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종일 기생충썰] 날생선 좋아하세요?

[최보식의언론=채종일 메디피스 이사장(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필자. 채종일 메디피스 이사장(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필자. 채종일 메디피스 이사장(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미얀마 양곤 지역에 거주하던 한국인 교민 60여 명이 현지에서 민물생선회를 섭취한 뒤 유극악구충증(有棘顎口蟲症)에 38명이나 집단 감염되었다.

당신 필자 등 연구진은 감염자들이 현지 한국식당에서 민물생선회를 섭취한 공통 이력을 밝혔다. 이후 이들 가운데 다수에서 피부 아래를 이동하는 부종과 가려움, 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났으며, 혈액검사에서는 호산구 증가 소견이 확인됐다.

유극악구충증은 주로 민물고기나 이를 먹은 생물을 날로 또는 충분히 익히지 않고 섭취할 경우 감염된다. 이 이야기는 졸저 “우리 몸의 기생충 적인가 친구인가”에서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젊은 임산부 A씨(32)가 임신 37주 차에 왼쪽 윗배에 가려움 증세를 동반한 팽창성 발진을 치료받기 위해 일본 미사와 시립병원 산부인과를 찾았다. 처음에는 국소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았으나 차도가 없어 피부과 검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A씨가 함께 식사한 가족 중 한 명이 악구충증 진단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A씨도 지역의 계절 음식인 민물고기를 여러 차례 익히지 않은 채 섭취했다고 한다. 다행히 치료가 원만하게 진행됐고, 아기는 임신 40주 0일에 자연 분만에 성공했다. 출산 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었고, 아기도 건강한 상태였다고 알려졌다.

미얀마 거주 한국 교민들이 감염되었던 유극악구충(Gnathostoma spinigerum)은 악구충류의 대표격으로 회충이나 요충과 비슷한 기생 선충의 하나이며, 야생 포유동물, 즉 야생 고양이, 들개, 족제비, 호랑이 등 육식동물의 위벽이나 장벽에 기생한다. 물벼룩을 제1중간숙주로, 민물고기(가물치, 메기, 뱀장어, 미꾸라지 등)를 제2중간숙주로 하며, 파충류(뱀 등), 조류, 포유류 중 운반숙주 역할을 하는 것들이 있다. 

사람은 우연숙주(accidental host)의 하나이며, 충체가 유충 상태로 피하(皮下) 조직과 근육 속을 기어 다니며 각종 장기(눈, 뇌 포함)를 침범하기도 한다. 사람 몸에서 성충으로 자라지는 않으므로 대변검사에서 충란은 검출되지 않는다. 약물 치료가 가능하지만 2주 이상의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악구충 속(屬)에는 11종이 기록되어 있으며, 그중 4종이 사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즉, 돼지악구충, 일본악구충, 돌로레스악구충과 이핵악구충이 그 예인데, 태국, 일본, 중국, 멕시코 등지에서 많은 인체 감염례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 보고된 악구충증(gnathostomiasis) 감염자는 총 45명이다. 이 중 미얀마 교민 38명를 제외하면 7명이다. 이들은 해외에서 감염된 후 국내 병원에서 진단된 5명과 국내 감염으로 추정되는 2명(2013년 1예, 2023년 1예)이다. 

국내에서 보고된 첫 환자는 태국 여자(약 30세)로 태국에서 감염된 후 미군인 남편이 한국으로 발령을 받아 함께 서울로 이주한 후 진단과 치료를 받았는데 뇌를 침범한 경우였다(1988). 

두 번째 증례는 41세 한국인 남자로 미얀마 출장 중 민물고기를 생식한 일이 있었고 2주 후부터 피부 발진이 나타났으며 함께 시식한 동료들도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고 하였다(2001). 

세 번째는 서두에 소개한 미얀마 교민 38명의 유극악구충증 감염 사례다. 

네 번째 증례는 44세 된 한국인 남자 환자로 스리랑카(Sri Lanka)를 여행한 후 돌아왔는데 얼굴에 이동성 결절(migratory swellings)이 생겼던 경우였다(Bae et al. 2006). 

다섯 번째는 74세 된 한국인 남자로 중국 칭다오(Chingdao)에서 10년 정도 살다가 잠시 귀국한 증례였는데 등 쪽 피부에 작은 병소가 생겼고 병리조직검사에서 일본악구충으로 진단되었다(2010). 

여섯 번째 환자는 15세 된 남아 환자로 베트남을 방문했는데 맷돼지고기와 랍스터를 먹었다고 하였고 눈을 침범한 경우였다(2012).

우리나라의 토착적인 악구충증 감염례는 두 명에서 진단되었는데 워낙 이렇게 감염례가 드문 것인지 아니면 진단 붙이기가 어려워 그런지 알 길은 없다. 한 증례는 32세 된 여자 환자로 윗입술에 생긴 작은 결절을 생검하여 유극악구충으로 진단했던 경우였다(2013). 해외여행 경력은 거의 없었다. 다른 증례는 한국에서 오래 살고 있는 54세 중국 여자로 성대(聲帶)를 침범한 경우였다(2023).

성대에 있는 낭종(검은화살표) Parasites, Hosts and Diseases 2023;61(3):298-303 캡처
성대에 있는 낭종(검은화살표) Parasites, Hosts and Diseases 2023;61(3):298-303 캡처

하지만 중간숙주인 물고기나 보유숙주인 뱀에서 악구충의 유충을 검출한 보고는 국내에서 몇 차례 있었다. 김해에서 잡은 가물치를 조사한 바 유극악구충의 유충이 검출되었다는 보고가 있었고(1973), 살모사에서 돼지악구충의 유충이 검출되기도 했고(1998), 필자 연구진이 꽃뱀(유혈목이)에서 일본악구충(G. nipponicum)의 유충을 검출한 것(2003) 등이 있었다. 

따라서 인체 감염례가 있을 가능성은 다분히 있다고 하겠다. 현재 국내에는 경상대 의대 손운목 명예교수를 제외하면 악구충 연구의 전문가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의 악구충증 연구는 눈부시다. 특히, 일본악구충을 1941년에 처음 발견한 Yamaguti S. 박사와 20년(1955~1975년) 이상 유극악구충 연구를 하여 일본 및 동남아의 지역별 분포는 물론, 생활사의 전모를 밝히는 등 많은 활약을 한 규슈 대학의 Miyazaki I. 교수와 연구원들은 악구충 연구의 선구자들이다. 

또한, 미에(Mie) 대학의 Ando K. 교수, 후쿠오카(Fukuoka) 대학의 Akahane H. 교수, 미야자키(Miyazaki) 대학의 Nawa Y. 교수 등이 맹활약을 해왔다. 특히, Nawa 교수는 세계 곳곳에서 문의해오는 악구충증 의심 환자에 대해 혈청진단과 자문을 하였으며(현재는 Maruyama H. 교수가 이어받았음) 필자와의 교분도 두텁다. 

일본 다음으로 악구충증 연구에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나라는 태국이다. 특히, 방콕의 마히돌(Mahidol) 대학 열대의학부는 Jitra Waikagul, Wichit Rojekittikhun, Malinee T. Anantaphruti, Paron Dekumyoy 등 기라성 같은 학자군(群)을 배출했으며, 분류, 역학, 분자생물학, 면역, 증상, 진단, 치료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첨단 연구를 이끌고 있다. 

태국에서 악구충증 연구가 이렇게 발전한 이유는 태국 전역에서 환자 발생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또, 이웃 나라인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말레이지아, 베트남 등에도 환자가 많이 발생하며, 진단과 치료를 위해 방콕으로 모여들기 때문에 연구 필요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일본, 태국, 다음으로 악구충증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나라는 단연 멕시코다. 필자는 2002년 3월, ‘제1차 세계악구충증 학술대회’에 논문발표 차 멕시코시티와 시날로아(Sinaloa)를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 발표자들의 연구 수준과 열정에 감동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경쾌한 라틴 음악과 무희들의 현란한 춤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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