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적용한 죄목의 청구서를 가만히 뜯어보면 참으로 다정하고 스위트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서울경제 인터넷판 캡처
서울경제 인터넷판 캡처

1억 원을 주고 공천을 샀는데, 뇌물죄가 빠졌단다. 이 기적의 논리 앞에서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강선우 의원과 김경 전 시의원이 공천 헌금 1억 원을 주고받은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그런데 경찰이 적용한 죄목의 청구서를 가만히 뜯어보면 참으로 다정하고 스위트하다. 수뢰액이 3천만 원만 넘어도 징역 5년 이상이 떨어지는 무시무시한 '뇌물죄'는 쏙 빼주고, 형량이 훨씬 가벼운 정치자금법 위반만 살포시 얹어주었다.

경찰의 변명이 걸작이다. 공천 과정은 '공무'가 아니라 '당무'라서 뇌물죄 적용이 안 된단다.

아니,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는 의원 자리를 1억 원에 사고팔았는데, 그게 단순한 '당내 비즈니스'라고? 그럼 의회는 당원들끼리 회비 걷어서 '친목 사교 클럽'인가.

심지어 두 사람 말이 엇갈려서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데도, 경찰은 수사의 기본 중 기본이라는 대질조사조차 못 했다. 서로 얼굴 붉히면 피곤하니까, 그냥 각자 주장하는 말씀만 알아서 서류에 적어 보냈다는 뜻이다. 참으로 '콜레스테롤 제로'의 담백하고 유기농스러운 수사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이 따뜻하고 배려심 넘치는 경찰 수사를 보면서, 이재명 정권과 거대 여당이 왜 그토록 검찰을 없애려 안달인지 단박에 이해가 갔다.

정치인들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돈 1억을 받아먹어도 알아서 무거운 뇌물죄 꼬리표는 떼어주고, 진술이 엇갈려도 굳이 삼자대면 시켜서 진땀 빼게 만들지 않는 경찰. 범죄자에게 이토록 예의 바른 수사 기관만 남겨두고 싶지 않겠나. 먼지 털듯 압수수색 들어가서 기어코 뇌물죄로 엮어버리는 독한 검찰이 얼마나 눈엣가시였겠는가.

결국 그들이 외치던 검찰 해체는 '국민의 인권'을 위한 게 아니었다. 1억짜리 돈봉투를 '당무'라는 이름으로 예쁘게 포장해 줄 수 있는, 정치인들만의 안락한 VIP 무균실을 만들기 위한 보험이었던 거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자신들이 왜 독점적 수사권을 가져선 안 되는지, 그리고 왜 이 나라에 여전히 독 오른 검찰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어야 하는지를 온몸으로 증명해 주었다. 스스로의 한계를 투명하게 전시하며 검찰의 존재 이유를 완벽하게 입증해 준 경찰의 살신성인에, 헛웃음 섞인 박수를 보낸다.

부패한 권력이 가장 사랑하는 건, 무능하고 착한 수사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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