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국무총리가 이렇게 널널한 보직인가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최보식 편집인]

공직자의 처신은 말이 아니라 '발'로 증명된다. 위기의 순간, 혹은 개인적인 비극의 순간에 그가 어디에 서 있는가가 그 사람의 그릇을 말해준다.
시계를 2018년 3월로 돌려보자.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는 모친상을 당했다.
92세 노모의 별세였다. 장남인 그에게 닥친 가장 큰 슬픔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10시, 그는 빈소가 아닌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장에 앉아 있었다. 부고(訃告)도 내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국정에는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국무총리라는 직책의 무거움 때문이었다. 그는 눈물을 삼키고 의사봉을 잡았다. 그것이 공직자의 도리였다.
그런데 2026년 현재, 김민석 국무총리의 행보는 우리의 상식을 파괴한다. 그는 진영 대표 정치인 장례에 무려 5일간 상주를 자처했다.
정말좋게 평가해봐야 정치적 동지, 그저 진영의 유력 인사일뿐. 일반인이라면 5일동안 자리를 지키던 거기서 무슨 짓을 하던 내가 무슨 알빠인가? 그런데 일국의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가 저러니 문득 원래 국무총리가 이렇게 널널한 보직인가라는 궁금증과 촌각을 다투는 국정 현안이 안 생길거라는 확고한 믿음은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가 싶다.
그저 “내가 이 진영의 적통이다”라고 과시하려는 5일간의 퍼포먼스고 결국 그에게 총리직은 국가를 운영하는 자리가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간판’에 불과한 모양이다.
더 기이한 건 이를 바라보는 지지층의 침묵이다. 만약 보수 정권의 총리가 진영 유력 정치인 장례식장에 5일간 죽치고 앉아 결재 서류를 미뤘다면,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국정이 마비됐다”, “총리가 한가하냐”며 광화문으로 뛰쳐나갔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김 총리의 기행(奇行)을 보며 아무런 말이 없고 그렇다고 애도 분위기가 높은 것도 아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국가 시스템’보다 ‘진영의 의리’가 상위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건가?. 우리 편끼리 챙겨주는 것이 곧 정의이고, 국정 공백 따위는 알 바 아니라는 태도. 공적 마인드가 실종된 팬덤 정치가 낳은 괴물 같은 풍경이다.
정상적인 시각으로 아무리 이해하려 노력해도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이 그리 녹녹한 편인가? 백번 양보해도 총리는 대한민국 행정부의 컨트롤타워다.
세금으로 월급 받는 ‘상조회장’이라. 공사(公私) 구분조차 못 하는 자가 총리고 그 걸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진영과 언론, 나라 꼴이 상갓집보다 더 어수선한 건 당연한 일이다.
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Muzla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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