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이 불가능하고 조작 날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다 거짓말

박태영  HOLIX 창업자(IT 커뮤니케이터)

며칠 전 KBS 추적 60분에서는 무려 4조 원의 피해액을 발생시킨 KOK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KOK는 실제 일상에서 콘텐츠 소비에 쓸 수 있는 토큰이라고 홍보했다가 현재는 수사받고 있다.

한쪽에서는 테라-루나 첫 공판이 열렸는데 주요 쟁점 중 하나가 결제에 블록체인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허위로 홍보했는가 하는 부분이다.

시계를 돌려 필자가 학부생이던 2016년이었나, 서울대 모 행사의 테이블에 나는 앉아 있었다. 거기에 블록체인이 열 미래에 대해 열심히 말씀하시는 교수님을 보면서 몇 가지 반박을 했다. 그러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 교수님은 블록체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채 미래에 대해 홍보하고 계셨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점이 블록체인이 최신 기술 혹은 첨단기술이라는 것이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블록체인은, 아니 블록체인의 거의 유일한 애플리케이션인 분산 원장은 기존 기술에 비해 어떠한 우월성도 없다. 기존 시스템과 비교하여 해킹이 불가능하고 조작 날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다 거짓말이다. 기존 금융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모든 위험에 더해 채굴하는 사람 51%만 동의하면 모든 종류의 조작 날조가 가능할 뿐 아니라 그냥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독립적인 재판을 받을 방법도 없다. 이렇게 북한이 수조 원 해먹었다.

결제 사용도 애초에 불가능하다. 컴퓨터 공학과 2학년만 되어도 O(n^2)은 현실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배운다. 분산 원장은 애초에 O(n^2)이고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거래소가 존재할 때 간신히 O(nlogn)을 맞출 수 있다. 그런데 FTX를 보듯이 법원과 정부 대신에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거래소 트위터리안들에게 재산을 맡긴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다.

테라-루나 사태는 더 심각했다. SEC 소장에 보면 창업자들끼리는 결제에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서로 확인해 놓고도(그들은 와튼과 스탠포드 출신), 버젓이 외부에 가능하다 공표했다. VC들은 막대한 돈을 여기에 투자했다. 심지어 양성피드백 구조로 만들었다. 양성피드백 중에 안정적인 시스템은 없다. 2400년 전에도 알려진 내용이고 정부가 그렇게 빼고 싶어 하는 초월함수 미적분으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는 굴리는 물통을 쓴다고 한다. 흔히들 그 사회에 맞춘 '적정 기술'이라 부른다. 적정 기술은 그 사회를 벗어나면 별 쓸모가 없다. 서울 한복판에서 굴리는 물통으로 미래를 혁신하겠다는 사람을 만나면 다단계 사기꾼이라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법원도 없고 은행도 없고 경찰도 없는 극단적인 저신뢰 부족민들끼리 썼을 때만 쓸모가 있는 기술이다.

그런데 멀쩡한 금융시스템과 사법부를 가진 나라에서 블록체인으로 혁신한다는 얘기는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쓸 수 있는 곳 자체가 도박, 불법 포르노, 자금 세탁같이 저신뢰 부문밖에 없다.

그런데도 KOK나 테라 루나에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 교수라는 사람들, 전문 투자자라는 사람들까지 들러리를 섰다. 심지어 검찰이나 경찰도 사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테라 루나 KOK 피해액 합치면 44조 원이라는 전무후무한 세계 기록을 세우는데 이 사람들 책임은 없나?

당시 자살했던 담당 공무원은 아마 처음부터 중국처럼 코인 자체를 금지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금이 많이 도는 산업은 이 땅에서 죽지 않는다. 슈킹 당할 뿐.

나는 이 와중에 문과화 되는 교육과정이 너무 안타깝다. 지금도 이렇게 취약한데 앞으로 몇몇 사람의 신기술 타령에 전 국민이 속는 일이 더 자주 벌어질 것이다. 그러고도 금지하거나 처벌할 방법도 못 찾을 것이다. 이것이 옳은지 질문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세계 사기 범죄 1위 한국의 위엄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KOK_사건, #테라 루나_사태, #블록체인_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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