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충돌은 예외가 아니라 필연
[최보식의언론=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준장)]

정책 결정자들은 호르무즈에 갇혀 있는 유조선과 국민들의 안위에 대하여 구출과 호송을 위한 파병 여부에 대하여 생각이 분분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길과 국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군사력은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군은 어떤 조건이나 여건을 핑계로 회피해서는 안 된다. '대양(大洋) 해군'을 부르짖으면서도 소해함이 연안작전용이라든지 대양을 건널 준비가 미약하다든지 하는 조건을 핑계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사태는 더 이상 외교적 긴장이나 제한적 충돌의 범주에 머물지 않는다. 이는 명백히 물리적 강제력이 작동하는 '전쟁 상태'이며, 이 현실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전략의 출발점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우리는 여전히 전장을 외면한 채 외교적 해법이나 국제적 중재 가능성에 기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전략가들이 명확히 지적하듯이, 전쟁이 발발한 이후 외교는 전장의 외부에서 작동하는 보조수단일 뿐이다. 전장을 지배하는 것은 오직 전투이며, 전략적 목적 역시 전투를 통해서만 달성된다.
정부가 가져야 할 첫번째 자세는 상황 인식의 전환이다. 지금의 사태를 '위기'가 아니라 '전쟁'으로 규정하지 않는 한, 모든 대응은 본질에서 벗어나게 된다. 전쟁을 '위기'로 축소하면 외교를 우선하게 되고, 전쟁을 '전쟁'으로 인식하면 전투를 준비하게 된다. 이 차이는 단순한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전략적 선택의 문제다.
앙드레 보프르는 그의 저서 ‘행동의 전략’에서 전략은 적의 병력을 파괴하는 기술이 아니라 적의 의지를 굴복시키는 행동의 예술이라고 강조하였다.
전쟁론은 ‘순수한 전략적 과업 수행’을 명확히 정의한다. 이는 외교적 타협이나 정치적 계산에 의존하지 않고, 군사력 투사와 전투를 통해 적의 물리적 저항력을 제거하는 행동 중심의 전략이다. 여기서 정부가 취해야 할 두 번째 자세는 행동 중심 전략으로의 전환이다.
첫째, 수단의 단일성이다.
전장에서 전략의 수단은 오직 전투뿐이다. 협상이나 압박은 전장 밖의 수단이며, 실제 통항을 보장하지 못한다. 따라서 정부는 군사력 투사를 '옵션'이 아닌 '필수'로 인식해야 한다.
둘째, 목적의 명확성이다.
전략의 목적은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적의 저항 능력과 의지의 파괴이다. 이는 소극적 방호에 머무르지 않고, 필요시 적극적 타격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셋째, 마찰의 수용이다.
전쟁에서 충돌은 예외가 아니라 필연이다. 따라서 정부는 충돌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충돌을 감내하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의 구조를 준비해야 한다. 결국 전략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며, 실행은 준비된 힘에서 나온다.
정부가 진정으로 전략을 말하려면, 외교적 언어가 아니라 군사적 행동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은 한국의 생명선을 조이게 되면 우리도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음을 상대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결론은 매우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 전장에서 가장 큰 실수는 정치적 당리당략, 외부책략, 그리고 상대의 선의에 대한 기대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정부가 취해야 할 세 번째 자세는 결단의 전략적 리더십이다.
현재 우리의 대응은 지나치게 정치화되어 있다. 국제 여론, 동맹국의 입장, 국내 정치적 부담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전장의 본질을 바꾸지 못한다. 전장은 냉혹하다. 힘이 없는 자유 통항은 존재하지 않으며, 의지가 없는 전략은 실현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는 다음과 같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 국민과 재산 보호를 위한 군사력 투사 의지의 명확화
- 호송작전 수행을 위한 압도적 전력 구성
- 공격 발생 시 즉응타격을 포함한 자위권 행사 준비
이는 단순한 군사적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존엄과 신뢰를 결정짓는 문제다. 결국 전략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순간, 그 어떤 외교도, 그 어떤 명분도 무의미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복잡한 전략이 아니라, 본질로 돌아간 전략이다. 전쟁 상태에서는 전투가 유일한 수단이며, 전투를 통한 승리만이 전략적 목적을 달성한다. 정부가 취해야 할 자세는 분명하다. 현실을 직시하고, 행동을 준비하며, 결단을 실행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요구받고 있는 '순수한 전략적 과업수행'의 국가적 자세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이러한 원칙을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실행체계로 제도화해야 한다.
첫째, 유사시 즉각적인 군사력 투사가 가능하도록 평시부터 작전계획과 전력구성을 상시 준비하고, 둘째, 외교·군사·경제 수단을 분리된 영역이 아닌 전투 중심의 통합적 국가전략 체계로 재편해야 하며, 셋째, 국민에게도 국가 생존과 직결된 사안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지지를 확보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병행해야 한다.
결국 '순수한 전략'이란 단순한 군사 행동이 아니라, 국가 의지·군사력·정치적 결단이 일체화된 실행체계이며, 이를 갖춘 국가만이 위기 속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고 생존을 넘어 질서를 설계할 수 있다.
군은 통수권자의 지시에 즉각 수명자세를 갖추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태세를 갖추고 출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하는 최상의 길이다. 살아 있는 자의 영광은 죽은 자의 희생 위에 서 있음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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