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할 때는 권한을 행사하다가, 전공의들이 곤궁에 처하니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 있다면...

[최보식의언론=허대석 서울대의대 명예교수]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8일 현재 계약 포기나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1만1985명(전체 92.9%)이다. 정부가 업무복귀 명령에도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에게 다음 주까지 1차로 면허 정지 사전통지서 발송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편집자 주)

일반 회사나 공장에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수련생’을 뽑아서, 정직원의 감독하에 업무에 참여하게 한다. 그런데 수련생이 개인적인 이유로 수련받는 것을 포기해도 회사나 공장의 업무가 갑자기 지장을 받는 일은 없다.

회사는 필요하면 추가로 다른 직원을 고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련생의 사직 결정을 ‘업무 거부‘로 해석하고 법적 책임을 운운하는 일은 상식 밖의 일이다.

병원에서도 전공의나 인턴이라는 수련의사가 있다. 이 수련의가 수련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하니, 대학병원의 진료기능이 큰 혼란에 빠졌다. 전공의를 교육의 대상보다는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하며 높은 강도로 일하게 해 병원 업무의 상당 부분을 맡겨왔기 때문이다.

일반 사회의 기준으로 따지면, 병원의 기본기능인 ’진료‘를 유지하는 것은 소속기관장의 임무이지 수련생의 탓을 할 수 없다. 또 전공의는 지도전문의의 지도아래 수련을 받는 것이지, 독자적으로 진료행위를 하는 주체도 아니다.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개인적인 불이익을 감수하고 수련받는 것을 포기하겠다는 것인데, 진료거부로 처벌을 협박받고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런데 의료기관장들은 한발 물러서 있고, 정부는 그 수련의들이 ’진료거부‘를 해서 처벌하겠다는 협박성 언사를 매일 남발하고 있다.

수련의사는 임시직이지 정규직원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기간제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수련 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다른 수련기관으로의 이동이 가능하도록 전공의법에는 보장하고 있다. 수련관련 업무와 연관하여 진료영역에 문제가 생긴다면, 의료기관과 그 기관에 소속한 정규직 의사인 지도전문의(교수)가 책임지고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 의료의 비정상적인 구조 속에 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할 때는 권한을 행사하다가, 전공의들이 곤궁에 처하니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 있다면, 수련병원의 교수들과 기관장은 지금 정부와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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