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월급은 그대로인데 달러로 환산한 내 자산은 이미 반토막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내 지갑 속 지폐가 스르륵 녹아내리고 있다. 환율 1506원. 국가 부도 사태에나 볼 법한 숫자가 전광판에 찍혔는데, 거리에선 비명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가 던져주는 몇 푼의 현금 지원금에 취해 국정 지지율은 평온하다. 끓는 물 속의 개구리가 온천욕을 즐긴다고 착각하는, 참으로 기괴한 집단 마취 상태다.
환율 폭탄이 터지자 관료들이 내놓는 변명은 언제나 똑같은 자동응답기다. 이란 전쟁 탓입니다. 글로벌 유가 쇼크 때문입니다.
헛소리다. 이란 전쟁 여파가 대한민국 여의도에만 떨어졌나. 중동 리스크는 전 세계가 똑같이 맞는 비다. 그런데 왜 유독 대한민국의 원화 가치만 브레이크 파열된 트럭처럼 곤두박질치는지, 그들은 절대 설명하지 않는다. 아니, 못 하는 것이다.
진실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다. 환율 1506원은 중동의 화약고가 아니라, 무능한 권력이 합작해 터뜨린 국내 정책의 뇌관 때문이다.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두 축인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이 완벽하게 파탄 난 결과다.
미국과 금리 차이가 역대급으로 벌어져 외국인 달러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도, 영끌족 가계부채 터질까 무서워 금리 한 번 제대로 못 올린 비겁한 통화 정책이 그 첫 번째다. 여기에 선거와 지지율을 방어하겠다고 빚을 내서 시장에 현금을 살포하는 미친 재정 정책이 두 번째다. 금리 방어선은 무너졌는데 시중에 돈은 넘쳐나니, 화폐 가치가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건 당연한 물리 법칙이다.
돈의 가치가 박살 나니 실물 자산인 서울 집값은 다시 미친 듯이 고개를 든다. 부자들 때려잡아 강남 아파트 살아보자던 환상은 진작에 끝났다. 이제는 평범한 월급쟁이들의 전월세 보증금마저 자고 일어나면 뛰어오른다. 내 월급은 그대로인데 밥상 물가와 주거비는 폭등하고, 달러로 환산한 내 자산은 이미 반토막이 났다. 매일같이 국민의 통장에서 실질 구매력이 도둑맞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도 여론조사 지표가 견고하다는 믿을 수 없는 뉴스가 사실이라면 그거야말로 이 비극의 하이라이트다. 권력이 인플레이션과 환율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금으로 내 통장에서 수백만 원을 조용히 훔쳐간 뒤, 그 돈의 아주 일부를 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쥐여주는데 국민들은 고맙다고 박수를 친다. 조삼모사를 비웃던 현대인들이, 정작 권력이 던져주는 도토리 몇 개에 자기 자산이 증발하는 줄도 모르고 환호하고 있다.
1506원이라는 환율은 단순한 경제 지표가 아니다. 국가가 합법적으로 당신의 지갑을 털어가고 있다는, 가장 차갑고 서늘한 영수증이다.
#미친환율, #환율15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