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냄새로 새끼 구분하는데 사람은?…체취가 인간관계에 끼치는 영향

[최보식의언론=박정원 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YTN사이언스 캡처
YTN사이언스 캡처

사랑하는 사람은 꼼보도 보조개로 보이고, 미워하는 사람은 보조개도 꼼보로 보인다. 아마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지는 상황을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감정적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이성은 감정을 장식하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판단한다. 왜냐하면 이미 감정적으로 기울어진 상태를 정당화하기 위해 온갖 미사여구로 이미 판단한 그 감정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논리적 이성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처음 본 사람을 판단할 때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 어떤 사람은 처음 봤는데도 불구하고 친근감을 느끼며 호감이 가는 반면, 다른 사람은 그냥 무덤덤하게, 때로는 외면하고 무시하며 받아들인다. 같은 사람을 두고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린다. 그 차이는 뭘까, 왜 그런 현상이 생길까? 

사람 관상이나 인상에 대한 연구는 많다. 사주명리학이 기본적으로 인간의 타고난 운명에 관한 학문이다. 인간을 소우주로 보기 때문에 타고난 날‧일‧시로 우주의 어떤 부분과 일치하는지 파악하려고 한다. 그 부분이 갖는 우주의 위치가 그 사람의 성격과 환경을 결정한다고 본다. 나아가 관상과 수상, 때로는 족상‧신상까지도 본다. 

보통 일반인들은 다른 사람을 처음 봤을 때 무엇으로 판단할까? 아마 인상으로 느끼고, 대화를 통해 확인 과정을 거친 후 대개 친소관계를 드러내지 않을까 싶다. 인상은 얼굴상에서 보여지는 모습으로 판단하지만 관상은 인상을 포함한 신체 전체에서 전해져오는 느낌으로 판단할 수 있다. 

혹시 냄새로 사람에 대한 호불호를 판단하는 사람도 간혹 있을 수 있다. 인간은 냄새에 민감하다. 일반적으로 나쁜 냄새와 좋은 냄새는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마다 풍기는 냄새는 다르다. 일종의 사람의 향기다. 특정인이 좋아하는 냄새를 풍기는 사람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그 냄새를 맡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 이건 진화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특히 개는 냄새로 새끼를 구분하고 애정을 쏟는 걸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중의 하나가 냄새에 관한 내용인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쓴 ‘향수’이다. 영화로도 제작, 공개됐다. 자신의 냄새를 가지지 못하고 태어난 주인공은 정작 어떠한 냄새도 구별해 내는 매우 뛰어난 후각을 소유한다. 그만의 향기를 만들기 위해 사람을 죽여 독특한 향수를 만들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여러 사람을 죽여 결국 그 냄새를 만든 내용이 ‘향수’이다. 아마 그 냄새가 그가 지니지 못한 그 향기이지 아닐까 싶다. 

후각 선호도는 유전학과 경험 모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최소한의 노출만으로도 강렬하고 감정적인 냄새 연상이 형성된다. 냄새 연상은 다른 사회적 단서에 대한 인식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장품 및 개인 냄새에 대한 후각 연상은 개인들 간의 우정 가능성에 대한 평가와 함께 사회적 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체취 자체는 모성 유대감이나 위협 인식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역사적으로 사회적 후각 연구는 주로 배우자 선택에 초점을 맞춰져 왔다. 특별한 체취에 서로 끌리기 때문에 결혼까지 하게 된다는 연구이다. 더 많은 연구에서 체취가 공격성, 협동성, 감정에 대한 인상을 포함해서 사람의 인식을 더 광범위하게 형성한다는 사실을 밝혀 내고 있다. 

동물들은 냄새로 우정(friendship)을 드러내거나 새끼를 구분한다. 과학자들은 진화의 결과라고 말한다. 동물에게는 우정은 없지만 호불호나 친소관계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냄새를 중요한 요소로 사용한다. 이러한 관계는 자연환경에 대한 적응의 결과라고 생물학자들은 말한다. 

미국 테네시주립대 심리학과 가비(J. M Gaby) 교수와 코넬대 심리학과 자야스(V Zayas) 교수 등이 ‘타인의 체취가 우정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그 결과를 ‘사이언티픽 리포트’ 2025년 4월호에 ‘The interactive role of odor associations in friendship preferences’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사람이 매일 맡는 냄새, 향수, 위생용품, 식이 및 생활 습관 등을 외교적 후각 단서(diplomatic olfactory cues)로 했다. 일종의 사회용이다. 자연스런 체취는 티셔츠나 패드에서 수집된 겨드랑이나 겨드랑이 땀으로 구성된 냄새를 나타낸다. 

연구진은 참가자를 모집하기 위해 코넬대 캠퍼스에 ‘스피드 프렌딩(speed friending)’이라는 개념으로 광고했다. 18~30세의 여성 400명이 모두 정상적인 후각을 가지고 연구에 참여했다. 

일반적으로 개인은 자연스러운 상태보다 향기가 나는 제품을 사용했을 때 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로버트(Roberts)는 2013년 연구에서 향수 사용이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 사이의 상호작용을 반영하며, 향수와 결합된 체취에 대한 독특한 인식이 그 자체로 사회적으로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얼굴, 즉 인상이 후각 신화의 효과를 제거, 희석 또는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지를 최대한 배제하고 냄새만으로 판단하려고 했다. 연구진은 이를 ‘스피드 프렌딩’이라는 개념을 사용해서 연구했다. ‘스피드 프렌딩’이라 부른 이유는 후각만으로 얼마나 빨리 친근감을 느끼고 친구가 되느냐에 대한 연구이기 때문이다. 

연구는 4개 부분으로 나눠 진행했다. A파트 참가자들은 자신의 초상화를 찍고 냄새 수집 단계에 필요한 재료를 제공받는 대면 사전 이벤트 세션에 참가했다. B파트 참가자는 자체 보고 측정을 완료하고 시각적 단서만을 기반으로 우정 가능성(FP: Friendship Potential, 이하 FP)에 대한 판단을 제공하는 온라인 사전 이벤트 세션에 참가했다. 

C파트  참가자들은 일상 활동을 하면서 약 12시간 동안 A파트에서 제공된 티셔츠를 입는 외교적 냄새 수집 단계에 참가한다. D파트 참가자는 후각 단서만을 기반으로 상호작용을 하기 전 FP 판단을 제공하는 대면 세션, 즉 셔션에 참여한 사람들이 티셔츠 냄새 맡기 등을 실시했다. 

그 후 약 10명의 파트너와 4분 동안 상호작용을 해서 실시간으로 친구 만들기 세션을 진행한 뒤, 후각 단서만을 기반으로 FP 판단의 두 번째 라운드가 이어지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4분 간의 실시간 다중 모드 상호작용을 진행한 직후 FP에 대한 판단은 외교적 후각과 시각적 판단 모두에 의해 독특하게 예측되는 것을 발견했다. 즉, 자연적 체취이든 외교적 후각 단서이든 상관없이 냄새에 의해 친소관계 혹은 우정을 드러내더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실시간 상호작용에서의 판단은 후각 단서와 실시간 판단 사이의 초기 관계를 넘어 상호작용 후 이미 자연적 체취에 대한 판단을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불호감을 이미 결정했다는 의미이다. 

연구 결과는 후각적 연상이 실시간 상호작용 중 학습에 의해 수정되는 것을 시사했다. 실시간 상호작용 후 후각 지각의 이러한 반복적인 변화는 친숙한 체취에 대한 학습된 반응의 기저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우정이 발전함에 다라 후각 단서가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역으로, 연구에서 사진에 기반한 판단은 라이브 스피드 데이트 설정에서 분명한 호감을 드러냈지만 자연적 냄새에 기반한 판단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히려 외교적 후각이 호감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를 제공했다. 이는 때로는 외교적 냄새를 사용하는 것이 상호작용을 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저자는 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점으로 시각적 판단과 후각적 판단 둘 다 첫인상이나 인간관계와 관련이 있었고, 후각 신호는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중복적인 정보라기보다는 시각 정보에 대한 보완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배우자 선택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체취와 시각적 매력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나타냈다. 특히 여성이 남성에게 선택을 받는 경우 후각과 시각 및 음성 단서 간에도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여줬다. 

나아가 후각 및 시각 정보는 인간 간에 실제 생활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에서 내린 판단을 일정 부분 예측하게 했다. 요즘 연예 프로그램에서 자주 소개되는 ‘라이브 스피드 데이팅’이나 ‘스피드 프렌딩’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누군가의 냄새에 기분이 좋다면, 비록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그 냄새는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한 기대치를 설정하도록 만든다. 이어 추가적인 상호작용은 체취와의 연관성을 강화시켜 향후 상호작용에서 강화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생활에서 후각 정보가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이 연구는 시사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타인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누구와 친구가 될지, 누구를 멀리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정서적 웰빙, 사회적 지위, 그리고 직업적 성공에까지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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