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무서리 내리고 이제 내 비장한 삶의 막을 내린다.

나의 땀과 눈물로 맺은 속살여린 내 새끼 호박들은 새우젓에 묻혀져 입맛 잃은 이들의 나물이 되었을까, 된장국에 들어가 형체도 보이지 않게 슴슴한 국물맛을 내는 동반자가 되었을까.

호박즙이 되어 신장을 보하는 약이 됐을까. 전이 되어 제삿날 누구를 그리는 추억이 되었을까.

나는 아무에게도 드러나지 않게 내 삶을 다했다. 벼처럼 밥이 못 되어 죽이 되었다.

같이 놀았던 벌도 나팔꽃도 별도 바람도 이젠 안녕.

대지에 떨어진 나의 씨앗들은 새봄이 오면 다시 돋아나, 배추나 무우나 가지의 틈새에서 자라나 다시 내 사명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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