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엔비디아 육성' 프로젝트의 첫 사례
[최보식의언론=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구 지역장 전무]

금융위원회가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Rebellions)에 2,500억 원의 직접 투자를 확정했다. 이번 투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K-엔비디아 육성' 프로젝트의 첫 사례다.
이재명 정부가 150조라는 거대한 펀드를 조성하며 야심차게 추진하는 사업이니 성공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최근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편승하여 너무 투자라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리벨리온이라는 회사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혹시 정권 임기 내에 가시적인 투자 성과를 보려는 욕심에서 리벨리온이라는 AI 반도체업체를 선정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것이다.
국민펀드니 단기가 아닌 당연히 몇 십 년을 바라보는 장기 투자여야 한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쿠팡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쿠팡이 별 볼일 없어 보이던 10년 전인 2015년이다. 손 회장은 타고난 투자 감각으로 쿠팡이 미처 자리도 잡기 전에 쿠팡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30억 불을 투자했고 성공했다.
장기 투자라는 것은 사업이 번성하기 전에 미리 가능성을 알아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물론 실패할 리스크가 성공 가능성보다 훨씬 크다. 투자 성공이 그렇게 쉬운 일이면 세상 모든 투자기업들이 떼돈을 번다.
기업의 성과가 없을 때 미래를 보고 투자해서 리스크가 큰 만큼 보상도 크다.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장기투자자는 20-30년 후에 어느 분야가 전망이 좋은지 미리 알아보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그런 혜안이 없으면 투자는 100% 실패한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여 있는 삼성전자도 미래 예측에 실패하곤 했다. 삼성전자는 핸드폰과 반도체 이후에 회사가 먹고살 사업을 찾는다고 이건희 선대회장 때부터 필사적인 노력을 했다.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2010년에 선정한 5대 신수종사업이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바이오 의약품), 의료기기다. 15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며 남아 있는 사업이 자동차 배터리, 바이오 등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삼성전자를 먹여 살리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다. 당시에 다음의 도약을 위해 메모리 중심을 벗어나 시스템 반도체로 가야 한다고 그렇게 외쳐댔었다. 가장 강점이 있던 메모리였는데 당시 경영진의 판단미스로 고대역 메모리사업을 포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것이 SK하이닉스에게 메모리 세계 최고라는 자리를 빼앗기게 된 사연이다.
고대역 반도체는 현재 가장 뜨겁고 이미 정점에 있는 사업이다. 더 성장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어느 순간 거품이 꺼져 폭락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상존한다.
국민성장펀드는 미래를 바라보는 사업에 투자해야 하는데 펀드 조성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AI반도체에 투자하려면 국민성장펀드가 아니어도 된다. 리벨리온 정도면 국민성장펀드가 아니어도 참여할 투자자들이 줄 서 있다. 오히려 국민성장펀드가 민간 투자자들의 투자를 가로막게 되고 리벨리온이 정권의 특혜를 받고있다는 오해도 살 수 있다.
정부가 왜 그런 오해를 감수하려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나서서 미래 먹거리 사업을 발굴하고 아직은 초기단계에 있는 사업에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그것이 미래성장펀드 조성의 취지다. 현재 한창 뜨고 있는 AI반도체 사업은 아니다.
국민성장펀드의 운영진에도 문제가 많다.
국민성장펀드 전략위원회라고 있어 금융위원장과 민간 전문가(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가 공동위원장을 맡아 펀드의 운용 방향 및 산업 지원 전략을 자문한다. 기금운용심의회가 리벨리온 투자와 같은 주요 투자 안건을 최종 심의하고 의결한다.
말로는 산업은행과 5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 NH), 증권사, 보험사 등이 참여하여 유망한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금융 지원을 협업한단다.
우선 투자업종이나 대상을 결정하는 조직이 너무 방대하고 많다. 이런 방대하고 복잡한 구조는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다. 두 번째로 금융위원회가 펀드 참여 금융기관에 대해 투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제재를 면제해주기로 결정하면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부추길 수 있다.
세상에 투자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우지 않겠다니 자기 이해관계나 판단 미스로 대규모 손실이 나도 책임을 지우지 않으니 투자담당자 보고 3자와 결탁하여 의도적으로 손실이 나게 하라고 등을 떠미는 것과 같다.
세 번째로 공정성의 문제가 보인다. 국민성장펀드의 자문역인 미래에셋의 박현주 회장이 누구인가? 대한민국에서 투자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인이고 미래에셋에서 실질적인 최고결정권자이다. 현재도 여러 투자 자문에 관여하고 있다.
또한 향후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국민성장펀드의 모펀드 운용사 공모에 참여하거나, 계열사인 미래에셋생명이 리벨리온 투자에 공동 참여하면서 자문역이 투자 수혜자가 될 수가 있다. 박현주 자문역이 민간 기업 회장이니 자기 회사의 투자 결정에 국민성장 펀드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며 취득한 내밀한 정보를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마치 운동경기에서 시합에 뛰던 선수가 갑자기 심판으로 활동하는 것과 같다. 게다가 기금운용심의회 위원 명단이 공정성을 이유로 비공개다. 이는 반드시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하는 공적기금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명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안되지만 정권의 압력으로 특정 지역의, 특정 기업에게 투자를 진행하는 정권 차원의 비리가 발생할 경우 의사결정이 깜깜이가 되어 나중에 책임을 묻기가 어려워진다.
국민성장펀드의 미비점들로 앞으로 투자가 결정될 때마다 특혜 시비가 일 수 있고 결국 비리의 온상이 될 소지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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