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늙고 잘 죽는 법... 엄상익 변호사의 '황금빛 노년 만들기'
[최보식의언론=엄상익 논설위원]

엄상익 변호사의 에세이를 묶은 책 '황금빛 노년 만들기'(도서출판 답게)가 지난 20일 출간됐다. 본지의 필자이기도 한 엄 변호사가 동해 바닷가 한적한 실버타운을 서재로 삼아 생생하게 써 내려간 황금빛 실버타운 체험기다. (편집자)
나이 칠십이 되면서 나는 스스로 세상에서 떨어져 나왔다. 노인 나라로 건너온 것이다. 2년 동안 동해 바닷가 실버타운에서 살았다. 완만한 죽음이 지배하는 노인 나라는 두 가지 공통된 과제가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즐기는 것과 어떻게 잘 죽느냐였다.
한 90대의 노인이 이런 말을 했다.
"인생 말년, 어둠이 내리기 직전 황혼이 반짝 빛나면서 세상을 황금빛으로 비추는 짧은 순간이 있어요."
노인은 은자 같은 표정이었다.
"대부분 그 순간을 놓쳐요. 계속 살 걸로 착각하고 돈이나 세상에 집착하죠. 그러다가 갑자기 죽음이 닥치면 당황하죠."
어둠이 오기 전 찰나의 황금빛 노을. 밭 속에 숨겨진 진주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 황금빛 순간을 잡으려고 이곳으로 왔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를 선물 받은 것 같아요. 파도 소리 들으면서 산책하고 살랑이는 바람결을 뺨으로 느끼면서 행복해하죠."
나에게도 그 순간이 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떠나온 세상에도 미련이 담긴 시선을 두고 있었다.
실버타운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던 80대 중반의 노인이 이런 말을 했다.
"부산 바닷가에서 작은 의원을 하며 평생을 지냈어요. 퇴직을 하고 동해로 왔어요. 부산의 바다도 좋지만 동해의 짙푸른 파도가 또 다른 맛이 있어요."
의사인 노인은 실버타운에서 무료 진료를 했다. 다른 노인에게 밥을 사는 걸 즐거워했다. 나와 함께 보트를 타고 바다 위를 달리면서 아이같이 좋아했다. 어느 날 그가 조용히 천국으로 옮겨 갔다.
부러웠다. 노인들의 소망은 잠자듯 조용히 죽는 것이다. 나는 죽음 앞에서 겁먹고 발버둥 칠까 봐 두렵다.
내 또래의 교장 부부가 있었다. 그 부부는 퇴직금으로 마련한 캠핑용 카니발을 타고 정처없이 돌아다니다가 이따금씩 실버타운으로 돌아왔다. 노년의 보헤미안 생활이 아름다워 보였다.
노인들은 바닷가의 조용한 실버타운을 저승으로 가는 대합실이라고 자조적으로 표현했다.
거기서 묵묵히 차를 기다리는 노인들을 보았다.
돈도 지위도 외모도 더 이상 아무 의미가 없었다. 남은 것은 그가 평생 길러온 내면의 인격 뿐이었다.
노인 나라의 단체생활이 나와 맞지 않았다. 그곳은 또 다른 세상의 축소판이기도 했다. 벌은 단체를 좋아 하지만 나비는 혼자 날기를 즐긴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의 집을 마련했다. 투명한 창을 통해 보이는 바다와 서재는 나의 천국이다. 여기서 성경을 보고 시편을 필사하고 글을 쓰고 북을 두드린다. 그게 나의 기도다.
실버타운에서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그때그때 작은 글로 썼다. 출판사에서 그걸 모아 '황금빛 노년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만들어 주었다. 감사하다.
나의 '글빵집' 인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노인들 중에서 혹시 필요한 분이 있으시면 선물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책이란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그 의미가 있다. 성함과 주소를 알려주시면 좋겠다. 내가 출판사에서 책을 구입해서 보낼 예정이다. 오랫동안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마음의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건 즐거운 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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