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
사람은 돈을 버는 방법이나
돈을 버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지라도
‘돈’ 자체는 좋아한다. 돈이 단일 척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돈이 최고의 덕목이며,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강호논객 윤일원
우리에게는 이수일과 심순애로 더 잘 알려진 신파극, <장한몽>, “아~, 사랑보다 진중배의 다이아몬드가 더 좋더냐?”의 이수일의 명대사, 자신을 버리고 떠나는 여인을 향한 울부짖음이다. 사랑보다 돈을 선택한 심순애, 여자란 그런 것인가? 과연 돈은 무엇일까?

돈, 인류가 처음으로 돈이라고 사용한 조개껍데기에서부터 중국의 청동, 조선의 엽전, 스페인의 레알, 영국의 파운드, 미국의 달러, 전자화폐인 비트코인에 이르기까지 돈은 모두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인간이 한낱 종이쪽지에 지나지 않은 ‘100달러’의 가치를 신뢰하지 않고, 중앙정부가 이를 보증하지 않는다면, 경제는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덧없지만 잠깐만에 우리는 극도로 가난하게 된다. 왜냐고, 이 수많은 물건을 물물교환하려면 거래비용이 물건 값도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때, 인간은 이 신뢰를 얻으려고 동 혹은 은, 금으로 화폐를 만들었다. 금의 가치는 영원히 변치 않을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의 매장량은 한정되어 있고, 금광이 곧 돈을 찍어내는 한국은행이 되어, 금광 발견에 혈안이 되었다. 하지만 금광의 발견과 채굴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 화폐가 경제의 성장 속도에 맞추어 통화량을 조정할 수 없었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드디어 대공황을 맞이하여 금을 화폐로 사용하는 일은 그만두고, 한낱 종이에 적힌 숫자에 불과한 돈을 사용하면서 국민에게 한 말이다.
“여러분! 이 나라의 금융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화폐와 금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국민 여러분의 신뢰입니다.”
정확한 핵심이다. 돈은 돈이 아니라 신뢰다. 돈의 본질은 우리가 그것의 돈이라 믿기 때문에 발생한 가치이다. 하지만, 간사한 인간은 신뢰는 믿을 수 없다. 또 누군가, 개인보다 상위집단인 국가가 보증하고, 국가 사이에 유통하는 돈은 국가의 상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이 보증해야 한다. 그 결과 5만 원은 영원히 5만 원이 되고 100달러는 영원히 100달러가 된다.
그렇지만, 인간은 신뢰의 상징인 돈을 벌기 위해서 신뢰를 저버리는 배신도 서슴지 않는다. 도대체 신뢰를 위해 신뢰를 저버리는 이 모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돈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 사람은 돈을 버는 방법이나 돈을 버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지라도 ‘돈’ 자체는 좋아한다. 돈이 단일 척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돈이 최고의 덕목이며,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진중배의 다이아몬드에 흔들리는 심순애처럼, 인간의 가장 고귀한 사랑조차도 돈이라는 허구의 신뢰에 넘어갈 정도이니, 흔들리는 것은 갈대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다.
요즈음 지갑에 돈이 없다. 비상용으로 얼마 넣고 다닌다. 그렇지만 쓸 일이 거의 없다. 핸드폰 하나면 충분하다. 카드를 핸드폰에 등록하여 사용하는 삼성 페이를 쓴다. 카드도 필요 없다. 과연 돈이란 무엇인가? 보이지 않은 ‘신뢰’만이 전파를 타고 공중으로 날아다닐 뿐이다.
요 몇 년 사이에 사이버 해킹이 급증하고 있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 이란, 러시아가 배후로 의심받는다. 이들이 왜 사이버 해킹에 눈독을 들일까? 바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중앙정부가 신뢰를 보증하지 않고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로 수많은 사람이 서로 거래를 보증하는 시스템이다. 가장 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운용된다. 금융의 권력을 국가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권력을 참여자 갖는 시스템이다. 완벽한 비밀이 보장된 화폐, 완벽한 유통이 보장된 화폐, 그것이 비트코인이다. 해커들은 불법행위를 비트코인으로 요구하고 그렇게 ‘달러’로 교환한다.
이 얼마나 모순인가? 가장 민주주의적인 방식이 가장 불법적인 해커들이 좋아하는 돈이라고? 어디 인간은 모순덩어리가 아닌 적이 있었던가? 노자의 말이다. “낳았으되 소유하지 말라(生而不有)” 어떻게 내가 낳은 자식을 내가 기른 작물을 내가 소유하지 말란 말인가? 이 모순을 극복해야 위대한 인간, 위대한 나라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