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 보급율에 대한 치명적 오해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최보식 촬영
최보식 촬영

주택은 사유 재산이다. 그것을 "자유시장 경제한다"는 나라에서 소유에 대해 정부가 통제권을 갖고, 담보 대출을 할 권리를 함부로 제약해서 금융의 자유를 침해하는 이러한 일이 하도 오래 지속하니까 이게 당연한 것처럼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적 경제적 자유를 제약하는 일은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없는 일이다.

한국은 정파를 떠나서 "부동산 사회주의"에 일정 부분 동의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나라다. 나는 보수 정파가 시장 경제의 원칙과 철학에 입각한 부동산 정책으로 차별화해서 경쟁하는 것을 보고 싶지만 그런 일은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다.

최근 보수권 정치인 한 분이 "개인의 다주택 보유는 금지하고 법인에 한 해서만 허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게 무슨 효과가 있을까? 법인의 소유주들은 결국 개인이다. 개인이 소유하든, 개인이 주주 (소유주)인 법인이 소유하든 그것이 시장에 임대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주택을 소유한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임대 소득에 대한 법인과 개인의 소득세나 등록세의 차이를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비판과 규제를 당연시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집의 공급은 충분한데 소수가 다주택을 소유하고 있어서 집값이 오르고 다른 사람들이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축소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서울, 경기)의 주택 보급율은 허수다.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입안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주택보급율은 주택 수를 주민등록상의 세대 수로 나눈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주택 보급율이 다른 선진국과 크게 다른 이유는 주택의 질과 위치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땅 넓은 선진국의 단독 주택 중심이 아니라 아파트(공동 주택) 중심으로 되어 있다.

문제는 한국의 주택이 경제 개발의 진척에 따라 너무나 다른 사양의 주택들이 공급되어 왔다는 점이다. 농경시대에는 농가가 표준 주택이었고, 산업 개발 초기의 도시는 연립주택이 표준 주택이었다.

아파트가 등장했던 80년대 초에는 가구당 5명 이상의 가족을 위한 아파트에 자가용 자동차가 사치품이던 시절이라서 주차장도 충분히 준비되지 않는 집들을 지었다. 80년 초에 지은 강남의 은마아파트 등이 이러한 아파트다. 연립 주택(빌라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힌 집들)이나 주차장이 없어서 출퇴근 시간에 대혼란을 겪는 이러한 주택들은 4만불 시대의 젊은 세대들이 살 수 있는 품질의 주택이 아니다.

모든 주택을 같은 주택으로 보고 주택 보급율을 계산하고 외국과 비교하는 일은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일이다. 선진국의 단독 주택의 사양은 큰 변화가 없다. 그래서 오랫동안 수리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직장과 교육의 기회와 가족 구성원의 급격한 변화에 부응하는 주택은 극히 적은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러한 소비자들에게 외면 당하는 주택을 다 포함하고도 서울의 주택 보급율이 9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평균 주택 보급율은 110% 정도다. 도시에 주택 보급율이 105-109% 이하로 떨어지면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주택 보급율이 100%라는 것은 모든 주택이 점유되어 있어서 이사할 사람들이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이 없다는 뜻이다.

외국 주택 정책을 수립할 때 우리와 같은 주택 보급율 대신에 '주택 소유율'이나 '공급 부족량'을 더 직접적인 지표로 삼는다. 그 이유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1) 필수적인 공실(Healthy Vacancy)의 필요.

주택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이사, 수리, 매매 대기 등을 위해 전체 주택의 약 5~10%는 항상 비어 있어야 한다. 등기상 주택이라고 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리모델링 중인 주택도 등기상으로는 주택이다.

(2) 세컨드 하우스 비중.

우리는 부정하고 죄악시하지만 부유층이나 두 도시를 오가며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세컨드 하우스가 필요하다. 미국 전체 주택 중 약 600만 호 이상(약 5%)은 실거주용이 아닌 별장이나 세컨드 하우스다. 이 주택들은 보급률 계산에는 포함되지만, 집이 필요한 가구에게는 공급되지 않는 물량이다.

(3) '형성되지 못한 가구(Pent-up Demand)'의 역설.

주택 보급율의 최대 문제점은 가구 수 정의의 문제다. 집값이 너무 비싸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와 함께 살거나(캥거루족), 룸메이트와 집을 공유하는 인구가 많다. 만약 주택 공급이 충분해져서 이들이 모두 독립한다면 가구수가 급증하여 보급률 수치는 즉각 하락하게 된다. 즉, 현재의 보급률은 수요가 억제된 상태에서의 수치다. 특히 서울은 이점이 심각하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인구 유출이 일어나는 이유가 부동산 가격 때문이다. 즉 서울의 가구 수는 경기도에서 서울 진입을 노리는 많은 가구수가 제외된 것이다.

(4) 외국인 가구의 제외. 한국에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이 이미 대전시 인구를 능가했고 이들의 상당수가 수도권에 살고 있다. 주민등록상의 가구수에 빠져 있는 수요다.

(5) 가구수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주택정책

한국은 무주택 가구에 주택 시장에서 특혜를 준다. 청약이라는 제도로 구매 가격과 기회에서 차별적 대우를 하는 가격 통제를 정부가 하고 있다. 그래서 서류상으로 독립 가구를 만들어야 유리하다.

이번 기획예산처 장관 청문회에서 보듯 때로는 가족 구성원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기도 하여 제도에 따라 얼마나 사람들이 민첩하게 대응하는지를 보여 주었다. 이러한 주택 공급 시장의 규제가 우리나라의 가구 수이 허수를 더하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한국, 특히 수도권의 주택 보급율은 정책 수립에 참고가 되어서는 안되는 헛점 투성이의 통계 지표다.

이러한 사실을 무시한 채로 주택은 충분한데 다세대 소유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독한 왜곡은 수십 년 째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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