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한 국제 정세 속에서 강한 리더를 바란 민의의 현실주의로 보는 것이 타당
[최보식의언론=윤우열 기자]

다카이치 총리가 이끈 자민당이 8일 치러진 조기 총선(중의원 선거)에서 전체 465석 중 개헌안 발의선이자 전체 3분의 2인 310석을 상회하는 316석을 차지했다. 기존 의석수 198석과 비교하면 118석이나 늘었다.
이는 1955년 창당한 자민당이 나카소네 야스히로 정권 때인 1986년 총선에서 얻은 역대 자당 최다 의석 304석을 넘은 것이다.
아베 전 총리도 2012년 재집권 이후 총선에서 매번 자민당 대승을 주도했지만 당시 300석을 못 넘겼다.
우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면에 게재된 정치부장 칼럼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역대급 대승에 대해 "무엇을 겨루는지 보이지 않는 선거였기에, 이성적인 논의보다 감정에 휩쓸리는 '정동(情動)의 정치'라고도 할 수 있다"며 '사실상 백지 위임이라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라며 "국민들은 오히려 개별 정책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일본 전체를 이끌 리더를 적극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에서 발언력을 얻으려면 지도자에게 강력한 국내 기반이 필요하다"며 "이는 제2차 아베 신조 정권에서 배운 교훈"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이러한 구도를 고려할 때, 총리의 '강한 경제' 발언이 받아들여진 배경은 '여론의 우경화' 등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엄중한 국제 정세 속에서 강한 리더를 바란 민의의 현실주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반면, 중도좌파 성향인 아시히 신문은 "SNS 선거의 확산으로 정치에 대한 접근 방식이 급변하는 가운데, 강력한 권력 구조가 탄생했다"며 "절제되고 품위 있는 정치를 만들 수 있을까. 민주주의의 중대한 고비임을 각오해야 한다"고 했다..
아래는 일본 아사히와 닛케이 각 신문의 1면에 게재된 각 해당신문 정치부장의 칼럼 전문이다. '
* 아사히 신문 <강대한 권력, 절제 있는 정치를…총선> 정치부장· 마쓰다 교헤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중의원 해산에 즈음해 "총리로 괜찮은지 여부를 국민 여러분께 결정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한 대로 '신임 투표'로 이끌어 압승했다. 선거전은 다카이치 씨의 독무대였고, 대항축을 노린 신당 중도개혁연합은 받아줄 그릇이 되지 못하고 참패했다.
현직 총리가 개인적 인기를 내세워 선거에서 승리하고 정권 기반을 공고히 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다. 다카이치 씨는 자민당 내 파벌이나 공명당 같은 제동 장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1강' 체제를 확립했다. 그 권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시대를 가르는 것이다.
그러나 총리 연임에 대한 지지가 정책까지 통째로 신뢰한 것은 아니다. 선거 중 다카이치 씨의 연설은 '적극적 재정'이 중심이었고, 스파이 방지법을 비롯해 자신이 '국민의 여론을 양분한다'고 한 강경파 성향이 강한 정책에 대해서는 많이 언급하지 않았다. 헌법 개정 논의를 포함해 국가의 존재 방식을 바꾸는 주제를 숫자의 힘으로 무마하는 정치는 용납될 수 없다.
엔저와 관련된 '호쿠호쿠' 발언 같은 위험성은 계속 따라다닐 것이며, 시장으로부터의 경고가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소비세 감세의 방향과 재원, 미중과의 관계 설정, 안보 정책 재검토 등 신중한 논쟁이 필요하다.
자민당의 승리는 급조된 신당의 역량 부족과 기대감 부재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비자금 문제에 연루되면서도 다카이치 인기에 힘입어 복권한 의원도 있다. 파벌의 부활이나 대승에 따른 '오만'이 드러나면 정치 불신이 다시 높아질 것이다.
참패한 중도에서는 비례구에서 우대받은 공명이 살아남았고, 소수 여당의 호기를 살리지 못한 입헌이 침몰했다. 합의를 도모하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야당이 정권에 아부하기만 한다면 국회는 기능하지 못할 것이다. '1강'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 재고하는 작업이 야당 재건의 첫걸음이다.
SNS 선거의 확산으로 정치에 대한 접근 방식이 급변하는 가운데, 강력한 권력 구조가 탄생했다. 절제되고 품위 있는 정치를 만들 수 있을까. 민주주의의 중대한 고비임을 각오해야 한다.
* 닛케이 <힘의 시대"의 강한 경제> 정치부장 사토 오사무
정책 쟁점은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총리의 예고대로 '다카이치 사나에에게 국가 경영을 맡길 것인가'를 묻는 선거였다. 그리고 유권자는 총리에게 강력한 권력을 집중시키는 길을 선택했다.
무엇을 겨루는지 보이지 않는 선거였기에, 이성적인 논의보다 감정에 휩쓸리는 '정동(情動)의 정치'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상 백지 위임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국민들은 오히려 개별 정책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일본 전체를 이끌 리더를 적극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닐까.
일본이 선거를 치르던 한 달여 사이 세계는 격변했다. '힘이 곧 정의'라는 약육강식의 세계다. 연초 베네수엘라를 공격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그린란드 영유에 의욕을 보인다.
미국, 중국, 러시아가 타국을 깎아내리는 야만적인 세계다. 유럽 각국과 캐나다는 순식간에 중국과 가까워졌다. 일본의 미래에 모두 불안을 품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발언력을 얻으려면 지도자에게 강력한 국내 기반이 필요하다. 제2차 아베 신조 정권에서 배운 교훈이다. 이번에는 애초에 다카이치 씨 외에 총리 후보로 명확히 이름을 올린 당수는 없었다.
이러한 구도를 고려할 때, 총리의 '강한 경제' 발언이 받아들여진 배경은 '여론의 우경화' 등으로 설명할 수 없다. 엄중한 국제 정세 속에서 강한 리더를 바란 민의의 현실주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총리는 이번에 얻은 압도적인 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내정의 인기몰이보다 국제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정책에 투자해야 한다.
우선 강력한 재정을 지향해야 한다. 지난해 말부터 일본은 엔저와 장기 금리 상승 등 시장의 공세에 노출되었다.
대부분의 정당이 소비세 감세를 주장했고, 적자 국채 증발론도 두드러졌다. 미국 재무장관이 일본의 금리에 개입했고, 금융기관은 선거 중 총리의 발언에 경종을 울리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시장이나 타국의 개입·관여를 허용하는 일본이 강한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제삼자에게 휘둘리고, 틈을 타는 위험과 약점을 안고 있는 나라로 괜찮은가. 격동의 세계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재정이 일본의 생존 조건이 될 것이다.
총리는 초당파적 국민회의를 열어 사회보장 및 세제 일체 개혁, 급부금 부가 세액 공제, 소비세 감세를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책임 있는 재정이라면 고통을 수반하는 개혁도 필수적이다.
각 정당이 포퓰리즘에 치우쳐 재정 신뢰를 훼손하는 선거는 끝났다. 이제 공동 책임으로 허점 없는 나라를 만드는 단계다.
과거 아베 총리는 선거에서 대승한 후 안보 법제를 성립시키고 소비세율을 인상했다. 충분한 정치적 기반을 확보한 정권은 여론을 양분하는 인기 없는 정책에도 임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
다카이치 총리에게는 '힘의 시대'에 걸맞은 리더십을 발휘해 강력한 재정 구축에 도전해 주길 바란다.
#다카이치 총리, #자민당대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