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씹기와 삼키기가 불편해지는 현상은 단순히 늙어서가 아니라...
[최보식의언론=박정원 객원논설위원(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나이가 들면서 힘도 떨어지고, 먹는 것도 옛날 같지 않아 별로 맛을 못 느끼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 씹는 힘도 점차 없어지고, 오래 씹어 삼켜야 하는 것도 때로는 귀찮게 느껴진다. 어떨 때는 먹다가 사레도 자주 걸린다. 이와 같은 상황을 노인들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씹기(저작운동)와 삼키기(연하운동)를 단순한 먹는 행위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우리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나이가 들면서 씹기와 삼키기가 불편해지는 현상은 단순히 늙어서가 아니라, 여러 신체 시스템이 노화로 인해 동시에 낡아가면서 생기는 결과이다.
WHO는 구강건강을 단순히 치아 상태가 아니라 먹기, 말하기,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으로 정의한다. 역으로 구강 상태가 좋지 않으면, 먹기나 말하기뿐 아니라 사회생활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나아가 ‘입이 불편하다’에서 끝나지 않고, 영양‧폐‧근육‧뇌‧장‧정서‧사회 기능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강조해서 말하자면, 씹기와 삼키기가 온몸 건강의 입구 기능이라는 점이다. 입에서 시작된 작은 기능 저하가 몸 전체의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나이 들어 씹는 힘이 약해지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질긴 고기, 생채소, 과일, 견과류, 잡곡처럼 씹기 어려운 음식을 피하게 된다. 그러면 식단이 점점 부드럽고 단순한 음식 위주로 바뀌고, 단백질‧섬유소‧비타민‧무기질 섭취가 줄어들기 쉽다. 저작 기능 저하와 구강 문제는 노인의 영양 상태 약화와 직접 관련이 있고, 연하곤란은 체중 감소‧탈수‧영양실조와 연결된다.
단백질 섭취와 전체 영양 섭취량이 줄어들면 가장 먼저 손해를 보는 기관 중 하나가 골격근이다. 그 결과 근감소증, 악력 저하, 보행 속도 저하, 피로 누적, 낙상 위험 증가로 연결된다. 특히 노인에게 저작 곤란은 쇠약(frailty)과 유의미하게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보고 있다. 특히 한국 노인 대상 연구에서 씹기 어려움은 허약 위험 증가와 관련 있다는 보고가 많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씹기 어려움→덜 먹음→근육 감소→혀‧목 근육도 약해짐→삼키기 어려워짐으로 진행되면서 급기야 연하 장애와 전신 쇠약으로 확산할 수 있다.
나아가 삼키는 기능이 떨어지면 인지기능 저하와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치아 수 감소→저작 효율 저하→영양 악화→활동 저하가 인지기능 저하나 인지 저하 위험이 높은 경향성을 뚜렷이 보여준다는 것이다.
쉽게 표현해서, 씹는 기능은 단순한 분쇄가 아니라 감각 자극과 운동 자극, 나아가 영양 확보 기능까지 동시에 담당한다는 말이다. 이 기능이 약해지면, 뇌는 자극이 줄고, 영양 공급이 나빠지고, 전신 활동성도 떨어지기 쉽다. 그래서 실제 현장에서는 저작 기능 저하를 구강 문제로만 보지 않고, 인지 기능 저하의 초기 신호로 보기도 한다.
씹기가 약해지면 음식이 충분히 잘게 부서지지 않고, 결국 부드럽고 정제된 음식 위주로 바꾸게 된다. 이 변화는 흔히 식이섬유와 수분 섭취 감소를 동반하고, 그 결과 변비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변비의 대표 원인으로는 수분 부족과 섬유소 부족이 잘 알려져 있다. 삼키기 어려운 노인들은 물까지 사레 들까 봐 덜 마시는 경우가 많다.
씹기와 삼키기에 관여하는 혀, 입술, 턱, 인두는 말하기에도 공통으로 쓰인다. 그래서 구강 근육과 침 분비가 떨어지면 발음이 흐려지거나, 목소리가 젖은 듯 변하거나, 입 마름으로 불편감이 커질 수 있다. 또 음식물 찌꺼기가 오래 남고, 자가 세정 능력이 떨어지면 구강위생이 나빠지고, 이는 다시 식사 불편과 감염 위험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 한층 씹기와 삼키기가 불편한 노인들은 식사 시간이 길어지고, 자주 사레가 들고, 남들 앞에서 먹는 것이 부담되어 모임이나 외식을 피하게 된다. 그러면 식사의 즐거움 감소, 사회적 위축, 우울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구강 허약과 관련된 불리한 결과가 결국 사회적 위축, 삶의 질 저하로 자주 보고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연쇄적인 반응과 결과를 신체 부위별로 나눠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치아 및 구강 구조의 변화이다. 치아 상실로 인해 잇몸이 약화하면 음식 분쇄 능력이 저하한다. 이로 인해 딱딱한 음식을 회피하고, 자연스레 식사 시간은 길어진다.
이와 동시에 턱 근육과 혀, 인두(목), 식도까지 근육이 줄어들면서 힘과 속도가 저하한다. 자연스레 음식을 잘 못 부수고, 혀로 음식 이동이 느려진다. 또한 삼키는 힘이 부족하니 음식이 목에 걸리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노화로 인해 침 분비가 줄어 음식이 잘 안 뭉쳐지고, 삼킬 때 마찰도 증가한다. 동시에 목에 걸리는 느낌을 자주 준다. 나아가 소화도 잘 안된다.
씹은 후 삼키는 동작은 일종의 반사운동이다. 뇌에서 타이밍을 정확히 맞춰야 한다. 하지만 노화는 반응속도를 저하시키고, 감각도 둔화시킨다. 결국은 삼키는 타이밍이 자주 늦어지고, 음식이 기도로 잘못 들어가는 위험이 증가한다. 이로 인해 사레들림 현상이 증가한다.
따라서 씹기와 삼키기에 문제가 생기면 관련 근육과 신경, 그리고 감각까지 동시에 악화한다. 이는 근육‧침‧치아‧신경‧보호 기전의 5가지 시스템이 동시에 약해지면서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 뇌졸중, 파킨슨병, 치매, 당뇨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를 비유해서 표현하면, 치아는 분쇄기이고, 침은 윤활유, 혀는 운반 벨트, 목 근육은 압송 장치, 후두는 안전 게이트 역할을 하는데, 노화는 이러한 장비가 동시에 속도와 힘을 떨어뜨리고, 타이밍까지 오차가 생기게 만들어 전체 기능을 저하하는 상황을 초래케 한다.
나이 들면 이래저래 불편해진다. 그렇더라도 골골 대며 지낼 순 없진 않을까. 건강한 노후를 보내야 한다. 씹기와 삼키기는 단순한 입 문제가 아니라 근육 운동, 즉 전신 기능의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열심히 씹고 삼키며 먹는 즐거움을 누리면 삶의 즐거움이 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근육은 쓰면 유지되고, 안 쓰면 빠르게 감소한다는 사실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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