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말씀을 알아들으려면 국어사전이 아니라 '이재명어(語) 해독기'라도 돌려야 하나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KN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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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글에 달린 댓글 하나를 지웠다. 굳이 내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서였지만, 그 기가 막힌 논리는 박제해두고 싶을 만큼 창의적이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대통령이 1월 21일에 퇴직연금 기금화가 가짜뉴스라고 한 건, 기금화 자체가 없다는 게 아니라, 기금화해서 환율 방어나 주가 부양에 쓴다는 내용이 가짜라는 뜻이었다." 그러니 필자에게 대통령의 진의를 오독하지 말란다.

아, 그렇습니까? 제가 미처 몰라 뵀습니다. 대통령 말씀을 알아들으려면 국어사전이 아니라 '이재명어(語) 해독기'라도 돌려야 하나 봅니다.

일반 국민이 대통령의 "가짜뉴스다"라는 말을 들으면 "아, 안 하겠구나"라고 생각하지, "아, 하기는 할 건데 그 돈으로 환율만 안 막으면 되는구나"라고 복잡하게 꼬아서 해석해야 하나?

이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급의 말장난이다. 국가 지도자의 언어는 명확해야 한다. 국민이 오해하게 말했다면 그건 청자의 귀가 먹은 게 아니라, 화자의 혀가 꼬인 거다.

백번 양보해서 그 지지자의 말이 맞다고 치자. 국민연금이 주가 부양에 쓰였다는 게 오해고 억울하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꽁꽁 숨겨둔 '국민연금 국내 주식 회의록'을 지금 당장 공개하면 된다.

2030년까지 봉인해두고 "나 믿어줘"라고 하는 건, 시험 때 커닝 안 했다면서 답안지는 금고에 숨기는 학생과 똑같다. 떳떳하면 까라. 투명하게 공개하면 오해는 봄눈 녹듯 사라질 텐데, 왜 굳이 '비밀'이라는 커튼 뒤에 숨어서 의심을 키우나.

무엇보다 우리가 이 정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는 건, 내 독해력 탓이 아니라 당신들의 '전과(前科)' 탓이다. 설탕세 ,"합의문이 필요 없을 만큼 잘됐다"는 건 왜 방어를 못 하겠나?. 말 나온 김에 기억나는 것만이라도 다 해볼까?

"탈원전이 살길"이라더니 슬그머니 "AI엔 원전 필수"? 야당 시절부터 "핵은 위험하다", "판도라 안 봤냐"며 탈원전을 종교처럼 떠들던 분들이, 정권 잡고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급이 비상이 걸리자마자 태세 전환했다.

"재생에너지만으론 부족하니 원전 가동률 높이자." 현실을 인정한 건 칭찬할 일이지만, 그렇다면 과거 자신들이 원전 생태계를 박살 내고, 전문가들을 적폐로 몰아 감옥 보냈던 것에 대해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 아닌가? 사과는 쏙 빼고 "원래 우리는 실용주의였다"라며 뻔뻔하게 말을 바꾸는 것, 이게 거짓말이 아니면 뭔가.

"후쿠시마 오염수"는 짜쳐서 말도 꺼내기 싫다.

"기본소득 재원 충분"하다더니 "전 국민 15만 원도 빚내서"?

대선 때 "나랏돈 아껴서 기본소득 하겠다", "증세 없이 가능하다"고 큰소리 뻥뻥 쳤다. 막상 뚜껑 열어보니 어떤가. 예산 다이어트는커녕 펑펑 쓰다가 재정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고작 전 국민 15만 원 뿌리는 것조차 국채 발행해서 미래 세대 빚으로 떠넘겼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많다"고 했었지? 정작 집권하고 나니 그 도둑이 누군지 본인들만 모르는 눈치다.

진짜 양심에 손을 얹고 입만 열면 앞뒤가 다른 '양치기 정부'가 아니라 부정할 수 있냐는 말이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쳐도 아무도 안 믿는 건, 마을 사람들의 의심병 때문이 아니라 거짓말을 밥 먹듯 해온 양치기 소년의 업보라는 걸 아직도 모르는가.

제발 부탁인데, 말꼬리 잡고 늘어지며 쉴드 칠 시간에 대통령에게 가서 전해라.

"국민들이 오해할 말장난 좀 그만하시고, 억울하면 회의록 까시라"고. 신뢰가 바닥난 통장에서 인출할 수 있는 건 '지지'가 아니라 '분노'뿐이다. 이걸 우리 탓으로 돌리는 건 너무 비겁하지 않나.


#말장난정치 #국민연금논란 #신뢰의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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