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폭주는 역설적으로 가장 찌질한 공포의 발로
[최보식의언론=박주현 객원논설위원(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진짜, 작작 좀 하라는 말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권력을 쥐고 국가 시스템을 허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쯤 되면 이건 정치가 아니라 국가 기관을 상대로 벌이는 맹목적인 두더지 잡기 게임이다.
타임라인을 보자. 불과 일주일 전, 그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혐의를 수사했다는 이유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증발시키는 '공소청법'을 통과시켰다.
사냥개의 목줄을 끊어버린 여권이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 타깃으로 삼은 곳은 서초동 대법원이다.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내렸으니, 아예 사법부 수장의 목을 쳐버리겠다는 거다.
탄핵소추안에 적힌 사유들을 읽다 보면 헛웃음이 터진다. 대법원이 7만 쪽에 달하는 소송 기록을 너무 짧은 기간에 처리했고, 조기 대선 일정에 맞춰 재판을 비정상적으로 서둘렀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기가 차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법원의 고질적인 병폐는 언제나 '지연된 재판'이었다. 선거 사범이 재판 지연을 악용해 임기를 다 채우는 꼼수를 막기 위해, 선거법 재판은 다른 어떤 재판보다 신속하게 처리하라는 것이 법의 명령이자 국민의 상식이다.
대법원장이 법의 명령에 따라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해 불확실성을 해소했더니, 이제 와서 그걸 탄핵 사유라 부른다. 재판을 질질 끌어서 범죄자에게 방탄조끼를 입혀주지 않은 것이 죄라는 소리다. 솔직해지자. 7만 쪽을 빨리 읽은 게 문제인가, 아니면 그 판결문의 결론이 당신들 보스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게 문제인가.
그들은 대법원의 정상적인 판결을 두고 총칼 대신 판결문을 동원한 '현대판 사법 쿠데타'라는 섬뜩한 프레임을 씌웠다. 언어의 타락이다. 판사는 원래 판결문으로 말한다. 판결문으로 쿠데타를 한다는 건, 목수가 망치질로 테러를 한다는 말만큼이나 황당한 소리다.
오히려 진짜 쿠데타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원칙을 쓰레기통에 처박고, 오직 한 사람의 정치적 안위를 위해 거대 의석이라는 다수결의 폭력으로 검찰청을 해체하고 사법부를 겁박하는 행위. 총칼 대신 입법권과 다수결 버튼을 동원해 국가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당신들의 그 짓거리가 바로 교과서에 나오는 제도적 쿠데타다.
검찰이 수사하면 검사를 탄핵하고, 검찰청을 없앤다. 판사가 유죄를 때리면 판사를 좌표 찍고, 급기야 대법원장을 탄핵한다. 다음은 어딘가?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하면 헌법재판관들을 탄핵할 텐가? 언론이 비판하면 언론사 셔터를 강제로 내릴 텐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 같지만, 이들의 폭주는 역설적으로 가장 찌질한 공포의 발로다. 정상적인 법치주의 시스템 안에서는 자신들의 과거 범죄를 방어할 논리도, 실력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감옥에 가기 싫어서 온 나라의 기둥을 도끼로 찍어 넘기는 이 저열한 B급 코미디, 이제 진짜 작작 좀 볼 때가 됐다.
#삼권분립 #법치주의 #정치논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