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거스르지도 않고 자신의 비겁함을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마지막 방법은 침묵
[최보식의언론=김선래 기자]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자신이 제기한 가처분신청과 헌법소원 심판을 신속하게 해달라며 닷새간 1인 피켓 시위를 했다.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이진숙은 자동으로 해직됐다. 이에 이 전 위원장은 작년 10월 1일 헌재에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아래는 1인 피켓시위를 마친 이진숙 전 위원장이 SNS에 올린 글 전문이다 (편집자)
내가 당해보기 전까지, 나는 그래도 헌법재판소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믿는 대한민국 시민의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위선'을 직접 경험하고 그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것이 2024년 12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당일이었다. 심리가 시작된 것은 해를 넘겨 2025년 1월 중순.
다른 요인 다 고려 않고, 헌재로 넘어간 날부터 탄핵을 확정, 대통령을 파면한 4월 4일까지, 일 수로 계산하면 112일이다.
이진숙이 헌법소원과 가처분을 낸 것이 2025년 10월 1일, 오늘로 109일이다. 오는 20일이면 112일을 채운다.
이진숙 사건이 대통령 사건보다 심리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인가. 그들이 원하는 언론 구도를 만들기 위해 이진숙 사퇴를 종용하자 이진숙은 물러나지 않았다. 경찰, 공수처, 감사원, 공윤위까지 동원해 이진숙 사퇴를 압박했다. 심지어 휴가 신청한 것을 대통령실 대변인까지 나서서 언론에 공지하고 휴가 신청을 반려했다. "쪼잔한" 정부다.
그러자 17년 된 기관을 해체하고 이진숙만 자동면직(사실상 해고)하는 법을 만들었다.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주장하는 민노총은 어디 갔나. 이 시점에 "살인"을 당한 이진숙을 구하기 위한 시위라도 해야 하지 않나.
민주당은 모든 행위를 "합법적"으로 하려 한다. 현행법으로 되지 않으면 법을 바꾼다. 그래서 "합법적"이다.
헌법재판소는 이진숙이 낸 가처분 신청을 아직도 결정하지 않고 있다. 통상 가처분은 한 달 이내에 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위법.위헌적인 법 집행에 대해 헌법재판관들은 침묵하고 있다.
위헌이라고 하자니 이재명과 그 일당이 겁이 날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자리를 빼앗길까봐 두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면 합법.합헌이라고 하면 되지 않나. 그러면 지금까지 그들이 배워온 모든 지식을 거스리는 교언으로 꾸며야 할 것이다. 양심을 거스르는 말을 해야 하니 그 또한 할 일이 아니다.
비겁한 지식인이 피할 마지막 장소는 침묵. 권력을 거스르지도 않고 자신의 비겁함을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마지막 방법은 침묵이다. 뭉개는 것이다. 비겁과 위선은 동의어다.
12일부터 16일까지 헌법재판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번지르르한 고급 관용차를 타고 출근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다. 시위를 하는 내 모습을 보고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진숙 당신이 짖어도 나는 내 자리를 지킬 거야. 침묵을 지킬 거야. 정권은 바뀌었고 당신의 자리는 없어. 우리는 정권과 함께 갈 거야. 내 자리가 더 중요해. 정의라는 것은 없어. 법도 정권 편이야.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그들에게도 배우자가 있겠지. 그들에게도 자녀가 있겠지. 그들에게도 부모가 있겠지. 헌법재판관이라고 가는 곳마다 명함을 주겠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킨다고 버젓이 홈페이지에 내건 것처럼, 최고의 법률가로 자부심을 갖겠지. 그들의 면전에 대고 나는 이렇게 외친다. 위선자! 창피를 알라! 침묵은 공범이다.
#이진숙1인시위, #헌법재판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