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의 '비주류 숙청' 재현... 아직도 조선시대에 살고 있나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북한 노동당이나 진배없는 한국의 정당 민주화 언제나 이루어질까?
국힘당이 '비주류 숙청'을 다시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에 대한 숙청이 그 정권 몰락의 서막이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는 태도다.
한국 정당 정치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비주류 숙청' 또는 '이견에 대한 징계' 현상은 정당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정말 후진적이고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가 아직도 우리 정당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서구 정당들과 비교할 때, 한국 정당들은 윤리위원회를 동원해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해 축출하는 차이점을 보인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 역시 정당 규율(Party Discipline)은 존재하지만, 그 적용 방식과 철학에서 한국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나는 미국에서 오래 살면서 이런 징계의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
미국 정당(민주당, 공화당)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가진 인사들이 모인 '느슨한 연합체' 성격이 강하다.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Cross-voting)이 비교적 자유로우며, 이를 이유로 당적을 박탈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미국의 정당의 문호는 활짝 열려 있다. 무소속의 샌더스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에 참여하는 식이다. 누구나 당원으로 등록할 수 있고, 당 지도부가 강제로 내보낼 법적 권한이 없다. 사실 당원 명부도 없다. 언제나 자신이 특정 정당의 당원이라고 선언하는 것으로 끝이다. 무슨 권리당원이니 당비니 하는 것도 없다.
당적을 뺏을 수는 없으므로, 미국 정당들이 하는 징계적 행위는 다음과 같다. 당 차원에서 "이 사람은 우리 당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공식 선언하거나, 선거 자금 지원을 끊는 경우다. .
리즈 체니와 애덤 킨징거 공화당 하원의원은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민주당이 주도하는 진상규명위원회에 참여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이들에게 '견책(Censure)'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당신들의 행위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정치적 선언일 뿐이다. 당적은 어쩔 수 없으니, 당의 선거 자금 지원과 조직적 지원이 끊겼다.
결국 리즈 체니는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고, 킨징거는 불출마를 선언하며 사실상 정계에서 밀려났다. 지도부가 쫓아낸 것이 아니라, 당내 경선이라는 투표를 통해 당원들이 심판하게 유도한 것이다. 당이 특정인의 사유물이 아니라 당원들이 결정하는 것이 민주적 가치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당의 의견과 다른 입장을 반복적으로 취할때 원내 정당 지도부가 상임위 배정을 배제하는 것이 당권파가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실질적 징계다.
공화당 하원의원이었던 스티브 킹은 백인 우월주의를 옹호하는 발언("백인 국수주의가 왜 모욕적인가?")을 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그를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배제했다.
한국이라면 윤리위를 열어 '탈당 권유'나 '제명'을 했겠지만, 미국 공화당은 그가 '공화당 간판'을 달고 있는 것 자체는 막지 못했다. 다만 의회 내에서 아무런 힘도 못 쓰게 만들었고, 결국 다음 경선에서 패배했다.
더 극단적 사례 가 있다. 악명 높은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의 전 지도자 데이비드 듀크는 1989년 공화당 소속으로 루이지애나 주 의원에 출마했고, 이후 주지사 선거에도 나갔다. 당시 조지 H.W.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는 기겁하며 "그는 공화당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성명을 발표하고, 오히려 상대방 후보(민주당 등)를 찍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그가 '공화당(Republican)'이라는 이름을 걸고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법적으로 막을 수 없었다.
영국이나 독일 등 내각제 국가의 정당은 미국보다 정당 규율(Whip System)이 강하다.의원들이 당론을 따르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원내 투표 행위'에 대한 통제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징계 절차는 매우 엄격한 법적·절차적 정당성을 요구한다. 단순히 지도부의 노선에 반대했다고 해서 윤리위를 열지 않는다. 이런 개념 자체가 없다. 단순한 정치적 견해 차이, 지도부 비판, 정책 반대는 제명 사유가 되지 못하다.
당내에 다양한 정파가 존재하는 것은 정당의 속성이고 그런 다양한 정파가 있어야 다양한 국민이 정당을 폭넓게 지지할 수 있다. 이견은 토론과 타협의 대상이지, 징계와 축출의 대상이 아니다. 출당 조치는 당의 존립을 위협하는 심각한 해당 행위나 법적 문제에 국한된다.
우리는 민주적 기본 질서를 '다수결 원칙'으로 착각한다. 다수결은 얼마든지 독재로 갈 수 있다. 민주적 기본질서란 '표현의 자유'와 '이견을 가질 (양심의) 권리'가 법적으로 강력히 보장되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정치와 정당 활동은 기본권에 속하는 것이다. 정치란 개인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이다. 내가 원하는 사회, 내가 원하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나의 의견과 표를 행사하는 것이 정치다. 그 수단은 정당이다. 그런데 당권자들이 당원을 축출하는 것은 이러한 기본권에 대한 심대한 침해로 '반헌법적'이라고 봐야 한다.
한국 정당의 징계 관행이 서구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사법적 절차의 흉내만 낼 뿐, 실제로는 '정치적 숙청'의 도구로 쓴다"는 점이다.
서구에서는 인종차별, 성범죄, 횡령 등 명백한 비위 행위가 징계 대상이지만, 한국은 "당론 위배"나 "지도부 비판"을 포괄적인 '해당 행위'로 규정하여 징계한다. 이는 정당 이전에 개인의 헌법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침해'이자 '비민주적 정당 운영'이다.
서구는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국가의 민주주의도 지킬 수 없다는 확고한 법적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서구 정당에서 정당은 공적 기구로서의 성격이 강하지만, 한국에서는 특정 지도자나 주류 세력의 '소유물'로 인식된다. 윤리위원회가 독립적인 심판 기구가 아니라, 주류 세력의 의지를 관철하는 집행 기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당을 공공의 자산이 아닌 '사적 결사체'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 정당은 정책과 가치를 중심으로 뭉치지만, 한국 정당은 인물과 계파에 대한 충성심이 징계의 잣대다. 당론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당의 정체성 훼손'이 아닌 '지도자에 대한 항명'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건강한 정책 토론이 사라지고 맹목적인 충성 경쟁을 요구한다. 여기에 '공천권'이라는 생사 여탈권을 그들은 갖고 있다.
정당 내부에서 민주적 절차와 토론이 실종되면, 그 정당이 배출한 권력 또한 국가를 비민주적으로 운영할 위험이 크다. 윤석열의 계엄은 그건 비민주적 정당과 정치 관행이 토대가 된 것이다. 당원이 뽑은 당대표를 당권파가 축출하는 것을 용인하는 정당이기에 윤석열은 계엄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반대 의견을 징계로 입막음하는 것은 다원주의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정당 내부에서부터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정당의 자정 능력을 상실케 하고,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게 만든다.
"배신자 다 내보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정당의 군사병영화를 외치는 분들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생각이 다르다고 '배신자'로 다 내보내면 결국 한 사람만 남을 것이다. 세상에 사안은 많고 모든 사안에 대해 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다.
징계 남발은 강성 지지층(팬덤)의 요구에 부응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서구 정당들이 중도층 확장을 위해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껴안으려 노력하는 반면, 한국 정당들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며 '순혈주의'를 고집하고 있다.
그 지지층이 국민이다. 국민이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없으니 정당이 이러한 폭력적 붕당이 되는 것이다. 국민들이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승자독식의 권위주의를 지지하고 있다. 그것이 정당 운영에 투영된 결과다. 그래서 서구 정당들이 이견을 '관리와 통합'의 대상으로 보는 반면, 한국 정당들은 이를 '제거와 척결'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나는 당원이 뽑은 당대표를 소수의 당권파가 부정하고, 당원이 뽑은 대선 후보를 새벽 심야 시간에 당권파들이 바꿀 수 있다는 행태를 보면서 좌파 진영의 "빠 정치"를 비판할 의욕을 송두리째 잃어 버렸다.
오늘 다시 확인하는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는 요원하다는 것이다. 조선시대를 살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btlee@kaist.ac.kr
#정당민주주의 #이견은죄가아니다 #숙청정치의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