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이 존재 이유인 기업에 “작은 이익 탐내지 말라”는 정부의 착각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윤이 존재 이유인 기업에게 '작은 이익' 탐내지 말라고?
이 개뼈다귀 같은 뉴스를 들으니 또 다시 문득 10년 전 헤어진 전 여자친구 '지영이'가 또 떠올랐다.
지영이는 필자의 통장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다. 어느 날, 저작권료가 좀 쏠쏠하게 들어온 달이었다. 필자가 은행 이자율을 비교하며 예금 상품을 고르고 있으니, 그녀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오빠, 남자가 쪼잔하게 0.1% 이자에 목숨 거냐? 돈은 쥐고 있는 게 아니라 써야 경제가 돌지. 그냥 나랑 여행 가서 확 풀자. 그게 오빠 본업에도 좋은 거야 아이디어도 생기고."
말은 번지르르하다. '경제가 돌고', '본업에 충실하고'.
하지만 번역하면 무슨 뜻인가?
"네 돈 내놔라. 내가 급하니까."
결국 그녀의 등쌀에 못 이겨 돈을 풀었고, 다음 달 카드값 메우느라 필자는 밤새 꼴 뵈기 싫은 형님 편곡 알바를 뛰어야 했다.
오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대기업 임원들을 집합시켜서 한 말을 보니, 용산 정책실에도 '지영이'가 취직했나 싶다.
기업들에게 "환 차익 같은 '작은 이익' 좇지 말고 달러 풀어라"고 했단다. 그러면서 내년도 '환전 계획'까지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 기사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이건 마치 "손흥민한테 공 차지 말라고 하는 것"과 똑같지 않은가. 생각해 봐라. 손흥민한테 감독이 이렇게 지시하는 거다.
"흥민아, 너 골 욕심부리지 마. 네가 공 오래 잡고 있으면 상대 팀 기분 나쁘잖아. 그냥 경기장에서 산책이나 해. 그게 '애국이야."
이게 말이 되나? 축구선수에게 공이 생명이듯, 수출 기업에게 '달러'는 공이다.
공을 가지고 있어야 드리블을 하든, 슛을 쏘든, 패스를 하든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정부는 지금 환율 좀 잡겠다고 선수들한테 "야, 공 잡자마자 관중석으로 차버려!"라고 강요하는 셈이다.
첫째, '작은 이익'이라는 워딩부터가 이 바닥 생리를 모르는 '음치'들의 헛소리다.
수출 기업에게 환율 1~2원은 곡의 믹싱 볼륨 0.1db 차이 같은 거다. 조 단위 매출이 오가는 판에서 환율 10원만 움직여도 수백 억이 왔다갔다 한다. 그게 작은 이익인가? 그 디테일 못 챙기면 회사가 망하고 주주들이 고소한다. 아 그래서 배임죄 없애라고 한 건가? 아님 골키퍼가 골대 비우고 나가는 게 미덕인가?
둘째, '환전 계획 공유'? 이건 경영 기밀이다.
가수가 다음 앨범 타이틀곡 콘셉트를 경쟁사에 미리 공개하라는 꼴이다. 환율 전략은 기업의 생존 포트폴리오다. 그걸 정부가 들여다보겠다? "오빠, 폰 잠금 풀어봐. 나한테 찔리는 거 없으면 보여줄 수 있잖아"라고 가스라이팅하던 지영이랑 싱크로율 200%다.
정부가 기업 팔 비틀어서 억지로 달러 풀게 하면 당장 환율은 조금 진정될지 모른다. (지영이가 명품 백 사고 잠깐 기분 좋아진 것처럼.)
하지만 나중에 환율이 1,500원, 1,600원으로 더 뛰면? 그때 다시 달러 사야 하는 기업의 손실은 누가 물어주나? 김용범 실장이 사비 털어서 메워줄 건가?
그리고 제발 어찌 보면 높은 환율보다 더 무서운 게 외국인 투자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이런 '관치'가 소문나는 거다.
"한국은 정부가 난입해서 기업의 이윤 추구와 외환까지 참견하고 장부 까라한다"는 소문나면, 제대로 된 선수들은 달러 싸서 떠난다.
제발 정부는 정부 할 일이나 해라.
축구단한테 공 차지 말라고 훈수 두지 말고, 잔디나 마찬가지인 경제 기초체력이나 제대로 깔고 돈 풀 궁리나 그만두란 말이다.
'지영이' 말 듣고 통장 헐었다가 거지 꼴 된 필자가 하는 말이니까 새겨 듣길 바란다.
#기업이윤 #관치경제 #환율개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