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검찰총장이라면 지금쯤은 이미 전국 검사장회의를 소집해도 몇 번은 했을 것

[최보식의언론=임무영 변호사]

KBS 뉴스 캡처
KBS 뉴스 캡처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8일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며 "검찰의 잘못에 기인해 깊이 반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향후 검찰 개혁의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보완 수사권 폐지는) 향후 검찰의 입장을 내겠다"고 말했다. (편집자)

지금과 같은 중차대한 상황을 고작 "개명당할 위기"라고 표현하는 것만 보더라도 노만석 대행의 상황 인식이 얼마나 나이브하고 잘못된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노 대행은 저 말에 이어서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는데, 저 짧은 문장에서 무엇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저렇게 많은 부분을 틀리기도 참 쉽지 않으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우선 "향후"라고 했다는 것은 지금 정부여당이 하는 검찰청 폐지, 공소청 설치 등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뜻입니다.

다음으로 "세부적인 방향" 운운하는데, 세부적인 방향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사격을 하면서 옆과녁을 겨냥한 후에 세부적으로 옆과녁의 중앙을 맞추면 그게 잘한 사격인 겁니까?

세부적인 방향이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좋겠다? 이건 칼 든 강도에게 나를 찔러죽이는 건 받아들이겠지만 살살, 안 아프게 찔러주세요 하고 부탁하는 것과 다를 게 추호도 없는 헛소리입니다.

노만석만 욕할 수도 없는 게,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임기제" 검찰총장이 존재했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총장이 끝까지 임기를 지키면서 검찰과 사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하지요. 그런데 나 혼자 고고하겠다고 사표내고 나갔던 건 매우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검찰총장의 "임기제"라는 것은 사표 내라는 의미가 아니라, 사표 내지 말고 버티라는 의미였다는 것을 알지 못한 경박한 처신이었습니다.

현 정부가 심우정 사퇴 후 2개월이 넘도록 후임 검찰총장 인선에 대한 언급조차 안 하는 것은 검찰총장의 부재가 검찰 폐지에 유리하기 때문인데, 그 점만 보더라도 심우정 전 총장의 사퇴가 얼마나 비난받아 마땅한 일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검찰총장이라면 지금쯤은 이미 전국 검사장회의를 소집해도 몇 번은 했을 것이고, 국민을 상대로 검찰의 입장을 밝힌 후 "국민을 위해" 격렬한 투쟁을 벌였어야 할 겁니다만, 우리 후배들 참 비겁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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