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의 신화, 현임의 감사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동아일보 웹페이지 캡처
동아일보 웹페이지 캡처

K-방역. 한때 이 나라를 사이비 종교처럼 지배하던 그 홀리(Holy)하기 까지한 마법의 단어. 근데 이 성스러운 신화의 밑바닥이 아주 시원하게 개박살 났다.

여기서 킬포인트는, 이 판도라의 상자를 빠루로 뜯어낸 게 보수 우파가 아니라 다름 아닌 '이재명 정부의 감사원'이라는 거다. 와, 이 우주적인 타이밍 보소. 이거 완전 전임 사장님이 평생 우려먹던 시그니처 메뉴 국통에 현 사장님이 오물을 들이부어 버린 격이다. "형님들, 이제 그만 좀 나대시죠?"라는 아주 스윗하고도 건조한 알림장인 셈.

감사원 리포트 읽다가 진짜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터졌다. 백신에서 곰팡이랑 머리카락이 나왔단다. 무려 1200건.

동네 김밥천국에서 라면에 머리카락 하나 나와도 아주머니가 "아이고 미안해라" 하며 계란 프라이라도 하나 얹어주는데, 국가가 꽂아주는 주사기에 곰팡이가 피었는데 질병청의 대처가 예술이다.

"제조사가 괜찮다는데요?"

그러고는 오염 우려가 있는 1420만 회분을 그대로 국민들 팔뚝에 풀악셀로 찔러 넣었다. 무슨 인체의 신비전도 아니고 '방역 선진국'이라는 삐까뻔쩍한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국민을 재고 처리용 인체 마네킹쯤으로 쓴 거다.

양복 입은 양반들의 밥그릇 핑퐁 게임은 한 편의 삼류 시트콤이다. 질병청이랑 복지부가 서로 '백신 결제 니가 하라'고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도입 시기를 한 달이나 말아먹었다. 그래놓고 유통기한 지나 쉰 백신을 놔주고는, 뒷수습하기 귀찮으니까 당사자들한테 "쉿, 비밀이야"를 시전했다. 완벽한 통제? 과학 방역? 까고 보니 그냥 공무원들의 '나 몰라라'와 실적주의가 빚어낸 웅장한 쓰레기장이었다.

근데 이 시점에 터진 감사 결과를 "아이고, 공무원들이 일 참 못했네~" 하고 순수하게 소비하면 여의도 정치판을 너무 뽀로로 수준으로 보는 거다.

지금 민주당 꼬라지가 어떤가. 친명과 친문이 당 깃발 꽂고 서로 멱살 잡으며 '캐삭빵(캐릭터 삭제 빵)'을 뜨는 중이다. 정청래를 필두로 한 구주류 형님들이 틈만 나면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들이받는 와중에, 현 보스 입장에선 저들의 영혼의 호크룩스인 'K-방역'을 "어, 그거 곰팡이 핀 사기극 ㅋ" 하고 박살 내버리는 것만큼 가성비 좋은 하극상은 없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전임 보스는 곰팡이 핀 주사기를 불로초라며 사기 쳐서 팔아먹었고, 현 보스는 그걸 빌미로 늙은 라이벌들을 시원하게 깰 수 있음을 과시한다.

만약 국힘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진작에 특검이 발의됐겠지만, 일단은 이 정도에서 멈추는 건 그저 '현직'의 파워를 보여주고 '전직'의 흠을 내는 것만으로도 메시지 전달 효과는 충분하기 때문이겠지.

그렇다고 정 없게 여태 '우리가 남이가' 원팀쑈를 해왔는데 하루아침에 대놓고 싸우면 모양새가 볼썽사나울 테니, 다만 선 넘으면 포토라인에 세울 수 있다는 메시지 자체가 위협일 테다.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불량 백신을 맞은 것도 억울한데, 그 분노마저 피 튀기는 집안싸움 꽃놀이패로 반강제 동원까지 당하고 있다. 진짜 이 징글징글하고 건조한 K-블랙코미디. 이쯤 되면 위장약을 씹어먹으면서 관람해야 할 판이다.

그나저나 그 백신의 부작용인지 국민들이 점점 멍청해지는 느낌은 그냥 느낌적 느낌이겠지?

 


#K방역신화 #감사원보고 #정치블랙코미디

저작권자 © 최보식의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