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인가 재정위험인가
[최보식의언론=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구 지역장]

호루무즈해협 봉쇄가 예상보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활성화를 위해 다시 돈을 풀 생각이다.
또 대다수 취약 부문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어 소득 지원 정책을 안 할 수 없다며, .취약계층,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전쟁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하게 편성하라고 지시했다. 지방에 더 대대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획기적으로 검토하란다.
결국 추경을 통해 다시 돈을 풀겠다는 것이다. 추경규모는 약 20조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통령이 의도했건 안했건 지방선거 전에 민생지원금 같은 '현금살포'를 또 할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예측이 맞아 떨어졌다.
작년에 반도체 경기의 슈퍼사이클로 추가로 걷힌 세금 규모가 약 10조 원이라고 한다. 지난 몇 년간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던 나라 살림살이가 오랜만에 여유를 찾았다. 게다가 지난 1월 국세수입은 52조9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조2000억 원 더 걷혔으니 올해 출발부터 아주 훌륭하다. 올해에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계속 된다면 추가로 더 걷힐 국세는 15-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아마도 대통령은 작년에 더 걷힌 10조 원과 올해 더 걷힐 최대 20조 원을 감안하여 추경을 해서 20조 원 규모의 민생지원금을 풀겠다는 의도 같다. 뭐, 국가의 수입이 더 들어오니 취약 계층 지원을 위해 더 돈을 쓰겠다니 명분은 그럴 듯해 보인다.
내심으로 지방선거가 코앞이니 돈을 더 풀어 그렇지 않아도 지리멸렬한 국민의힘을 이번 기회에 대구경북까지 뿌리 뽑아버리겠다는 야심이 담긴 조치일 수도 있다. 현재 국민의힘이 하는 꼴을 보면 대통령이 생각하는 대로 현실화될 것 같다.
그런데 돌아가는 국제정세를 보면 올해에 20조 원 국세가 더 걷힐 것이라는 전제가 잘못된 것 같다. 중동전쟁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세계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되면 수요가 줄어드니 물가는 떨어지고, 경기가 좋으면 수요가 늘어나 물가가 오르는 것이 정상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위험한 이유는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더 폭등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되기때문이다. 수요 감소는 생산 저하, 실업률 증가를 가져온다. 수요가 줄어드는데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생산 비용 증가로 인해 오히려 물가가 폭등한다.
유가가 폭등하고 세계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면 미국 테크기업들의 생산이 대폭 감소하니 HBM 등 고대역메모리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나고 반도체 불황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불황 사이클에 접어들면 재고가 쌓이고 가격이 1/5 이하 수준으로 폭락하는데 반도체 기업들은 적자를 보게 되니 반도체로 국세 수입이 늘어나기는 커녕 대폭 늘린 재정계획대비 대규모의 세수 결손을 가져온다. 그러면 또 다시 국채를 발행하여 세수 결손을 메꾸고 우리나라의 국채는 크게 늘어난다.
국채 이야기가 나왔으니 현재 우리나라 국채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현재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7% 수준으로 중동 전쟁 발발 후 0.25%p 가량 올랐다. 채권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의 하락을 말한다. 물가 상승에 대한 전망이 금리에 반영되면서 채권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된 것이다.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져 재정 부담이 늘어난다.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 시장금리도 따라 올라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과 자금 조달에 추가부담이 생긴다.
중동 사태가 아니어도 시장에 너무 많은 국채가 풀려 최근 국채 금리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년 전보다 0.93%p나 높아졌는데 중동전쟁으로 금리가 추가로 인상되고 있으니 정부의 이자 부담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 추경을 편성하면서 국채 발행 물량은 당초 계획 대비 30조 원 가까이 늘어나 올해 2월 기준으로 1300조 원을 넘어섰다. 2024년 1127조 원에서 2025년 1250조6000억 원으로 123조6000억 원이나 급격하게 증가했다.
잇따른 추경으로 국가의 채무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날이 갈수록 정부의 이자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이니 반도체 특수로 늘어난 국세 수입을 국채 상환에 사용하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그런데 추경을 해서라도 민생지원금으로 풀겠다니 놀랍고 비상식적 발상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추경을 하더라도 국채 발행은 하지 않겠다고 하던데 아마도 반도체업계의 슈퍼사이클이 계속된다는 전제에서 한 발언 같다.
위에서 우려한 대로 유가폭등으로 반도체 경기가 타격을 입는다면, 혹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이 끝나버린다면 구윤철부총리의 구상은 망상으로 끝나게 된다.
우리 가정에서도 돈이 더 들어올 것을 예상하고 돈을 땡겨서 사용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니 그런 짓을 안 한다. 세상 일이 어떻게 변할 줄 알고 돈을 미리 땡겨서 사용하나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우리 같은 일반 가정은 공돈이 생기면 대출이자가 무서워 빚부터 갚으려 하는데 정부는 개인 돈이 아니어서 그런지 아니면 정치인이라 그런지... 미래에 들어올 돈을 예측하고 그 돈을 땡겨서 사용하려 한다. 필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부디 대통령의 예측대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계속되어 더 많은 국세가 걷히기를 희망한다.
그런데 유가상승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나버리면 대한민국에는 채권 규모가 대폭 늘어나 재정파탄이 시작된다. 경제가 어려워져 채권을 감당 못 하면 최악의 경우 디폴트(채권불이행)는 아니어도 일시적인 국가부도 즉 모라트리움(Moratorium 지불유예) 사태가 일어난다.
모라트리움이 일어나면 국가 신용이 떨어져 대외거래는 중단된다. 그러면 자력으로 해결이 안 되면 IMF로부터 돈을 빌려와야 하니 제2의 IMF가 시작된다. 개인이나 국가나 그만큼 돈을 많이 빌리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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