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원 침대공상] 모순적 딜레마인 정치자금 관련 정치인에게 가혹한 악마화는 자제돼야 하지만...

정치자금은 정치인에게 이중적 존재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곤란한 상황이 되는 것을 '딜레마(Dilemma)' 라고 한다. 정치자금은 딜레마다. 현실적으로 정치자금이 없으면 정치를 할 수가 없지만, 법 한도 밖의 정치자금은 불법이다. 있어도 안되고 없어서도 안되는 모순적 실체다.

음지에 살면서 양지를 지향하는 게 정치다. 악마와도 손을 잡고 권좌에 오르고, 쓰레기 속에서 장미꽃을 피워내는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은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의 굴레다. 수단이 불의하더라도 결과를 평가할 수 있는게 정치에 허락된 모순이고 언어도단이다.

1970년 신민당 총재를 역임한 7선의 일명 '사꾸라' 유진산.  이승만 독재에 항거했고 박정희 유신에 맞서기도 했지만, 때론 청와대에 들어가 박정희에게 정치자금도 받고 협잡과 권모술수도 능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총재에 오르기도 했고, 법적 시비가 붙어 당선 무효가 되기도 했다.

'사꾸라'라 손가락질 받던 유진산이 1974년 70세의 나이에 결장암으로 사망한 뒤 동료들이 찾아간 영등포 달동네 그의 하꼬방. 작은 수레 하나뿐의 초라한 세간살이 밖에 남아있질 않아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다들 정치자금 꼬불쳐 떵떵거리며 사는 줄 알았는데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사꾸라, 모리배, 협잡꾼 소리 들어가며 받은 정치자금으로 조직 관리하고, 선거도 하고, 후배 정치인들 두루두루 챙기면서 정작 본인은 비극적 삶을 살아가는 게 유진산 같은 돈 없는 정치인의 모순적 삶과 운명이다. 돈 있는 사람만 정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정말 딜레마가 아닐수 없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봉사하는줄 아는 사람이 많다. 그들도 년 1억 정도의 세비를 받는다. 다만 지역구 같은 게 없어 정치자금이 별 필요가 없다. 유류비, 점심값 영수증 직접 풀로 붙이는 그들은 우리처럼 정쟁도 갈등도 없고 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하고 그저 있는 돈 어떻게 나눠쓸까만 고민하는 이들이다.

북유럽 국회의원의 역할이란게 나랏돈 잘 나누어 쓰고, 공동체의 미래에 관한 일에 집중되어 있으니 정책 조절과 타협 외에 정치 할 일이 거의 없다.

스위스 국회의원은 실제 세비가 없다. 하지만 그들은 공식적이고 합법적으로 이익단체들의 기부금까지도 받아 정치자금으로 쓰고 생활비로도 쓴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지금받는 세비도 모자란다.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구조 때문이다. 금지법이 생겨 지금이야 많이 나아졌지만 한때 경조사비, 화환비만 해도 한달에 몇백만원은 우습게 나갔다. 지구당 관리에 수억이 들어갔다. 줄어들긴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우리 정치는 고비용 저효율이다.

입만 살아 있고 눈과 귀는 닫고 있는 유권자의 나라 대한민국 정치는 도처에 돈이 들어간다. 지역구 관리, 평상시 인맥관리, 경조사 거기에다 선거라도 한번 치루려면 장난이 아니다. 정책과 법만 잘 만들어도 유권자에게 어필이 된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나. 전근대성이 공존하는 나라에선 정치도 별 수 없다.

맑고 깨끗한 정치 같은 건 없다. 그건 유권자가 맑고 깨끗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 정치인의 정치자금을 너무 악마화 시키면 안된다. 한국같은 나라에서 돈 없는 정치는 불가능하다. 돈으로 거래되는 정책, 사적 영달에만 쓰여지는 정치자금은 안되겠지만 정치자금 자체를 악마화 시킬순 없다.

모순적 딜레마인 정치자금 관련 정치인에게 가혹한 악마화는 자제돼야 하지만, 현실을 피해갈 수 없고 법적 처벌도 당연하다. 전근대 공존 정치후진국에서 교도소 담벼락을 걷는 정치인에게 천형이자 감내할 운명이다. 세상에는 실제 존재하나 마치 없는 듯 안그런듯  하는 일들이 많다. 모순적 상황은 정치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들키자 김근태는 솔직하게 사과했고, 노회찬은 스스로 목숨 끊어 모순적 딜레마를 감당했다. 586 송영길은 비겁하다. 형사 범죄를 정치적으로 돌파하기 위해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어 국가의 지엄한 령을 흐트리고 있다. 자기 살자고 법치를 훼손시키고 있는것이다. 우리 586들은 대체로 비겁하고 졸렬하다. 기본이 안되어 있다.

"정치는 그야말로 사납고 위험한 분야가 아닐 수 없다. 감당할 수 없는 윤리적 딜레마로 둘러싸여 있다. 그러나 독일 시인 휠덜린이 <Patmos>라는 시에서 말하듯, 위험을 감수하지않고 얻을 수 있는 구원은 없을지 모른다. "가까이 있지만,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신이다. 그렇지만 위험이 있는 곳에서, 구원의 힘 또한 자란다" 어쩌면 인간 사회에서 위대한 성취를 낳는 모든 일이란, 다 그런 위험한 도전 속에서 실현 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정치의 시작과 끝은 바로 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박상훈 著「정치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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