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없다는데 왜 계속 팔릴까?

[최보식의언론=박정원 객원논설위원(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뉴스TVCHOSU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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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보충제(supplement) 시장이 250조 원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영양 전문가나 의사들은 보충제의 효능에 대해서 매우 회의적이다. 미국 최고의 영양 전문가 중의 한 명인 마리온 네슬레는 “보충제의 효능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아예 먹지 않는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하버드의대 조교수이자 워싱턴 포스트 의학 칼럼니스트 트리샤 파스리차(Trisha Pasricha) 박사도 “의학적 이유 없이 대부분의 건강보조식품 섭취를 경계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보충제를 먹는 이유에 대해 “알약을 복용하는 것이 식습관이나 수면 부족과 같은 생활 습관 개선보다 더 간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전문가들의 이 같은 회의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보충제를 복용하고 있다. 왜 그럴까?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 조사와 자료에 따르면, 병을 고치려는 이유보다 ‘전반적 건강 개선(45%)과 유지(33%)’를 목적으로 먹는 비중이 78%로, 절대적으로 높았다. 

또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이하 CDC)는 미국 성인의 약 57.6%가 먹고, 고령층에서는 더욱 높게 나타나는 보충제 복용(거의 80% 수준)이 보험 심리적 요소가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영양은 눈에 안 보이고, 결핍에 대해선 불안하고…’ 그래서 보충제를 건강 보험처럼 느끼기 때문에 복용한다는 것이다. 

심리적 플라시보 효과도 있다. ‘먹고 나아진 느낌’이 들면 사람들은 원인을 보충제 영향으로 귀속시키기 쉽다. 확증편향적 심리를 말한다. 특히 컨디션이나 스트레스처럼 변동이 큰 영역은 자연 회복인지 다른 영향인지 인과관계를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그냥 심리적으로 편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인다. 

마케팅이나 소셜 미디어의 영향도 무시 못 한다. 보충제는 약이 아니라 식품 영역에 가까워 면역강화나 활력, 뇌 건강 등과 같은 그럴듯한 메시지가 먹혀들면 소비자 시장은 순식간에 커진다.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식품의약국(FDA)의 사전 승인이나 효과,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받지 않아, 무수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직접적 근거가 된다. 

의료 접근성에 대한 불편과 생활 습관 개선에 대한 의지 부족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진료는 비싸고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보충제는 상대적으로 쉽게 선택해서 즉각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편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개인적 수준에서 보면, ‘비합리’라기보다는 불확실성 속에서 찾은 개인의 합리적 선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식단을 통한 건강의 호전 혹은 결과는 언제 나타날지 기약할 수 없고, 원인도 매우 복합적이라 그 효과나 증거를 개인이 체감하리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통계적 근거보다 저비용‧저노력으로 심리적으로 불안 감소 효과를 주는 보충제 복용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다. 

사회적 수준으로는 예방이 문화가 된 시대적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성질환이나 노화에 대한 불안이 크고, 생활 습관에 대한 개인 책임을 강하게 여길수록 ‘내 몸은 내가 관리한다’는 압력을 크게 받는다. 보충제는 그 압력에 대한 가장 간단한 소비형 해법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보충제 시장은 결핍 치료 도구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피로나 노화‧감기‧불안 등과 같은 불확실성을 관리하려는 소비가 덧씌워져 커진 시장으로 분석한다. 그래서 ‘효과 없다’는 말과 ‘계속 먹는다’는 분위기가 동시에 작용한다. 

CDC는 미국에서 보충제 복용이 일반화된 건 ‘사람들이 과학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예방의 불확실성 ▲통제감 욕구 ▲정보 비대칭 시장 ▲규제 구조가 합쳐져서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로 해석한다. 

CDC와 미국 국립건강연구소 등과 같은 전문 기관에서 추천하는 보충제를 먹어야 할 때와 피해야 할 때를 목적별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 건강 관리에 충분히 참고할 만한 정보다. 

*피로나 기운이 없을 때 

  -철분의 경우, 빈혈이나 저장철 저하일 때는 효과가 크다. 

  -비타민 B12도 고령에게 검사 기반으로 복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비타민D는 결핍이면 근골격이나 낙상 위험 관리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만병통치나 면역 피로 개선 등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면역이나 감기는 조금 근거가 있지만 예방이 아니라 치료 보조에 가깝다. 

  -아연은 감기 예방 효과는 작거나 불확실. 다만 이미 시작된 감기 기간은 줄일 수 있다. 

  -비타민C는 일반인 감기 예방은 거의 없고, 복용 시 증상 기간을 조금 줄이는  정도. 

*관절‧염증‧통증(특히 무릎 골관절염)은 효과가 크지 않고 제품에 따라 들쭉날쭉

  -글루코사민이나 콘드로이틴은 연구 결과가 혼재. 일부에선 통증 완화가 있어 보이지만 확실한 표준이라 보기 어렵고, 다른 관절 근거는 더 적다. 

  -강황과 커큐민도 초기 연구에서 통증과 염증 지표의 개선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일관성에 있어 문제가 노출됐다. 

*인지‧기억 관련 뇌 영양제는 임상 근거가 약한 게 대부분이다. 

  -기억‧치매 예방을 표방하는 보충제들은 효과가 일관되게 입증된 게 드물다. 

   그래서 인지기능 저하 예방이 목표라면 보충제보다 혈압‧당뇨‧운동‧수면‧난청 교정 같은 기반 개입이 훨씬 효과가 크다. 

*뼈‧골다공증을 위한 칼슘과 비타민D는 필요한 사람과 상용복용을 분리해야 한다. 

  -노인들의 낙상이나 골절 예방 목적으로 상용복용은 근거가 약하다. 미국예방서 비스센터는 비타민D의 예방적 복용을 권고하지 않은 방향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골다공증 치료 맥락에서 총 섭취량을 맞추는 건 중요하다. 

*심혈관‧콜레스테롤 개선

  -오메가3는 모든 사람의 심장 보호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단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중성지방이 높은 일부 사람에게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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