동성애자이다. 괴기스러운 소설 배경. 프로이드식 성적욕망 해석 등으로 현대 미국 사회의 복잡, 미묘한 인간의 삶과 심리상태를 파헤쳤다.
환상적인 화면을 추구해온 동양의 천경자 화백이 테네시 윌리암스의 흔적을 찾은 것은 흥미롭다. ‘천경자의 예술적 한(恨)’이 테네시 윌리암스의 고장에서 어떤 심경으로 서로 교차되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테네시 윌리암스를 추모하며 멍키바에서... 양손을 펼친것 만한 크기의 종이에 어쩜 저리도 많은 이야기와 소리가 들려오는 것일까요.
멋진 그림과 이야기를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