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수사기관에서 귀신 잡는다는 해병대 사령관을 수사하는 것도 과한데 특검이라니!

[최보식의언론=석동현 변호사(전 평통 사무처장)]

22대 국회가 개원되자 더불어민주당이 제1호 당론으로 '채상병특검법'을 재발의한 데 이어 조국혁신당도 장외 여론전에 나섰다. (편집자 주)

그간의 경험상 우리 사회에서 좋은 선례, 권장할만한 선례는 잘 활용되지 않는 반면, 나쁜 선례는 이래저래 악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두고두고 걸림돌이 되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들은 활용되어 왔다.

문재인 정권 초기 적폐청산 명분으로 전 정권 관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할 때 전통적인 부패혐의 사정 방식 대신 과거엔 거의 적용 않던 직권남용죄를 마구 적용하여 잡아들인 것이 그 하나의 예다. 

재미도 봤다. 그러나 우선 당장 유용하답시고 뇌물 안 받고 사심이나 죄의식 없이 직무수행한 것에 직권남용죄라는 칼을 휘두른 것은 두고두고 병폐나 부작용을 일으킬 선례를 만든 것이었다.

그 병폐며 부작용은 바로 공직자들의 복지부동 보신주의다. 

과거엔 고위직은 물론, 중급이나 하급 공직자 중에도 나름 소신있는 이가 많았다. 그들은 직무수행 과정에서 규정이 불비(不備)하거나 애매한 경우라도 필요하다 생각되면 "내가 뇌물이나 향응 안 받고 사심없이 처리하기만 하면 나중에 문제될 게 없겠지"라는 믿음으로 과감한 결정도 종종 했다.

그런데 그렇게 일했던 것이 갑자기 직권남용죄로 혼쭐이 나기 시작하니 지켜본 공직자들이 소신을 다 서랍에 넣어 버렸다  조금이라도 선례없는 일이거나 규정이 애매하면 직무를 기피하고, 상사가 독려를 해도 “나중에 문제가 될때 당신이 내 목을 지켜주냐”며 복지부동 또는 보신주의로 버티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인허가 등 기타 관의 업무처리가 대책없이 지연되거나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지금 거론되는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특검도입 주장이 그 짝이다. 전투훈련은 아니라도 사실상 대민지원 작전 중에 발생한 사망사고는 애당초 군 내부의 감찰에 맡길 사안이다. 이런 사안을 군 감찰부서가 아니라 경찰이나 공수처 같은 민간 수사기관에서 귀신 잡는다는 해병대 사령관을 수사하는 것도 과한데 특검이라니!

이는 사안의 본체나 본질보다 그 책임 범위 판단에 관해 보고받은 대통령이 격노했느니 마니 하면서 대통령에게 시비를 걸고 흠집을 내기 위한 야당의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 안다. 정녕 아니라고 할 것인가?

야당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관해 시비를 걸려면 그럴 만한 사안에 대하여, 대정부질문에서 따질 일이다. 그런데 왜 병사의 순직 사건에 대통령을 끌어들이며 특검을 도입하려 하나?

홍준표 대구시장이 채 해병 특검법과 관련해서 “군 내부에서 감찰로 끝나야 할 사건을 무리하게 업무상 과실치사죄 책임까지 묻고 구체적 주의 의무가 없는 사단장까지 책임을 물으려고 하고 나아가 대통령까지 끌고 들어가는 정치사건으로 변질시킨 건 정무적 대처를 잘못한 탓”이며, “이렇게 되면 앞으로 군사 작전 중 일어나는 모든 사건 사고는 예외 없이 감찰이 아닌 형사사건이 되고 현장 지휘관들뿐 아니라 군은 모두 위축되어 소극적인 군사작전 지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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