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을 해서 성공하는 몇 가지 조건을 말해둔다. 우선 하나회가 있어야 한다

[최보식의언론=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

김용현측 변호인단(위)과 윤석열측 변호인단(아래), MBC 뉴스 캡처
김용현측 변호인단(위)과 윤석열측 변호인단(아래), MBC 뉴스 캡처

첫 번째, 김용현 전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증언의 차이부터 본다.

수개월 혹은 4.10총선 직후라는 여러가지 증언과 분석이 나온다. 계엄을 검토하기 시작한 시기 말이다. 한참 전부터 자주 그런 유사한 말을 했다고 기억하는 인사들도 많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계엄을 검토한 것은 최근일 것이다. 이다지도 엉성할 수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의 정당성에 대한 장광설을 읽어보면 수개월은 되었을 것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부정선거를 밝힌다는 것을 계엄의 중요 목표로 설정한 대목을 읽다 보면 어제오늘 결정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윤통의 최근 7,000자 ‘국민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을 읽어보면 합참에 계엄과까지 있다는 것이고 헌법의 계엄 조항에 대해 나름의 설명 - 물론 이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본다 - 을 시도하는 것을 보면 비교적 꼼꼼하게 계엄이 준비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문제는 포고령 1번 조항이다. 대통령은 "국방장관이 과거의 포고령을 참조하면서 그대로 베껴 썼다"고 말한 반면, 김용현 장관은 "대통령이 직접 읽어봤고 전체적으로 어떤 착오도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계엄의 위헌적 성격을 가를 수도 있는 논쟁 포인트다.

헌법은 제77조에서 계엄을 규정하고 있다. 이 77조 3항은 정부와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언론·출판·집회 결사의 자유도 제한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4항에 의해, 국회의 권능이 중단되지는 않는다. 대통령은 국회에 즉시 통고해야 하고 국회는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포고령 1호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등 정치 활동을 금한다"로 명시되어 있다. 포고령은 분명 헌법에 상치된다. 

누구의 책임인가. 尹은 "김 장관이 과거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이 있던 시절의 포고령에서 베꼈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 장관은 "대통령이 다 검토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필자는 尹이 사후에 변호사들의 지적을 받으면서 포고령을 부정하고 있다고 본다. "계엄령 2호, 3호..."라는 증언은 분명 포고령 1호를 부정하고 있지만, 국회에 대한 윤의 분노와 주요인사들에 대한 체포 명령를 생각하면 국회기능 정지를 요구하는 1호가 충분히 사전 검토되었을 것이다.

두 번째, 12월 3일의 계엄이 성공하려면?

참 엉성한 계엄이었다. "미쳤다"와 "웃긴다"는 단어들이 불이 난 전화통 사이를 날아 다녔다. "저런 엉성한 계엄이 다 있어", "저러니 고시 9수를 했나"라는 비아냥도 사람들 사이를 오갔다.

계엄을 해서 성공하는 몇 가지 조건을 말해 둔다. 우선 '하나회'가 있어야 한다. 하나회의 강령 마지막에는 "동지를 배신하면 죽인다"는 조항이 있다. 처음에는 지역 동기생, 다음에는 일반 동기생, 다음에는 각 기수를 타고 회원이 극비리에 모집되었다.

동지를 배반하면 죽인다는 조항은 "죽는다" 즉, 자살도 포함되었다. 윤의 계엄 이후에는 처참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결의가 모자랐기 때문이 아니라 결의가 충분히 차오를 만큼, 다시 말해 형성될 만큼 일정한 시간적 지속 속에서 계엄이 모의되지 않았음을 말해 준다. 점증하는 긴장 속에서 죽을 결심도 형성되는 법이다. 이 과정이 없었던 거다.

전두환의 쿠데타는 오랫동안 농익은 것이다. 허화평은 수년간 쿠데타 모의 일만 했다. 그의 책장에는 각국의 쿠데타 성공 사례에 관한 책들이 가득했다고 전해진다. 12.12에서 5.17까지만도 5개월의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12.12 이전부터 인사와 보직, 기획, 규합 모든 면에서 십수년의 세월 동안 쿠데타는 모의되었다. 역사상 가장 천천히 진행된 쿠데타라는 말도 여기서 나온다.

오랜 시간과 철저한 기획, 그다음에 필요한 것은 과단성이다. 12.12 때 전두환의 얼굴을 본 사람은 죽음의 결기를 품은 사람의 얼굴을 이해하게 된다. 그런 얼굴이라야 부하들이 따라온다.

윤은 계엄이 실패한 다음 제멋대로인 "국회에 경고하기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계엄의 준엄함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그리고 정치 활동의 연장선인 것처럼 말하면서 계엄의 정당성을 사실상 부정하고 말았다.

'부정선거' 문제로 계엄을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정신 나간 짓!"이 되고 만다. 그 자체로 망상 장애인 것을 윤은 이미 광신 상태였던 것이다. "한번 선관위를 털어 알아보고, 아니면 말고"라는 데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이 사람들 뭐 이래!"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다시 말해 명분이 없었던 거다. 우리가 말로 겁박하는 것과 총칼을 들고 헬기를 동원하는 진짜 죽고사는 문제는 다르다. 尹은 쿠데타의 그 어떤 요소도 갖고 있지 않았다. 

尹의 쿠데타는 추궁받아 마땅하다. 여우가 계속 곰을 조롱하고 놀렸다는 것과 곰이 급기야 앞발을 휘둘렀다는 것은 책임에 있어서 만큼은 전혀 다른 문제다. 주먹을 휘두른 죄 즉, 폭력죄는 곰이 뒤집어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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