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명령에 따른 장군을 처벌한다면, 내일은 누구도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
[최보식의언론=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준장)]

군대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패배가 아니라 명령의 불확실성이다. 전장에서 병사가 망설이게 되는 순간, 그 군대는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순한 인사조치가 아니다. 이는 군 지휘체계 자체를 흔드는 위험한 선례이며, 장차 전시(戰時)에 국가를 치명적 위험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조치다.
국방부는 비상계엄 상황 당시 국군통수권자의 지시를 따랐다는 이유로 참모차장, 방첩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등 핵심 지휘관들을 파면 징계했다.
반면, 동일한 상황에서 사후 정치적 판단(민주당 쪽)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인물은 연금은 보장받는 기형적 처분이 이루어졌다. 이 상식 밖의 조합은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여지껏 국방부가 내린 징계 가운데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고 징계를 한 경우는 보았어도, 명령에 따라 행동했다는 이유로 형사 처분과 별도로 파면징계가 먼저 이루어진 경우가 있었는지 통계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상부의 명령에 일부러 '얼빵하게' 행동해 민주주의를 지켰다고 주장하는 군 간부도 나오고 있다.
앞서 전비태세검열관도 파면 조치를 당했다. 그는 계엄 선포의 배경과 절차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오히려 계엄사령관에게 "공포탄과 테이저건 사용은 절대로 안 된다"는 의견을 개진하는 등 유혈사태를 막으려 했다고 주장하며 징계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위법·부당한 명령에 대한 복종 의무의 한계와 관련된 법적·윤리적 쟁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대체 대한민국 군대에서 무엇이 죄가 되는가?
군대는 명령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특히 헌법이 규정한 국군통수권자의 명령은 군 지휘체계의 정점에 놓인다. 군인은 명령의 합법성을 사법적으로 판단하는 존재가 아니라, 합법적으로 발령된 명령을 신속·정확하게 이행할 의무를 지닌 존재다.
물론 명백한 위법 명령, 예컨대 민간인 학살이나 헌법질서를 전복하라는 명령이라면 거부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판단의 주체다. 사후적으로 정치적 환경이 바뀐 뒤, 결과를 기준으로 "그 명령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재단하며 명령을 이행한 지휘관을 처벌한다면, 앞으로 어느 장군이 명령을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이는 결코 군에 대한 민간의 통제, 문민통제가 아니다. 이는 사후 '정치 보복형 통제'이며, 군을 정치의 하위 도구로 전락시키는 길이다.
일반인이 보기에도 이상한 징계는 차후 정권이 바뀌면 반드시 재심이 되거나 번복이 될 가능성이 확실한 징계 조치이다. 아무리 파면당한 장군들이 밉고 괘씸해도 군 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징계 조치는 부당하다.
법률적으로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은 법적인 판단을 보고 징계 조치를 해도 늦지 않다. 어떻게 법치국가에서 법의 판단도 받기 전에 행정 조치가 먼저 이루어지는가?
징계가 되었든 법적처분이 되었든 당사자로서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 처분을 수용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계엄버스'에 탔다는 조치 하나로 파면이라는 징계 처분을 수용할 당사자가 있겠는가?
군의 기본 원칙은 명확하다.
명령은 위에서 내려오고, 책임은 위에서 진다.
국군통수권자의 지시가 문제라면, 그 판단과 책임은 통수권자의 몫이다. 이를 현장에서 이행한 장군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지휘 책임의 전도(顚倒)다. 이런 방식이 정착된다면, 장군들은 앞으로 명령을 받을 때 가장 먼저 작전의 효율성과 승패가 아니라 '정치적 유불리와 정권의 향배'부터 계산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뻔하다.
- 지휘관은 결정을 미루고
- 참모는 책임 회피 문서만 쌓으며
- 전투는 지연되고
- 국가는 위험해진다.
이것이 과연 우리가 원하는 군대인가.
더 심각한 문제는 형평성의 붕괴다. 명령을 따랐다는 이유로 파면되어 군 경력이 사실상 말살된 장군들이 있는 반면, 사후 정치적 판단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해임되었음에도 연금과 신분은 보전받은 사례가 존재한다면, 이는 정의가 아니라 선별적 처벌이다.
군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적의 화력이 아니라 내부의 불신이다.
"명령을 따르면 처벌받고, 줄을 잘 서면 살아남는다"는 인식이 만연하는 순간, 군대는 더 이상 국가의 군대가 아니다. 명령에 따른 자는 파면되고, 국회의원에게 매수되어 진실과 다른 말로 질서를 어지럽힌 자는 해임 처분된다면 국민의 법적 감정에 합치가 되고 부합하는가?
군대는 명령지휘 계통이 분명하고 상부에서 내려오는 지시도 정당해야 하지만 명령에 따랐다는 이유로 파면 조치 그것도 법적으로 쟁점을 다투는 사안에 대하여 국방부가 징계조치를 가혹하게 하는 이유는 속이 들여다 보인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몇몇 장군의 거취 문제가 아니다. 이는
- 전시 지휘체계의 신뢰 문제이며
- 문민통제의 올바른 범위에 대한 문제이고
- 국가 위기 시 군의 행동 기준을 흔드는 문제다.
정권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군의 명령 체계는 바뀌어서는 안 된다.
오늘 명령에 따른 장군을 처벌한다면, 내일은 누구도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징계가 아니라 자제이며, 보복이 아니라 원칙의 복원이다.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언젠가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군대"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명령지휘 계통이 불분명하여 기강이 엉망진창인 군대를 '당나라 군대'라고 한다. 한국군을 당나라 군대로 만들려고 국방부가 작정을 했나 보다.
공무원의 징계에는 정당성의 원칙이라는 게 있다. 징계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징계 사유의 존재, 징계 양정(수준)의 적정성, 징계 절차의 적법성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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