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권은 진보적 언어를 사용하지만...

[최보식의언론=김요셉 기독교한국 대표(평택사랑의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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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권은 진보적 언어를 사용한다. 불평등, 공정, 민생, 약자 보호, 국가 개입의 정당성 같은 어휘들은 이 정권의 공적 메시지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이 언어는 노조와 좌파 성향의 시민사회 단체, 이른바 운동권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형성된 조직화된 지지 생태계를 겨냥한다. 이 집단은 동원력과 압박력 면에서 매우 강력하며, 동시에 정권의 상징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진보·좌파 지지 기반은 한국 사회의 다수를 구성하지 않는다. 실제 유권자 구조에서 이재명 정권을 지지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중산층과 고소득·고학력·고자산 계층이다.

이들은 급진적 이념 실험보다 자산 안정성, 시장의 예측 가능성, 외교·안보 리스크 관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집단이다. 여기에 호남 세력이 결합한다. 오늘날의 호남은 더 이상 순수한 피해자 정체성의 집단이라기보다, 인사·예산·정책 배분에서 지속적 보상을 기대하는 정치적 기득권 세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처럼 이재명 정권의 지지연합은 좌파 운동권, 중산층·자산계층, 호남이라는 상이한 이해관계 집단들의 느슨한 결합이다. 이 구조 자체가 강력한 대내적 제약으로 작용한다.

좌파 지지층만을 만족시키는 급진 정책은 중산층과 자산계층의 이탈을 초래하고, 중산층 중심의 안정 노선은 좌파 지지층의 반발을 부른다. 여기에 호남에 대한 인사·재정적 보상이 빠질 경우 정권의 정치적 안정성 자체가 흔들린다. 이 세 축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급진적 진보 정책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외적 제약 조건은 이보다 더 강력하다. 이재명 정권은 대북 유화적 언어를 사용하고, 중국·러시아와의 관계에서도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려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러나 한미동맹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는 없다.

동맹의 균열은 곧바로 자본시장 불안과 외교 리스크 증폭으로 이어지고, 이는 중산층과 자산계층의 이해관계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한일 관계 역시 상징적·수사적 갈등은 가능하지만, 교역과 안보 협력의 구조적 파탄으로 나아갈 수는 없다. 결국 대외 정책에서 급진적 노선은 언어 차원에 머물 수밖에 없고, 실제 행위는 관리와 안정 중심으로 제한된다.

여기에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기반 문제가 겹친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의 전통적 핵심 기반인 호남 출신도 아니고,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주류 계보에 속하지도 않는다. 그의 지역적 기반은 성남과 경기 일부에 국한되어 있으며, 정파적으로도 민주당 내 주류를 형성할 만한 견고한 기반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당을 일방적으로 장악하거나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권력 기반의 부재를 의미한다.

이 취약성은 전략적 선택지를 극단적으로 제한한다. 좌파 지지층에 기대어 강공을 택할 경우 당내 반발과 중산층 이탈, 대외 리스크가 동시에 발생하며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고립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온건 중도 보수 및 관료적 실용주의 세력과의 연합은 당내 견제를 완화하고 중산층 지지를 유지하며 대외 안정성을 확보하는 거의 유일한 생존 경로가 된다. 이 선택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유지의 문제다.

저항의 상징에 기대는 민중주의 정치는 패배한 저항과 희생의 이미지를 선호한다. 야당 시기에는 민중의 대변자, 기득권에 맞서는 투사라는 도덕적 언어를 앞세우고, 헌법질서·재산권·조세·시장구조에 대한 구체적 설계는 비워둔 채 분노와 상실감을 조직하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집권 이후에는 예산·복지·규제·시장·외교를 관리해야 하는 행정권력이 되지만, 제도 설계 역량의 부족으로 인해 기존 관료제와 시장 질서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실제 정책은 온건 보수·관료적 실용주의로 수렴하고, 저항의 언어와 통치의 언어 사이에는 구조적 단절이 발생한다.

이재명 정권의 언어는 이 일반 법칙의 구체적 사례로 읽을 수 있다. 진보적 상징 언어와 실용·안정의 레토릭이 병치되는 이 혼합은, 좌파적 상징과 보수적 통치가 공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이 모든 조건이 결합한 결과, 이재명 정권은 진보적 상징과 언어를 유지하면서도 실제 통치에서는 온건 중도 보수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중도·보수·관료 엘리트와의 연합을 제도화하려는 정계개편 압력 또한 필연적으로 작동한다.

이 정권의 성격은 진보적 상징을 외피로 한 관리형·연합형 통치로 규정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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