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는 몇 차례의 인사를 통한 강렬한 메세지로 검사들이 침묵하게

[최보식의언론=김병태 기자] 

정성호 장관. KBS 뉴스 캡처
정성호 장관. KBS 뉴스 캡처

"피고는 몇 차례의 인사를 통한 강렬한 메세지로 검사들이 침묵하게 만들었고, 또한 공소수행 목적 직무대리 발령을 금지함으로써 권력자와 유력 정치인들 관련된 공판진행이 파행되게..."

2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재판장 이정원) 법정.  강등 인사에 불복해 인사명령 처분 취소 소송을 낸 정유미 대전고검 검사가 '검사의 신분임에도 인사권자인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서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당사자로서 직접 설명드리겠다"며 이같이 직접 변론에 나섰다.

정 고검검사는 정 장관을 피고로 지칭하며 피고가 취임한 지난해 7월 말부터 현재까지 불과 8개월 동안 대검 검사급 인사가 무려 다섯 번이나 있었다인사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승진자와 좌천된 사람들의 면면이 너무 뚜렷해서, 검찰 내부에선 인사가 투명한 건 맞는데 하필이면 정치적으로 투명하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백미로 평가받은 인사는 바로 저에 대한 인사라고 했다.

법무부는 작년 12월 그를 검사장급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서 차장검사급인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한 바있다.

정 고검검사는 "저는 부족하나마 25년간 법령을 집행하는 것을 업으로 하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직접 위법한 처분의 당사자가 되고도 그것을 바로잡지 않고 회피하는 것은 공직자이자 검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력자의 위법에 대해 침묵이 쌓이게 되면 결국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 고검검사는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전에 저에 대한 위법한 인사명령을 바로잡고 25년 검사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최대한 신속히 재판을 진행해 주실 것을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 측 대리인은 법무부 장관의 검사에 대한 정당한 인사권 행사로, 재량권 남용의 개념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정유미 검사의 변론서 전문이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미 소장과 준비서면에 많은 내용을 담았음에도 굳이 직접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검사의 신분임에도 인사권자인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서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당사자로서 직접 설명드리고, 아울러 ‘이 사건의 신속한 진행을 호소’하기 위해서입니다.

○ 먼저 '제가 검사의 신분임에도 인사권자인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조직이 효율적으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질서가 유지되고 구성원들에게 지속적 동기가 부여되어야 합니다. 인사와 징계는 이러한 질서 유지와 동기 부여의 핵심적 기제입니다. 예로부터 사람을 다스리는 데 신상필벌을 중시했던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검찰은 2,000여 명 남짓 되는 검사 인력으로 대한민국의 그 수많은 형사사건들을 적법절차에 따라 효율적으로 처리해 온 국가 기관입니다. 이러한 효율성은 개개 검사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고, 이러한 헌신은 검찰의 인사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주어진 업무를 정성껏 수행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성과와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별적으로 뜯어 보면 문제 있는 인사가 없지는 않았겠지만, 어느 조직이라도 인사에 공정한 기준과 원칙을 세워 운영하기만 한다면, 결국 모두가 만족하지는 못하더라도 큰 틀에서는 비교적 납득할 수 있는 범위 내로 수렴하기 마련입니다.

저 또한 그러합니다. 저는 2001년 검사로 임관하여 25년간 검찰에 몸담아 왔습니다. 그동안 18번의 인사발령을 받았고 같은 청 내 부서이동까지 포함하면 참으로 많은 인사를 경험하였습니다. 제가 받은 인사 중에 100% 만족하는 인사발령이 몇 번이나 있었겠습니까? 다소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매번 인사 이후 심기일전하여 업무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해당 인사가 시스템에 의한 것이며 원칙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기꺼이 수긍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난 다른 검사들도 거의 다 그러합니다. 당장의 인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불평하는 대신 인사를 받아들이고 불철주야 일해 왔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피고가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검찰의 인사는 원칙과 시스템이 무너졌고, 그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형성된 합리적 관행은 부정되었습니다.

일례로, 대검검사급 검사 인사는 그동안 1년에 한두 번 있었습니다. 그런데 피고가 취임한 작년 7월 말부터 현재까지 불과 8개월 동안 대검검사급 인사가 무려 다섯 번이나 이루어졌습니다. 대검 차장 궐석을 메운 인사를 빼더라도 네 번입니다.

그리고 매 인사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직무태만으로 중징계를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검사장들을 고검장으로 승진시키고, 저년차 검사 4명만 있는 작은 지청에서 딱 한 번 부장을 해본 외에는 관리자 경력이 전무한 검사를 파격적으로 검사장으로 승진시켰습니다.

반면 피고 자신이 '우수한 자질과 리더십을 가졌다'고 평가하여 중책을 맡긴 검사장들과 지청장들을, 단지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포기에 항의하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단 몇 개월 만에 무더기로 고검이나 법무연수 원으로 좌천시켰습니다.

승진자와 좌천된 사람들의 면면이 너무 뚜렷해서, 검찰 내부에서는 ‘인사가 투명한 건 맞는데 하필이면 정치적으로 투명하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중 불행인지 영광인지 가장 백미로 평가받은 인사가 바로 저에 대한 인사입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대검검사급 검사를 고검검사급 검사로 강등시키는 것은 전례도 없었고 법령과 검사 인사 원칙에도 위배됩니다.

다른 검사장과 지청장들도 관행에 맞지 않게 좌천된 사람들이 많지만, 법을 어긴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조용히 인사를 받아들이거 나 사직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피고의 저에 대한 인사는 법을 어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한 나라의 법치행정을 책임지는 부처의 수장이 위법한 행정처분을 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족하나마 25년간 법령을 집행하는 것을 업으로 하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직접 위법한 처분의 당사자가 되고도 그것을 바로잡지 않고 회피하는 것은 공직자이자 검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자의 위법에 대해 침묵이 쌓이게 되면 결국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도 해체가 예정된 마당에, 제가 검사로서 마지막으로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주어져 감사한 마음입니다.

피고는 몇 차례의 인사를 통한 강렬한 메세지로 검사들이 침묵하게 만들었고, 또한 공소수행 목적 직무대리 발령을 금지함으로써 권력자와 유력 정치인들 관련된 공판진행이 파행되게 하였습니다. 중요 사건에 대한 수사 공판을 진행했던 많은 검사들이 강제로 사건에서 차단당하자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무기력하게 검찰을 떠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검사들이 검찰을 떠났고,

남은 검사들도 침묵 속에 기록을 뒤적이고 있을 뿐입니다. 어차피 해체를 앞두고 있는 검찰이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끝까지 위법에 대해 저항하는 목소리를 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은 마음입니다.

○ 마지막으로 이 사건은 신속한 진행과 결론 도출이 각별히 필요하다는 점을 짧게 말씀드리고 저의 의견진술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피고의 위법한 인사발령으로 인한 저의 신분상 불이익은 현재도 계속 중이지만, 피고는 급할 것도 아쉬울 것도 없습니다.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검찰은 해체되고, 그때까지 진행되었던 비정상적인 인사와 직무명령 등에 대한 기억은 역사 속으로 묻혀버릴 테니까요.

작년 12월 제가 소를 제기한 이후, 피고는 3개월간 답변조차 하지 않다가 불과 3일 전 간신히 답변서를 제출하였고, 심지어 그 내용은 집행정지신청사건에서 제출된 서면들과 내용도 거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또한 저는 피고의 인사명령이 법무부의 인사원칙에 맞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법무부에서 보관하고 있는 인사 관련 문서에 대해 문서제출명령신청을 했지만 피고는 제출을 거부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도 피고는 답변지연, 문서제출 거부 등 갖가지 방법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저는 사정이 그리 여유롭지 않습니다.

저는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리기 전에 저에 대한 위법 한 인사명령을 바로잡고 25년 검사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최대한 신속히 재판을 진행해 주실 것을 간절히 부탁드리는 이유입니다.

긴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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