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화면에 정치인이 서 있고 기자들은 찬 땅바닥에 앉아 타이핑
[최보식의언론=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전 청와대 홍보수석)]

TV 화면에 정치인이 서 있고 기자들은 찬 땅바닥에 앉아 타이핑하는 장면을 봅니다.
정치도 아니고 언론도 아닌, 반문명, 비인격의 극치입니다.
정치인들의 배려심 수준이죠. 언론인 취급이 그 정도일 때 일반 국민에게는 어떻겠습니까?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존중의 문제입니다.
정치인은 불성실한 장소 제공, 기자는 쫓아가며 소리치는 저품격 악순환도 계속됩니다.
취재원이 입장을 밝힐 때는 최소한 기자실, 브리핑룸, 혹은 기후·소음·안전이 확보된 공간에서 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
시간 없다는 이유로 공간 존중을 포기하는 건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기자 역시 집단으로 몰려들어 마이크를 들이 밀고 동시다발적 고성을 지르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질문은 공격이 아니라 공적 검증입니다.
미국은 백악관·의회 모두 지정 브리핑 공간에서 질의응답을 원칙으로 하고, 이동 중 질문은 예외적 상황으로 제한합니다.
독일은 총리·장관 브리핑 시 질문 순서와 발언 시간을 명확히 관리해 고성 경쟁을 원천 차단합니다.
영국은 로비·야외 촬영이 있더라도 스탠드업 포인트(기자 대기 구역)를 미리 설정해 기본적인 취재 여건을 보장합니다.
정치인은 언론을 함부로 대해선 안 되고, 언론도 스스로를 소모품처럼 쓰게 놔둬선 안 됩니다.
이건 국격과 정치의 기본 예의 문제입니다.
당장 시정되었으면 합니다.
* 참고로, 본지 최보식 편집인이 조선일보 재직 시절인 2019년 6월 당시 나경원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인터뷰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열흘 전 한선교 당 사무총장이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듣기 위해 복도 바닥에 앉아 있는 기자들을 향해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이라고 말했다. 후배 기자들이 브리핑하는 당직자의 발 아래에서 받아 적고 있을 줄은 몰랐다. 연차가 낮아도 스스로 직업적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이런 취재 일상을 만들어온 자유한국당도 정말 문제가 많다. 함께 생활하는 출입 기자들을 저렇게 대하는데 일반 국민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겠나?
"과거에는 대변인이 기자실에서 브리핑했다. 이제 문화가 바뀌어 당 대표의 말을 직접 듣고 싶어 한다. 회의가 끝나면 기자들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 당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당도 마찬가지다. 개선하겠다."
―여당(민주당) 의원 수준이 더 높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정권을 되찾겠다면 여당보다는 능력과 품격에서 좀 더 나아야 하지 않는가. 막말과 과오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옳다. 자신은 그걸 회피하면서 청와대에 대해 공격하고 사과하라면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나?
"뼈아픈 지적이다. 받아들이겠다."
#정치브리핑 #언론존중 #국격의문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