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컴에서 6%대 물가 상승이니 인플레이션을 떠들어대니 식당들은 부담 없이 가격을 올릴 기회를 맞았다. 이참에 안 올리면 나만 바보가 되는 셈이다
강원도 양양 음식에는 ‘뚜거리탕’이라는 게 있다. 새끼손가락 만한 민물 어류인 뚜거리(표준어로는 꺽지)를 갈아서 고추장을 풀어 끓이는 탕이다.
뚜거리는 ‘사진’으로만 봤지, 음식점에서 그 실체를 눈으로 본 적은 없다. 한솥을 끓일 때 대략 뚜거리가 몇 마리나 들어가는지도 모른다. 여러 식당에서 날마다 끓여대는 양만큼 뚜거리가 양양 남대천에서 잡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고추장을 풀어넣고 끓이는 강원도 양양식 추어탕 맛과 거의 같다. 그 속에 뚜거리를 넣었든 미꾸라지를 넣었든, 사실 전혀 맛 구별이 안 된다. 둘 다 ‘달달한 고추장’ 맛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뚜거리식당과의 인연은 햇수로는 10년쯤 된다. 일거리를 갖고 양양 셋방에 올 때마다 한 끼는 단골 뚜거리식당에 들러 때우곤 했다. 혼자서 먹어도 별로 눈총을 안 받았던 이유도 있다.
그때만 해도 배운 사람(?) 같은 외지인이 말없이 혼자 밥 먹으니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두세 번 가면서, 여주인이 알아보고 인사하는 사이가 됐다.
처음 갔을 때 뚜거리탕의 가격은 아마 5500원쯤 했던 걸로 기억난다. 그 뒤로 가끔 한번씩 들르면 500원씩 올랐다. 5500원이 6000원으로, 6000원이 6500원으로 가격표의 숫자를 갱신했다. 언제부터인가 1000원 단위로 올렸다. 그래도 3, 4년 전까지는 근처 공사판 일꾼들이 이 식당에서 단체 할인으로 ‘5천원 짜리’ 밥을 먹었다.
하지만 올 초에 들어서 가격은 9000원이 돼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들르니까 가격표는 1만 원으로 바뀌어있었다. 상(床)에 밑반찬을 몇 가지 추가해주는 ‘특(特) 뚜거리탕’은 1만2000원이었다.
이틀 뒤 저녁이 되자 ‘오늘은 또 무엇을 먹어야 하느냐’는 생존 문제를 잠깐 고민하다가, 다시 뚜거리식당으로 갔다.
아, 그저께 본 가격표와 달랐다. 이틀 만에 2000원이 또 올랐다(20% 인상). 보통 1만2000원, 특 1만4000원이었다. 이는 피부로 다가오고 오감으로 느껴졌다.
가격을 올리는 것은 ‘주인 마음’이지만, 그래도 손님 사정도 살피고 적당하게 올려야지. 엊그제 온 단골의 ‘충격(?)은 어떻겠는가. 이건 좀 심하지 않소.
요즘에는 인사를 주고받던 여주인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사태를 두고 어디 가셨나. 안면 있는 식당 직원이 “요즘 식재료 값이 올라서 8월 1일자로‥”라고 말했다.
나는 내심 “강원도 양양에 널린 게 논(쌀)이고 밭(야채)이고 강(뚜거리 서식처)인데 무슨 식재료 값 타령‥, 뚜거리탕은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밀가루 가격 상승과도 별로 관련이 없지 않나”라고 중얼거렸다.
매스컴에서 6%대 물가 상승이니 인플레이션을 떠들어대니 식당들은 부담 없이 가격을 올릴 기회를 맞았다. 이참에 안 올리면 나만 바보가 되는 셈이다.
나는 뚜거리탕의 재료와 구성을 보면 1만2천원, 1만4천원은 ‘심한 가격’이라고 경제적 분석을 했지만, 그 뒤 자동차로 이 식당을 지나가면서 보면 안에는 손님들로 가득 찼다. 내 판단이 미스였던 것이다.
그 뒤 어느 날 점심 무렵에 회덮밥으로 한 끼를 해결하려고 양양 읍내 시장 골목에 있는 횟집에 가니, 가격표에는 ‘회덮밥 1만8000원’이었다. 몇 년 전 호텔 일식당에서 ‘점심 특가’로 비슷한 가격에 먹었다.
내가 한두 푼으로 쩨쩨해진 건가, 먹고 살기가 다 어렵다는 건 빈말이고 세상 한쪽에는 돈이 넘쳐나는 건가, 윤 정부 들어서자마자 뿌려댄 64조 재난지원금 덕분인가. 밥 한끼를 놓고 이런 쓸데없는 상념을 했다. 강원도 양양만 꼭 이렇지 않을 것이다. 나라 전체의 민생 현장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