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출신들이 호남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면 거기다 대고 '매향노'라는 딱지를
주동식 전 제3의길 편집인

나더러 '매향노'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나보다. 호남 출신으로서 호남을 비판하는 게 문제라는 얘기인가 보다.
매향노? 익숙한 단어인데 '매국노'를 차용해서 만든 단어겠지. 과거 내가 한참 '호남 혐오'에 대항해서 싸울 때 거들어주는 사람들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그 잔인한 인종주의적 호남 혐오가 기승을 부릴 때 끽소리도 못하고 숨죽이고 있던 사람들이 호남 출신들이 호남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면 거기다 대고 '매향노'라는 딱지를 붙이더라는 것이다.
'매향노'라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호남을 비판하면 안된다는 얘기인가? 그럼 호남의 문제는 어떻게 지적해야 하나? '매국'처럼 '매향'도 무슨 실체가 있기나 하나? 호남이 팔아먹을 대상이 되기나 하나?
정말 심각한 문제는 '매향노'라는 단어가 쓰이는 곳이 호남 말고 또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내가 알기론 없다. 다른 지방에서 '매향노'라는 단어가 쓰인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이게 뭘 말할까? 호남에서만 호남이라는 고향이 대한민국과 같은 반열에서 취급된다는 것 아닌가. 국가에 충성하지 않으면 욕먹는 것처럼 호남 출신이 호남에 충성(?)하지 않으면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게 마땅한가?
나는 내 고향 호남을 아끼고 안타까워 하지만 호남이 대한민국과 비슷하거나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내가 호남을 비판하는 것도 자유고 옹호하는 것도 내 자유다.
여기에 대고 '매향노' 따위 별 거지같은 딱지를 붙인다는 것 자체가 호남이 얼마나 심각하게 전근대적 가치에 매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상 아닌가 싶다.
하나 묻고싶다. 호남 사람 또는 다른 지역 사람이 호남 비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용어 하나 표현 하나마다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하나? 아니, 애초부터 호남은 비판을 용납치 않는 절대 성역인가? 대한민국의 치외법권 지역인가?
그따위 생각을 하고 있으니 대한민국 다른 지역으로부터 '다른 나라'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이다. 이거, 무조건 '호남 혐오'라고 반발할 것인가? 반발하고 대들면 사람들이 면전에서는 침묵하겠지만 뒤에서 그 평가는 더욱더 고착화된다. 저들은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라고.
나도 호남혐오 문제로 고민도 많이 하고 싸우기도 했지만 문제는 의외로 단순하다. 호남이 대한민국의 가치를 인정하고 거기에 함께 하면 된다. 대한민국의 그 가치가 호남이 배척해야 할 가치인가? 그런 생각을 품고 있으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거다.
대한민국의 가치를 인정하고 호남도 거기에 동화되면 문제는 99% 풀린다. 혐오는 본질적으로 이질감의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때 가서도 호남 혐오하는 것들은 그냥 놔둬도 소수로 전락해 찌그러진다.
이건 대한민국 근대화의 어쩌면 가장 마지막 단계일지도 모른다. 호남은 대한민국 근대화의 그늘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