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견적 내러 가서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면면과 분위기를 척 보면 저절로 느낌이

볼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밥 한 끼를 사먹어야 할 때 식당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
우선은 식당 간판에 크게 표시해놓은 주메뉴를 보지만, 다음으로는 주차장을 주시한다. 주차장에 차가 몇 대나 들어차 있는가를 척도로 보고 선택하면 대개 실수가 없다. 식사시간대에 차가 만약 3대 밖에 없는 식당이라면 문제가 있다. 한 대는 사장의 차고, 또 한 대는 주방장이나 부인의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피하게 되는 식당은 메뉴를 자주 바꾸는 식당이다. 냉면을 주 메뉴로 하던 식당이 어느 날 지나다가 보니 소머리국밥이 추가되고(주차장이 허전한 상태로), 이 삼개월이 지난 후에는 순대국, 아구찜, 추어탕 등이 추가되었다.
한가지 주메뉴로 시작했으나 래방객이 없자 메뉴를 여러 개 추가하게 되고,. 결국은 잡식점(雜食店)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식당에서는 어떤 메뉴를 선택하더라도 만족스런 식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식당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기대를 품었던 주메뉴가 환영을 받지 못하자 초조해지고, 임대료, 인건비가 걱정되고,답답한 중에 옆에서 조언하기를 "이 근처에 ooo 이 없으니 추가해보라" 손님이 조금이라도 늘겠거니 추가해보지만, 매상은 매냥 그 타령이고 마음은 더 초조해진다.
에라 모르겠다. 사람 입맛이 모두 다르니 입맛대로 골라 먹게끔 메뉴를 다양하게 해버리자. 이래서 잡식점이 되고 만다. 냄비에 데워서 내놓기만 하면 되는 갈비탕, 추어탕 등이 공장에서 들어오고, 직접 만든 반찬들은 냉장고 안에서 시들어간다. 결국 간판집만 돈 벌어주다가 최종적으로 <점포임대> 라고 대문짝만하게 쓴 표시까지 간판집에 의뢰하면서 식당은 문을 닫게 된다.

요즘 신당을 구상하는 사람들이 여럿 보이는데, 정당이나 식당이나 마찬가지다. 메뉴선택을 잘 해야하고, 주방장 등 스태프 구성을 잘 해야 한다.
메뉴가 다양하면 어떨까 싶어서 이 사람 저 사람 끌어들이다 보면 무지개색 대중정당이 되고 만다. 주방에서는 매일 다툼이 벌어지고, 간을 맞추는 일까지도 다투게 된다. 뭣도 모르고 투자를 하고 들어온 사람은 결국은 두 손을 들고 포기를 하게 된다. “내 생전에 저런 넘은 처음 봤다..”
지나는 행인들도 혀를 차고, 간판집 주인은 중얼거린다.
“간판사업을 수십 년 하다보면 깨우쳐지는 게 있어. 처음에 간판 견적 내러 가서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면면과 분위기를 척 보면 저절로 느낌이 온단 말야. 대강 일 년은 가겠다 싶으면 여지없이 일 년 뒤에 <점포임대>라고 커다랗게 써서 가져오라는 전화가 오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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