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친명이라 내세우는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돌을 던진다
[최보식의언론=김병태 기자]

진보진영 '큰 스피커'인 유시민 씨의 'ABC론'이 친명계는 물론이고 이재명 대통령 본인에게도 몹시 거슬렸던 모양이다.
유시민 씨는 지난 18일 한 유튜브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세력에 대해 "가치 추구 중심의 A그룹', 이익 추구 중심의 B그룹, 이들 간 교집합인 C그룹이 있다"고 한 뒤 코어 지지층은 A그룹이고, 자신의 성공과 이익을 위해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B그룹이라고 평가했다.
유씨는 이른바 '뉴이재명'을 겨냥한 듯 "대통령이 욕을 먹거나 지지율이 떨어질 때 B그룹이 제일 먼저 떨어져 나간다"며 "지금 친명이라 내세우는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돌을 던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막스 베버를 인용하며 "이 분류법은 굉장히 오래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대한 불편한 심기의 표출일까.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제주 타운홀미팅에서 "자기의 신념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국민의 삶을 직접 책임질 때는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실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을 기준으로 뭔가를 선택하고 판단한다면 이념이고, 가치고, 개인적 성향이고 뭐가 중요하겠느냐"며"물론 (신념과 가치를) 잃지는 말아야 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국가와 사회에 해악의 결과를 빚어낸다면 그건 잘 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정치는 현실"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도 막스 베버를 인용해 "균형감각이 정말로 중요하다. 책임져야 하니까"라고도 했다.
* 아래는 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SNS에 올린 글이다.
대통령이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를 인용하시는 걸 보고 솔직히 헛웃음이 터졌다.
이념이고 가치고 다 필요 없고, 정치는 오직 잘하기 경쟁이며 책임이 중요하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겉보기엔 기막히게 실용적이고 쿨한 리더의 선언 같다. 그런데 그 입에서 튀어나온 '막스 베버'와 '책임'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이 정권이 보여주는 가장 기괴하고 소름 돋는 블랙코미디의 절정이다.
막스 베버가 말한 정치인의 '책임 윤리'가 도대체 무엇인가. 자신이 내린 결정과 그로 인해 파생된 결과, 심지어 의도치 않았던 비극적 부작용까지도 핑계 대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몫으로 짊어지는 태도를 뜻한다.
자, 이제 막스 베버의 낡은 책을 덮고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의 실제 궤적을 돌아보자.
수사망이 좁혀오고 가장 무거운 '책임'이 요구되던 그 숱한 고비마다, 정작 그 서늘한 그림자를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던 건 그가 아니라 무대 뒤에서 그를 위해 뛰었던 주변 사람들이었다. 감당하기 힘든 압박감에 짓눌려 그들이 하나둘 영원한 침묵 속으로 퇴장했을 때, 지금 책임을 부르짖는 그는 과연 어디에 있었는가. 어제까지 그의 손발이 되어 움직이던 이들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그 텅 빈자리 앞에서, 그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와는 무관한 사람"이라며 얼음장처럼 차갑게 꼬리를 잘라냈다.
그렇게 단군 이래 최대의 치적이라 자랑하던 일들은 모조리 그의 목을 죄어오는 범죄 혐의로 바뀌었다. 그 화려했던 업적의 껍데기를 다 벗겨내고 나면, 앙상하게 남는 것은 남이 먼저 시작한 아이디어를 가로챘다는 '원작자 논란'마저 꼬리표처럼 붙은 '계곡 평상 철거' 하나뿐이다. 그 알량하고 빈약한 행정 쇼 하나를 발판 삼아 결국 국가 최고 권력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우리 대중의 얄팍한 민도와 환상을 이제 와 탓한들 무엇하겠는가.
한때 업적이라던 모든 잘못은 아랫사람들의 일탈이거나 외부의 강압 탓으로 돌려졌다. 단 한 번도 그 파생된 비극들에 대해 '내 탓'이라며 온전한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짊어진 적 없는 분이, 이제 와서 막스 베버의 책임 윤리를 입에 올린다. 베버가 무덤에서 통곡할 노릇이다.
"이념이고 가치고 뭐가 중요하냐"는 선언 역시 그럴싸한 포장지를 벗기면 본질은 앙상하다. 이는 실용주의의 발현이 아니라, 도덕적 파산 선고에 가깝다. 나에게 도덕적 무결점이나 정치적 일관성 같은 고루한 가치를 묻지 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기만 하면 그만 아니냐는 극단적인 결과 지상주의의 뻔뻔한 고백이다.
가치와 이념을 버리겠다는 것은 결국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금도를 없애버리겠다는 뜻이 아니길 바란다. 가치가 사라진 정치는 마피아들의 이권 다툼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그 화려한 레토릭이 자신의 서늘한 과거까지 지워주지는 못한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주변 사람들의 지독한 고난조차 철저히 외면했던 비정한 궤적. 그 궤적을 끌고 온 자가 읊어대는 책임이라는 단어는 한낱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철학의 이름으로 자신의 무책임을 덮으려 하지 마라.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지만, 책임은 살아온 삶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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