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실버벨] 배우자 사별 후 노년 남녀의 건강과 웰빙

[최보식의언론=박정원 객원논설위원(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보스턴대학교 공중보건대학 웹페이지 캡처
보스턴대학교 공중보건대학 웹페이지 캡처

배우자 사별 후, 노년 여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적 지지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변하면서 행복감‧삶의 만족도가 오히려 높아졌고, 남성은 정서적‧도구적 사회적 지지가 감소하면서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은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국제 정서장애학회지)’ 3월호에 <Health and well-being after spousal loss among older men and women(배우자 사별 후 노년 남녀의 건강과 웰빙)>이란 제목으로 게재된 논문에서 밝혀졌다. 연구팀은 연구의 목적을 배우자 사별과 다양한 결과 변수 간의 연관성을 성별에 따라 시간에 걸쳐 분석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연구는 일본 치바대학교와 미국 보스턴대학교 연구팀이 ‘일본 노인 평가연구(Japan Gerontological Evaluation Study: 이하 JAGES)’에 참여한 약 2만 6,000명의 65세 이상 일본 노인 데이터를 활용, 분석했다. 이 가운데 1,076명이 연구 기간 중 배우자와 사별했다. 연구진은 2013년부터 2016년, 2019년까지 세 차례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배우자 사별이 37가지 건강 지표 및 삶의 질 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성별 차이와 시간에 따른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배우자를 잃은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사망, 치매, 일상 기능 저하 위험이 높았고, 초기 1년에는 우울 증상 증가, 절망감 증가, 행복감 감소가 뚜렷이 나타났다. 반면, 사별 여성은 우울 증상이 명확하게 증가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가 더 높게 보고되는 양상이 관찰됐다. 

사별 후 노년 남녀의 차이는 명확했다. 신체 건강에서는 남성은 치매와 사망, 일상생활 기능 저하 위험이 높았고, 여성은 큰 변화가 없었다. 정서 건강에서는 남성은 우울 증상이 증가했고, 행복감과 사회적 지지는 현저히 떨어졌다. 여성은 우울 증가가 없었고, 단기적으로 행복감은 감소했지만 장기적으로 더 크게 회복했다. 

삶의 만족도 면에 있어서는 남성은 모든 면에서 지속적으로 저하했고, 여성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증가했다. 사회적 변화에 있어서는 남성은 외로움과 음주가 증가했고, 여성은 돌봄 부담으로부터 해방되면서 오히려 자유를 만끽했다. 

이 연구는 노년기 삶의 만족도가 단순히 경제력이나 건강 상태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질과 성 역할의 균형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남성 노인의 경우 나이 들어서 배우자 의존도를 낮추고 정서적 지지망을 스스로 구축하는 것이 노후 만족도를 높이는 핵심 과제라고 제시한다. 

그렇다고 이 결과를 단순히 ‘남편이 없어져서 더 행복해졌다’로 해석하면 과도한 단순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오히려 사별 이후 여성의 생활 구조가 남성보다 덜 붕괴되고, 경우에 따라 부담이 줄어 들었다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 

왜 이같이 배우자 사별 후 노년 남녀의 정서적, 사회적 차이가 날까? 또한 삶의 만족도에 있어 서로 다른 결과를 보일까? 이는 대체로 네 가지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우선, 돌봄 부담의 해소 가능성이다. 일본의 노년기 부부관계에서는 아내가 남편의 건강관리‧가사‧정서 조절‧병 수발을 더 많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배우자 돌봄 연구에서도 남편을 돌보는 아내가 남편보다 우울 수준이 더 높았다는 결과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남편이 오랫동안 질환이나 기능 저하 상태였던 경우 사별은 슬픔인 동시에 만성적 돌봄 부담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삶의 만족도가 기쁨 때문이 아니라 긴장과 소진이 줄어든 결과로 해석된다. 

둘째, 사회적 관계망의 성격 차이이다. 이 연구의 중요 단서는 남성은 사별 후 사회적 지지가 줄었고, 여성은 비교적 잘 유지됐다는 점이다. 일본 고령층 연구 전반에서도 여성은 친구‧이웃‧자녀‧지역모임 등 배우자 밖의 관계망을 더 유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보고된다. 

쉽게 말해 남성은 배우자가 삶의 허브인 경우가 많고, 여성은 배우자도 있지만 그 밖의 연결망도 있는 구조인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허브가 하나뿐이면 그것을 잃을 때 삶 전체가 무너지고, 허브가 여러 개면 충격을 분산시킬 수 있다. 

셋째, 역할 자율성의 회복이다. 삶의 만족도는 단순 감정이 아니라 ‘내 삶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이다. 사별 여성의 일부는 배우자 중심의 일상, 간병 스케줄, 관계 갈등, 가사 의무에서 벗어나 시간 사용과 생활 결정의 자율성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JAGES 관련 다른 연구들을 보면, 노년기의 삶의 만족도는 사회참여, 문화 활동, 의미 있는 활동, 이키가이(いきがい: 삶의 의미나 보람)와 연결된다. 부담이 줄고 자신의 활동을 다시 선택할 수 있게 되면 만족도가 오를 여지가 여성에게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넷째, ‘우울이 없다’와 ‘삶의 만족도가 높다’의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 우울 증상은 주로 정신적 고통, 무기력, 절망을 측정하고, 삶의 만족도는 삶 전반에 대한 인지적 평가를 본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슬픔을 경험하면서도 동시에 ‘이제 내 삶이 더 정돈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도 여성이 우울이 늘지 않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 차이가 사별 직후의 감정과 장기적인 삶의 평가가 서로 완전히 같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 

다만 이를 해석할 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① 이 연구는 관찰연구이므로 ‘사별이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 ② 평균값의 차이이지 모든 여성에게 해당하는 현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③ 사별 전 배우자 건강 상태, 결혼 관계의 질, 경제 상태, 자녀 관계 같은 요소가 결과를 크게 바꿀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사별 자체가 여성에게 좋은 사건이라는 뜻이 아니라 일본 노년층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사별 이후의 생활 재구성에 적응을 더 잘하고 있고, 그 배경에는 돌봄 부담의 해소, 더 안정적인 사회관계망, 그리고 생활 자율성 회복이라는 변수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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