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p+4 동맹과 반도체의 지정학

[최보식의언론=장성민 국민의힘 안산시갑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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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대만의 지정학적 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대만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나라다. 그래서 그 지정학적 가치가 매우 높아졌다. 미국의 입장에서 대만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대중 봉쇄 전략의 전진기지로서 ‘자유의 보루’이자,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관통하는 ‘자유무역 항로’다.

호르무즈 해협과 함께 세계 5대 초크포인트(chokepoint) 중 세 곳이 바로 대만과 직결되어 있다. 그 세 곳이 대만해협, 남중국해, 말라카 해협이다. 그래서 대만은 한마디로 ‘해로의 중심지’이자 ‘항행의 자유로’다.

둘째, 대만은 미중 패권 경쟁, 특히 기술 패권 경쟁의 결정적 키를 쥔 반도체 강국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만은 영토적으로는 작은 섬이지만, 지정학, 기정학, 지경학적 가치는 매우 높은 나라다. 그 이유는 세계적인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 TSMC가 대만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해 대만 TSMC의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계 경제를 작동시키는 ‘산업의 쌀’이다. 그래서 대만의 TSMC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력을 좌우한다. 한때 중국의 세계적 정보통신 기업 화웨이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밀도 TSMC와의 협력의 힘이었다. TSMC 창업자 모리스 창의 지원 없이는 오늘의 화웨이는 없다. 비록 지금은 TSMC가 협력의 끈을 놓았지만, 한때 화웨이가 승승장구하는 데에는 모리스 창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미국과 중국은 TSMC의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대만의 TSMC는 결국 미국을 선택해 애리조나에 1,650억 달러(약 247조 원)를 투자해 초미세 최첨단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에 앞서 일본 구마모토에도 자회사 JASM의 1공장에 이어 2공장 건설을 확정했다.

TSMC를 둘러싼 구애 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일본이 오히려 한 발 앞서간 느낌이다.

이런 흐름 때문일까. 지난 12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미-일-대만이 반도체 삼각 동맹을 형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조선일보, 3.17자)

지난 12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주정부 청사에서 ‘반도체 산업, 인재 개발, 연구개발, 글로벌 공급망 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미국, 일본, 대만 3자 간 양해각서(MOU) 체결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케이티 홉스 애리조나 주지사, 천치마이 대만 가오슝 시장, 다케우치 신기 일본 구마모토현 부지사가 서명했다.

이날 행사는 중국을 의식해서인지 지방정부 차원에서 진행됐지만, 형식과 규모는 사실상 정부 차원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이 행사를 주도한 힘은 미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대만이었다. 미국과 일본의 지방정부 모두 TSMC 유치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그 구심점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세계 1위 기업 TSMC가 있었다.

TSMC의 글로벌 공급망 핵심 거점은 가오슝, 애리조나, 구마모토에 있다. 이번 MOU는 가오슝의 제안에 구마모토와 애리조나가 호응하면서 성사됐다. 가오슝과 구마모토(대만과 일본)가 합동 방문단을 구성해 애리조나를 방문했고, 그 결과 체결식이 열렸다.

중국을 의식해 형식은 지방정부였지만 행사장에는 에리조나 주기(州旗)와 미국 성조기, 일본 일장기, 대만의 청천백일만지홍기(靑天白日滿地紅旗)가 함께 펄럭인 것은 매우 놀랍다. 트럼프 시대에 달라진 미중패권경쟁, 미중기술패권 경쟁속에서 반도체 강국인 대만의 힘을 느끼게 하는 새로운 장면이다.

이는 사실상 'Chip4 동맹'의 신호탄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날 한 나라가 보이지 않는다.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이다. 왜 빠졌을까? 많은 의문점이 남는다.

원래 미-일-대만의 반도체 동맹은 Chip4 구상의 연장선이다. Chip4 동맹(Alliance) 미국이 주도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추진한 한국·미국·일본·대만 4개국 협력체다.

그 목적은 세 가지다.

첫째, 중국의 반도체 굴기(자립 전략)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차단이 핵심이다.

둘째, 코로나 팬데믹과 전쟁 이후 공급망 붕괴를 겪으면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셋째, 민주주의 국가 중심의 첨단 기술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런 점에서 반도체가 21세기 전략 무기라는 점을 감안하여 국가별 역할 구조를 만들자는 목적이다. 예를들면 미국은 설계·기술·장비 (엔비디아, 퀄컴 등),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삼성, SK하이닉스), 대만은 파운드리 (TSMC 세계 1위), 일본은 소재·부품·장비 (포토레지스트 등)을 전문화 하는 역할분담구조를 강화해 나가기 위한 것이 핵심 목표이다.

이 네 축이 결합하면 완전한 반도체 공급망이 형성된다. 이것이 바로 Chip4 동맹 구성의 본질이다.

물론 이 동맹이 '반중 구조'라는 점에서 치러야할 비용도 있다. 중국이라는 최대 시장을 잃을 수 있고, 희토류 공급 억제, 시장 규제 등 보복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Chip4는 군사 동맹이 아니라 기술 동맹이다. NATO와는 다르다. 연성 동맹이다.

20세기 주력 자원이 석유라면 21세기 그것은 반도체라는 점에서 반도체 동맹도 하나의 권력블럭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래서 반도체 동맹은 단순한 산업 협력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훨씬 뛰어 넘는다. 이런 점에서 지금이 미중기술패권의 치열한 각축전이라면 기술패권 전쟁의 핵심 축이 반도체라는 점에서 이는 경제안보의 새로운 복합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윤곽이 드러났다. 바로 미-일-대만 삼각 동맹이다.

이날 MOU 체결식장에서 한 홉스 지사 등 각국 지방정부의 대표자들의 발언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미국의 애리조나주 홉스 지사는 "오늘 체결된 협정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을 위한 글로벌 공급망을 형성할 것"이라고 했고, 대만 가오슝시의 천치마이 시장은 "이번 MOU는 세 지역을 넘어 대만, 미국, 일본을 전략적 동맹으로 결속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으며, 일본의 기무라 구마모토현 지사는 "국경을 넘는 산업 협력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과 회복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발언들은 3국정상회담장의 발언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은 안 보인다.

지금 중동 페르시아만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전쟁중이다. 이 전쟁의 핵심 무기는 반도체가 결정한다. AI 반도체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첨단무기의 키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의 긴장의 파고는 높아지고 있고 첨단무기의 경쟁도 높아지며 미중기술패권경쟁도 치열해 진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 반도체가 있고, 그 핵심을 대만이 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일-대만의 반도체 동맹은 빠르게 결성되고 있다.

미중패권경쟁의 지정학이 미-일-대만의 반도체 동맹을 결성하며 새로운 반도체 지정학을 형성중이다. 미-일-대만의 반도체 동맹은 미중기술 패권을 향한 반도체 경쟁에서 중국을 더 큰 격차로 따돌리는 새로운 질서구조를 창출할 것이다. 이 구조의 완결판이 바로 한국, 미국, 일본, 대만 등 4개국의 반도체 협력체인 Chip4 동맹이다.

AI 3대 강국이 되겠다고 떠들고 있는 이재명 정권 하에서 왜 한국은 아리조나에서 빠졌을까?

아직도 대만에도 셰셰, 중국에도 셰셰 하는 것이 '국익실용'이라는 소리나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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