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 죽겠다고 쩔쩔 매는 환자가 응급실에서 기약 없이 진료를 기다리는 의료 공백 난리를 초래한 이 상황
[최보식의언론=오진영 작가]

어제밤 8시경이었다. 언제나처럼 저녁밥 먹은 후 땅콩, 과자 주전부리 삼아 TV앞에 같이 앉아있던 남편이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했다.
일찍 자야겠다고 방에 들어갔던 남편이 아무래도 안 되겠다며 응급실 가겠다고 한 건 10시 반 쯤이었다.
허리도 제대로 못 펴고 배를 움켜쥐고 신음 소리를 내는 남편을 본 카카오 택시 기사 아저씨가 최대한 빨리 가겠다면서 열심히 달려 강북삼성병원 응급실 앞에 내려줬지만 그래봐야 별 소용이 없었다.
응급센터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대기실에서 두 시간을 기다리고 나서야 남편 이름을 부르고 소변 받아오라는 통을 건네 받을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해서 요로결석이었다. 겪어보신 분들은 아실텐데 이게 정말 상상초월 무지하게 아픈 증상이다.
물수건을 비틀어 짜는 것처럼 진땀을 흘리며 아파하는 사람 옆에서 일각이 여삼추로 기다리다 못해 간호사 선생을 붙들고 '언제 진료 볼 수 있는 거냐'고 물었다가, "여섯 시간 기다린 사람도 있어요" 라는 대답만 들었다.
나중에 병상 배정받아 들어가 보니 당직 의사가 40대로 보이는 남자 의사 한 명 뿐이었다. 아파 죽겠다고 온 몸을 비틀고 구르는 남편 옆에서 두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것이 바로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의료대란 현장인가.
지금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으면 인구 수가 가장 많은 현재 중년층이 고령층이 되는 미래에 의사가 부족해서 난리가 난다면서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나섰다가 그 멀지 않은 미래까지 갈 것도 없이 바로 지금 현재, 아파 죽겠다고 쩔쩔 매는 환자가 응급실에서 기약 없이 진료를 기다리는 의료 공백 난리를 초래한 이 상황이란 말이지.
뉴스를 보면 이러다 한국 의료 체계 붕괴 위기라던데. 어느 훗날 우린 늙고 병든 몸으로 고통을 참아가며 병원 대기실에 하염없이 앉아있게 되는 건가, 이런 상상까지 하며 괴로워하던 끝에, 새벽 1시가 넘어 진통제 처방이 나와 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
주사 바늘로 진통제가 들어가기 시작하자 1분 만에 환하게 펴지는 남편 얼굴을 보면서 이 세상에 마약성 진통제라는 게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라며 감격했다. 의료 대마 합법화 운동에 나도 참여해서 힘을 보태야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을 정도다.
요로결석으로 응급실에 갔을 때 사진 찍힌 돌이 3mm라고 했다. 이 정도 크기면 물 많이 마시면 빠져나갈 거라고 했는데. 오늘까지도 안 나간 것 같다고 하더니 결국 비뇨기과 가서 체외충격파로 깨고 왔다. 응급실 비용도 수억 나왔는데 돌 깨는 비용은 그 두 배.
돌 깨부수기도 너무 힘들었다며 남편은, "니가 얼마나 내 속을 썩였으면 몸에 사리가 다 생겼냐"고 했다.
이것이 한밤 중에 혼비백산 응급실에 끌려가서 새벽까지 벌 서고 온 마누라한테 할 소리란 말입니까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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