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한국 정치에서 단순한 대통령 집무 공간이 아니라, 권력·정보·결정이 한 점으로 수렴되는 공간
[최보식의언론=장성민 국민의힘 안산시갑 당협위원장(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청와대는 왜 ‘불행한 장소’의 상징이 되었는가.
공간의 저주인가, 권력구조의 저주였는가.
‘공간의 저주’라는 주장은 민간 토속신앙의 시각이고, ‘권력구조의 저주’라는 시각은 일부 법학자와 다수의 정치학자들의 주장이다.
이는 건물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이 작동한 방식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름하여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 문제의 본질로 본다. 그래서 개헌을 주장한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나는 대통령실을 누구보다 많이 연구했고, 대통령실의 시스템 구조를 직접 개혁해 대통령실 사상 처음으로 백악관 상황실을 모방해 한국적 현실에 맞는 국정상황실을 만들어 초대 국정상황실장(김대중 정부)으로 재임하며 IMF라는 경제위기를 타개했던 축적된 경험자의 입장에서 보고자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청와대는 공간의 저주도 권력구조의 저주도 아닌 대통령 1인에게 과잉 집중된 권력 횡포가 청와대 불행의 씨앗이었다.
이름하여 독선, 독단, 독주의 "제왕적 대통령"이었다.
청와대가 통치자에게 저주의 공간, 불행의 공간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된 것은 통치자가 자신의 권력 사유화를 위해
첫째, 법치와 민주주의를 파괴할 때
둘째, 야당을 무시하고 탄압하거나 정치 보복을 자행할 때
셋째, 국회를 통치 권력의 수단으로 삼거나 집권 여당을 꼭두각시로 전락시킬 때
넷째, 언론의 자유에 재갈을 물려 언론을 통제하거나 탄압할 때
다섯째,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고 특정 종교 집단을 탄압할 때
여섯째, 검찰과 경찰 권력을 정적 탄압의 도구로 사유화할 때
일곱째, 권력 남용과 권력 횡포로 법의 지배를 무시할 때
여덟째, 정권 내부의 권력 통제 장치와 견제 장치가 사라져 소위 브레이크 없는 권력 질주가 발생할 때
아홉째,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정치 보복을 일상화한 통치자는 어떤 경우에도 개인적 비극과 국가적 파국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부정부패, 가족 부패, 측근 비리에 대한 감찰과 관리에 실패한 통치자에게 청와대는 어김없이 저주의 공간이자 불행의 공간이 되었다.
청와대는 한국 정치에서 단순한 대통령 집무 공간이 아니라, 권력·정보·결정이 한 점으로 수렴되는 공간이다. 그래서 가만히 있어도 권력 집중과 권력 독점이 일상화되는 왕조 시대의 궁중과 같은 곳이다.
대통령, 비서실, 안보 라인, 검찰·정보기관, 인사권·예산권, 부속실 등 이 모든 것이 청와대 울타리 안에 집중되면서 권력의 과잉 밀도(overconcentration)가 자연스럽게 발생한 곳이다. 그래서 이 지점이 바로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이 시작된 지점이다.
‘고립된 권력’이 만드는 착시 현상과 더불어, 청와대의 구조적 특징은 물리적·심리적 고립으로 이어진다. 북악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제한된 출입, 폐쇄적 의사결정, 보고서 중심 행정은 정치적 유연성을 소진시킨다. 이로 인해 대통령은 점점 국민의 체온보다 보고서의 온도에 익숙해지는 상태에 빠진다. 이는 정책 실패보다 더 위험한 ‘현실 인식의 왜곡’을 유발한다.
왜 많은 대통령들의 말로는 불행했을까.거듭 말하지만 역대 대통령 상당수는측근 비리, 권력형 부패, 퇴임 후 사법 문제, 정치적 고립을 겪었다. 이는 개인의 도덕성, 권력 구조의 문제와 함께 권력 독점욕과 권력 탐욕 때문에 빚어진 불행이었다. 특히 민주적 리더십이 결여된 통치자에게 청와대는 저주의 공간이었다.
청와대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 공간이다. 그래서 때로는 헌법보다 더 강력한 상징 정치를 만들어냈다.
대통령 = 국가
청와대 = 권력의 중심
국회·내각 = 보조 기구
로 상징화되면서 이 구조 속에서 대통령은 점점 ‘조정자’가 아니라 ‘최종 결정자이자 최종 책임자’가 되었고, 마침내 권력의 독점자가 되었다. 이는 곧 성공해도 외롭고, 실패하면 치명적인 자리였던 곳이다. 그래서 청와대는 ‘불행의 상징’이 되었다.
오늘 이재명 대통령은 이 모든 것이 누적된 상태에서 다시 청와대로 들어갔다.
“들어갈 때는 영광, 나올 때는 비극”이라는 인식이 굳어진 청와대로부터 이 불길한 징조를 끊을 수 있을까.
나의 경험으로는 청와대가 불행했던 이유는 그곳에 ‘너무 많은 권력’이 집중됐고 ‘너무 적은 견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할 능력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들어간다는 것은 심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심판받기 위해서다. 권력 독점이 심해지면 국민 저항도 심해진다는 이 민주주의의 법칙은 청와대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이것이 청와대가 ‘공간의 저주’라는 상징성을 갖게 된 의미다.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이 반복적으로 겪었던 비극을 피할 수 있을까.
#이재명청와대, #비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