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협의를 했다는 게 '뉴스'가 된 경우는 없었다
[최보식의언론=최보식 편집인]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는데 회담 전 실무 협의를 하지만, 그 실무 협의가 '뉴스'가 된 경우는 없었다. 더욱이 실무 협의를 두번이나 하고서 "어떤 의제 선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는 등 중계방송처럼 흘러나오는 것도 처음 봤다. 의제 선정을 놓고 여당이 나서서 "너무 심하다"고 야당을 공격하는 것도 낯선 장면이다.
윤 대통령은 단지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인데, 무슨 미국 일본 중국 등 외국 정상과 회담을 하는 것처럼 난리다.
관련 보도를 종합해보면, 민주당이 실무협상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야권이 추진한 각종 법안에 거부권을 거듭 행사한 데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를 의제에 올리자고 요구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영수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이 점을 사과하라는 것이다.
또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특검'과 이재명의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수용도 요구했다고 한다. 여기에다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의제에 올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의제' 선정은 서로 대략 어떤 얘기를 나눌지 큰 범위를 정해놓는 것이다. 민주당이 내놓은 의제들은 어쨌든 현재 쟁점 이슈다. 이재명 대표가 윤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 충분히 꺼내볼 만한 것들이다.
회담은 서로 다른 입장과 이해 관계를 테이블에 놓고 협상하는 자리다. 이 대표가 그런 의제들을 꺼내면 윤 대통령은 본인의 생각과 입장을 밝히면 된다. 아마 논리적으로 주고받는 데서는 윤 대통령이 결코 이 대표에게 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민주당이 무엇을 의제로 올리든 대통령실은 통 크게 받는 게 맞다. 의제에 너무 매이지 말고 이재명 측이 원하는 대로 다 받아주겠다고 하라. 균형을 좀 맞추고 싶으면 야당의 입법 폭주, 포퓰리즘 선동, 이재명 대표와 사법적 처리 등을 의제에 올리면 된다. 이재명 측도 반대 못 할 것이다.
이번 회담은 총선 참패 후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일단 만나서 소통을 시작하고, 앞으로는 자주 만나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또 통화도 하면서 국정을 논의하자"는 제안으로 시작된 것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께서 이 대표가 말하는 걸 많이 듣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적 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원하는 의제를 다 받아주라. 하지만 테이블에 올린 의제에 대해 민주당이 원하는 답변을 윤 대통령이 줘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민주당이 영수회담을 대통령의 '항복'을 받는 자리로 만들겠다면, 윤 대통령은 굳이 이 대표와 만날 이유가 없다. 가뜩이나 일부 보수층에서는 그동안 만나주지 않았던 이재명을 총선 참패하자마자 만나는 것에 대해 "굴욕적"이라며 불만이 많다.
윤 대통령은 어렵게 꺼낸 영수회담이라고 해서 꼭 좋게 좋게 끌고가야 할 이유가 없다. 윤 대통령이나 이 대표가 서로 말이 정 안 통하면 중간에 박차고 나와도 된다. 그 자체도 국민에게 던지는 강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또 그렇게 논쟁하면서 자주 만나면 '협치'라는 게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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