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의 평등한 배포가 정말 중요

백신 물량이 선진국에만 몰릴 경우,

세계적으로 더 많은 사망자 내게 돼

코로나 백신 접종의 효과를 둘러싸고 검증되지 않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두 달 전 게재했던 '최정화 랑데뷰: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소장' 중에서 백신 관련 부분만 발췌해 다시 소개한다. <편집자 주>

국제백신연구소(IVI)는 더 나은 백신을 만들어 개발도상국의 전반적 건강 수준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 국제기구로, 1997년 서울대 안에 설립됐다. 국내에 본부를 둔 유일한 정부 간 국제기구다.

제롬 김(Jerome H.Kim)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은 한국계 미국인(한국명 김한식)이다. 백신 개발 전문가이고 에이즈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연구실에서의 제롬 김(Jerome H.Kim: 한국명 김한식) 사무총장
연구실에서의 제롬 김(Jerome H.Kim: 한국명 김한식) 사무총장

 

2015년에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으로 부임해 한국으로 오셨는데, 6년 전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이 어떤 변화가 있는지 말씀 좀 해주세요.

“그동안 한국에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2015년 부임 당시 ‘메르스 사태’가 막 터진 직후였지요. 그리고 2020년에는 코로나가 터졌죠. 이런 전염병 발생이 저와 관련 있다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겨나는 전염병들을 통제하는 것이 한국, 미국, 유럽 같은 전 세계 선진국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백신연구소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IVI는 큰 백신 회사들은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백신을 통해 생명을 구하는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 백신들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지요. 저희가 늘 얘기하는 수치가 있는데, 매년 250만 명 아이들의 생명을 그 백신들 덕에 구하고 있습니다. 참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거지요.

IVI는 저소득 국가 및 중간 소득 국가들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병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질병들에 대한 백신 시장이 거의 없으므로 큰 백신 회사들은 관심을 별로 갖지 않지요. 예를 들어 콜레라는 한국에 없고, 유럽과 미국에도 없지요. 반면 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실로 큰 문제입니다. IVI의 경구용 콜레라 백신은 한국, 인도 등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고품질의 백신 혜택을 볼 수 있게 하고 있는 거지요. 큰 백신 회사에 의존하지 않고도 가능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처음 시작했던 작년 초에는 한국이 코로나 대응을 잘한다고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지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실천한 국민들의 힘이 정말 컸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1년 가까이 지속되다 보니까 모두 다 지친 것도 사실이거든요.

“한국의 대응은 정말 모범적이었습니다. 신종 전염병 발병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의 모범 예시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를 1년 겪으며 우리 모두 개방된 사회에서 오랜 기간 그 정도 강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만약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나라라면 유지하기가 더 쉬울 수 있겠지요. 하지만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 개방된 사회에서는 한국처럼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피하기 등 합의를 통하여 봉쇄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봉쇄되지는 않았지요.

더 개방적인 나라들과 마스크 쓰기의 예방 효과에 대한 믿음이 덜한 나라들에서 바이러스가 훨씬 더 많이 확산됐고, 이어 제반 활동에 제제가 더 많이 가해졌지요. 균형(balance)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 사람들이 많이 지쳐 있습니다.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유럽에 있는 사람들이 겪은 여러 차례의 봉쇄는 겪지 않았지요. 또는 호주처럼요.

백신이 생길 때까지 균형을 계속 유지해야 될 겁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마스크 착용하고, 손 소독하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은 피하는 것은 계속 중요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백신이 있어도 앞서 얘기한 것들을 계속 해야 합니다.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아 지역 단위로 안전하게 되기 전 까지는 우리 모두 계속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해야 합니다.”

―백신을 맞아도 계속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마스크를 써야 되네요?

“백신을 실험할 때, 백신이 전염을 예방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병을 예방하는지 봅니다. 백신을 맞은 사람이 전염될 수 있습니다. 다만 보호를 받는 것이지요. 백신을 맞고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돼 전염이 되었다고 가정을 할 경우, 병원에 갈 정도로 아프거나 산소 호흡기를 사용해야 할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전염이 되기는 되는 거죠. 그리고 전염이 되면 다른 사람에게도 옮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마스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서도 써야 합니다.”

―사무총장께서는 백신의 평등한 배포에 대해 강조하셨는데요. 현실적으로 좀 힘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인데요.

“평등한 배포가 중요한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현재 생산되고 배포된 백신의 대부분이 선진국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 재단 같은 단체들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선진국들이 첫 20억 개의 백신을 독점한다면 전 세계 코로나 사망자수가 두 배가 될 것이라는 겁니다. 현재 200만 명이지요. 그건 확진자 수도 그만큼 늘어나고, 팬데믹이 더 연장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백신을 더 평등하게 배포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요. 백신은 죽음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들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평등한 배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미국이나 한국과 같은 선진국들의 경제적 타격은 4조에서 5조 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 합니다. 이 비용은 상품과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거래하지 못하고, 비즈니스 여행을 하지 못하는 것 등과 관련되어 치러야 할 비용입니다. 평등하게 배포해야 하는 이유는 정말 여러 가지인데, 그 중 하나는 생명을 구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경제 살리기입니다.”

―코로나가 진정이 되고, 또 예년과 같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유사한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우리가 어떠한 노력을 해야 되는지요? 또 언제쯤 과거와 유사한 일상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첫 번째는 우리 모두 함께 협력해야 됩니다. 이 일로 서로 싸우면 안 돼요. 백신 접종이 매우 중요합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아야 되고, 그와 동시에 모두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싶다면, 경제가 좀 더 빨리 살아나기 바란다면 모두 정말 열심히 함께 해야 합니다. 주변에 백신 맞을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 백신 맞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알려야 합니다. 정상 생활로 복귀하려면 이런 노력이 필요합니다.

백신의 또 한 가지 숨은 혜택을 말하면, 모두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들어봤을 겁니다. 조금 무섭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변이는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때문에 생기는 겁이다. 확산을 막아야 변이도 생기지 않습니다. 백신을 맞음으로써 우리 자신과 가족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를 박스 안에 가두어 둘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점이 중요한 것입니다. 바이러스 변이가 적을수록 백신으로 통제하기가 더 쉽지요.”

―언제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 정상으로 돌아갈까요?

“백신을 배포하면서도 계속되겠죠. 어떤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는지도 계속 연구하면서요. 이상적으로는, 한국은 올해 말쯤 백신을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맞아 일상의 상당 부분이 정상화되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외식도 하는 등 그런 활동이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은, 마스크를 일상화 하며 계속 써야 하는지 일 텐데, 저희도 지금 답이 없습니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지켜본 결과, 대부분의 백신이 변이에도 효과가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2개월 뒤, 아니면 6월 즈음 그때까지도 계속 효과가 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더 빨리 백신을 배포할수록,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유지하고, 마스크를 계속 착용할수록 코로나 사태를 더 잘 통제할 수 있고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도 바이러스 잘 통제하고, 한국과 잘 협의해 자가 격리 없이도 국가 간 방문이 가능하게 된다면 그때는 정상 생활로 돌아가기를 희망해 봅니다. 아마 올해 말, 또는 내년이 될 것 같습니다.”

―다시 한차례 다른 전염병 팬데믹이 생길 가능성은 어느 정도 인지요? 우리가 그런 가능성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요?

“한국은 메르스 사태 때 많은 것을 배웠지요. 그때 배운 것을 이번 코로나 사태 때 적용했어요. 다른 나라들도 이렇게 준비가 되어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런 전염병, 팬데믹은 주기적으로 발생합니다.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할 때에 갑자기 발병하고, 우리의 실수 하나가 수십만 명을 전염시킬 수 있고,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세계 인구를 위협하는 바이러스를 찾아내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빠르게 알리고 대처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 다음 진단 키트를 빠르게 개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많은 국가들이 한국에서 코로나 확산 방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추적 시스템을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나라들은 팬데믹을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지 많은 논의를 해야 하겠지요.

한국은 중앙집권화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국무총리가 책임자이고, 그와 함께 일하는 공무원들은 같은 말을 했지요. 반면 미국에서는 이 사람은 이 말 저 사람은 저 말을 하고, 50개 주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했습니다. 통일된 접근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준비 단계가 중요합니다. 세상이 코로나 이후를 생각하며 전염병을 빠르게 발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나라들에게 빠르게 알릴 수 있고, 진단 키트도 준비할 수 있겠지요. 그 외 장갑이나 마스크와 같은 보호 장구가 필요하면 쉽게 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미국은 이제 그런 점을 인지한 것 같고 정부에서 특별 조치를 취해 필요한 물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염병 발생이 ‘전쟁’과 같다는 것을 잘 인식한 것 같고, 정부는 통일된 반응을 보이며 적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적(敵)이요?

“네, 인간 적과 마찬가지로 바이러스가 적이지요. 이런 점을 우리가 배운 것 같습니다. 앞으로 미래에 있을 전염병 중에 확실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에 대해 생각을 잘 안 하는데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면 의사가 항생제를 주지요. 좀 더 편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줍니다. 이런 항생제 중 많은 부분이 실제로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로 감염이 되는데, 항생제는 박테리아에만 효과가 있거든요. 다른 종류 세균이죠. 항생제의 문제는 균에 내성이 생기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균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빈곤한 국가들에서요.

2050년이 되면 매년 천만 명의 사람들이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로 인해 죽게 될 수도 있고, 매년 100조 달러 정도의 타격을 받을 수도 있는 거죠. 우리는 항생제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고, 이런 균에 대한 백신 개발에 더욱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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