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게 덜렁거리던 단추까지 야무지게 손을 봐주는 세탁소는 망하지 않는다

[최보식의언론=검비봉 논설위원]

백종원 유튜브 캡처
백종원 유튜브 캡처

자영업 졸망의 시대이다.

나름대로 각각의 사정으로, 각각의 포부와 희망사항으로 자영업을 시작하고, 그들은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자영업으로 사업자 신고를 하고 개업한 사람들 중에 1년 후 80% 이상이 실패한다고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어머니가 나의 퇴직금을 1~2년 만에 절반 넘게 앗아가 버렸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ROTC 장교로 군생활을 했던 백종원은 부대 내에서 장교식당을 맡아서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후일 요식업에 뛰어든다.

호되게 실패하면서 후일담으로 남은 경험담은 뒷사람들에게 교훈으로 전해진다. 전 세계에서 한국처럼 '먹자사업'을 많이 창업하는 나라도 없고, 계속 망하는 중에도 관청에 새로이 식당 사업자 등록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 나라도 없다. 

어처구니 없이 망해먹은 백종원은 망한 뒤에 무뚝뚝한 인상을 고치느라고 매일 거울 앞에서 웃는 훈련을 했다고 한다.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는 미소를 만드는 것 이상의 투자는 없다. 

비록 내 속은 다 썩어가더라도, 고객 앞에서 당신을 만나서 너무나 기쁘다는 듯한 미소를 짓는 업주를 외면하는 고객은 없다. 

백종원이 식당을 망해먹고 상심에 빠졌을 때, 그가 동생처럼 생각하던 주방장이 밀린 월급을 달라고 찾아와 사시미칼을 테이블에 꽂을 때 또 한 번 낙담(落膽, 간이 떨어짐)했다고 한다. (그 주방장이 조금 인내하면서 백종원 씨와 함께 했더라면, 지금쯤 백 씨 회사의 중역으로 일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자영업자는 많지 않은 자본으로, 일생일대의 꿈과 모험을 걸고, 누구나 전력투구의 자세로 임한다는 점에 이의가 없다.

어느날, 동네 주변을 산책하는 중에 비교적 부유해 보이는 처자가 저만치서 세탁물을 들고 오는 것을 발견했다. 세탁소에서 물건을 찾아오는 모습인데, 비닐 커버로 싸여진 세탁물 여러 벌을 손에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아파트 입구에도 세탁소가 있는데 이 처자는 세탁물을 어디에 맡겼다가 수고스럽게 찾아서 손에 들고 오는가.

여러 날 후에 내 옷을 손으로 세탁하는 와중에, 주머니속을 뒤집어서 샤워기로 묵은 먼지를 씻어내면서, 그 처자가 단골로 가는 세탁소가 어떤 서비스를 하고 있는가 추정할 수 있었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세탁해서 내보내는 프랜차이즈 방식의 세탁소는 세탁물을 접수할 때, 옷의 외관부터 주의깊게 살핀다. 즉, 나중에 고객으로부터 크레임을 받을지도 모를 외관상 흠집이 있나 없나를 확인하는 것이다(자기방호에 충실하다는 점).

그러나 표면적인 루틴한 서비스만 일관하는 체인형 세탁소와 달리 그 처자의 단골 세탁소는 내 옷을 세탁하듯이, 주머니 속 먼지까지 말끔하게 청소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짐작이 가능했다.

동네에 하나하나 사라져가는 전통 세탁소들 중에 꿋꿋하게 생존하는 세탁소의 노하우와 정신에 대다수가 망해먹는 자영업자들의 숙제에 대한 해답이 숨어 있다. 

독자들께서는 세탁소에서 코트나 바지를 찾아서 집에 가져온 후, 주머니 속을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불안하게 덜렁거리던 단추까지 야무지게 손을 봐주는 세탁소는 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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